[제가 하는 일은요!!] 한·중·일어에 개발언어까지 통달한 ‘언어 천재’
[제가 하는 일은요!!] 한·중·일어에 개발언어까지 통달한 ‘언어 천재’
“1년의 절반 가까이 일본서 활동하죠”
영림원소프트랩 일본사업부 김서진 님
영림원소프트랩 23층 사무실 한쪽은 늘 국경을 넘나드는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여기가 한국이야, 일본이야?”라는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은 바로 일본사업부의 김서진 님입니다. 쾌활한 일본어 대화 소리와 밝은 미소로 주변에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김서진 님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라는 3개 언어는 물론 컴퓨터 언어까지 통달한 ‘언어 천재’이자 ‘영림원 ERP의 글로벌 전파자’입니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넘어 영림원의 배를 타다
김서진 님 집안의 역사는 그 자체가 동북아시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원래 뿌리는 한국 안동입니다. 그러다가 조상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중국으로 건너가며 김서진 님은 길림성(지린성) 길림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할아버지는 항일 투쟁에 참여했고, 국공내전을 거쳐 6.25 전쟁까지 직접 겪어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후방에서 부상을 당한 뒤 평양 근처에서 할머니를 만났고 중국에서 가정을 이루셨습니다. “집안 이야기를 묶으면 소설 하나는 나올 겁니다”라는 김서진 님의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1987년 생인 김서진 님은 조선족 학교에서 공부했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며 자랐습니다. 식민 시대의 유산으로 학교에는 영어 선생님이 없었고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대학은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한국인 교수들이 봉사와 선교를 목적으로 세운 대학으로, 교육 체제와 스타일이 모두 한국식이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생활에 대한 거리감은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감각은 그렇게 길러졌습니다. 지금 김서진 님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넘나들며 누구와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이유도 그 시간들 덕분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이뤄진 채용 면접
2011년, 권영범 님이 직접 연변과기대를 찾아가 취업 설명회를 열고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던 김서진 님은 그 면접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대학에서 입사한 분이 한때 1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입사 후 중국 사업 담당 조직에서 일하던 김서진 님은 2018년부터 일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본사업부로 자연스럽게 이동했습니다. “일본어를 중고등학교 때 배우긴 했지만 비즈니스 수준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DNA가 내재된 덕분에 그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았습니다. 2018~2019년에는 일본향 솔루션 준비와 일본 프로세스 분석, 첫 고객사 구축을 거쳤고, 코로나로 일본에 가지 못하는 기간을 보낸 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장을 다니며 현장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4개 국어 + 컴퓨터 언어의 사나이
한국어는 집에서, 중국어는 학교와 사회에서, 일본어는 조선족 학교 외국어 수업에서, 영어는 대학에서 배웠습니다. 거기에 컴퓨터 언어까지 더하면 사실상 5개 언어의 사용자입니다. 주변에서 ‘김서진 천재설’이 도는 이유입니다. “중국어 하다가 한국말 하시다가 일본어 하실 때 보면 감탄하게 돼요.”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엄청난 끈기와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4개 언어가 머릿속에서 가끔 꼬이기도 합니다. “일본어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적절한 표현이 일본어로 먼저 떠올라요.” 특히 언어별로 딱 맞는 뉘앙스의 단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흥미롭다고 합니다. “‘어색하다’라는 단어를 표현할 만한 느낌의 단어가 중국어에는 없어요.” 한국어의 ‘섭섭하다’, 일본어의 ‘코다와루’처럼 각 언어만이 가진 고유한 감정의 결이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김서진 님의 트레이드마크는 밝은 미소입니다. 거기에 활기찬 목소리와 리액션으로 주변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늘 웃는 표정이다 보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대학교 때는 풍물패 활동을 하며 꽹과리와 북, 징을 섭렵했고, 마당놀이 연극 무대에도 오른 ‘찐 흥부자’이기도 합니다. 댄스 실력도 상당하다는 평가입니다.
1년의 절반은 일본에서
현재 일본사업은 일본사업부와 일본 법인 ‘에버재팬’이 다이코크로스테크를 비롯한 현지 파트너사와 손잡고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다이코는 먼저 올해 계열사 8곳 이상에 ERP를 도입하고, 외부 고객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파트너사와 열심히 호흡을 맞추고 있어서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김서진 님은 현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한 ERP 교육은 물론, 직접 고객사 컨설팅까지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트너들이 스스로 단단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파트너 교육’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답니다.
일본 시장은 특유의 비즈니스 관행과 회계 방식으로 뚫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곳인 만큼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한 파트너와의 협업이 핵심입니다. 그들과 뭉쳐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본의 제도와 체계를 영림원 시스템에 최적화해 가고 있습니다. 김서진 님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일본 비즈니스의 ‘속도’가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빨리 부딪히고 보자’인데 일본은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드립니다.”
고객 문의 하나에도 원인 분석, 대응 방안, 완료 일정, 증거 문서까지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반면 일본 고객의 장점도 분명합니다. “견적을 냈을 때 ‘좀 싸게 해주세요’ 같은 말은 한 번도 못 들었습니다. 마땅한 값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문화가 확실해요.” 충성도도 높아서 한 번 계약한 고객이 이탈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구축한 일본계 고객사 중 해지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꾸린 삶, 그리고 계속될 도전
김서진 님은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역시 조선족이면서 고등학교 동창인 아내와 결혼해 6살 아들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내도 일본과 인연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10년 넘게 영업과 컨설팅을 한 능력자라고 합니다. “사실 일본어는 저보다 더 잘해요.” 한때 영림원 일본사업부에서 같이 일해보자가 농담을 건냈더니 돌아온 대답은 “괜찮다”였다고 합니다. 독서토론 3년 연속 1등을 받은 ‘삼관왕’ 남편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는 후문입니다.
1년에도 수시로 일본 출장을 가고, 한 번 가면 3~4주를 머물다 보니 가족들과의 시간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 아내가 아이를 혼자 돌봅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노트북을 가지고 귀가해서 아이를 재운 뒤 밤에도 일하는 일과입니다. 주말 만큼은 가족과 함께 한다고 합니다. “아들과 키즈카페에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죠.”
아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어로 질문하면 금방 따라 하기는 해요.” 아빠의 언어 DNA가 전해진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해외 비즈니스를 성공시켜야죠”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에버재팬의 목표는 2028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일본 기업의 경영 안에 한국 ERP를 심는 것입니다. 단순히 외국어를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사람. 김서진 님의 에너지가 영림원의 글로벌 도전에 힘찬 맥박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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