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SPACE INTERVIEW]”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존재 방식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Y SPACE 설계자 서울건축 홍경식 대표를 만나다

[Y SPACE INTERVIEW]”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존재 방식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Y SPACE 설계자 서울건축 홍경식 대표를 만나다

 

영림원의 파주 글로벌 R&D 센터 ‘Y SPACE’. 이 공간에 처음 들어선 이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여기가 일하는 공간 맞아?”

설계자인 서울건축 홍경식 대표는 바로 그 질문이 나오도록 의도했다고 합니다. 건축 경력 약 36년, 대우건설에서 시작해 아주대병원부터 전남대 화순병원 암센터까지 굵직한 프로젝트를 거쳐온 건축가가 “인생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은 이 공간과 건축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익숙함을 거부하는 빛과 공간의 변주

눈에 보이는 질감뿐 아니라 발에 밟히는 바닥의 촉감까지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계했죠”

 

“대부분의 건축 프로젝트는 공간의 기능에서 출발합니다. 기존 연수원은 교육과 운영 중심의 공간이죠. 그러나 Y SPACE는 다릅니다.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존재 방식을 짓는 과정으로 접근했습니다.” 서울건축 홍경식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2021년 시작된 Y SPACE 프로젝트는 2026년 3월 준공까지 약 5년의 대장정을 거쳤습니다. 그중 공사 기간 15개월 여를 빼면 나머지가 설계 기간입니다. 특히 건축물의 컨셉을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영림원이 요구한 것은 창의, 소통, 기업 문화라는 무형의 요소를 유형의 공간에 담아달라는 것이었고 서울건축 팀은 여기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기업 문화는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공간을 그에 맞는 ‘문화 구조’로 설계하려고 했습니다.”

영림원과 하는 설계 회의는 강도가 남달랐습니다. 사무실에서 3시간가량 설계 회의를 한 뒤 저녁 식사 자리까지 이어가며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창의, 소통, 기업문화를 공간에 담았죠”

Y SPACE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벽마다 질감이 다릅니다. 쪼아낸 곳이 있고, 매끈한 곳이 있고, 빗살무늬 같은 문양이 새겨진 곳도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는 재료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정직함의 표현입니다. 시간의 흔적이 쌓일수록 공간의 깊이가 생기는 게 특징이죠.”

건축 과정에서 가장 시공 난이도가 높았던 것도 노출 콘크리트였습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파주석이 주는 편안함

바깥과 안쪽 양쪽 모두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단열재를 양쪽 콘크리트 사이에 넣어야 하는 이중 슬래브 구조라 시공 난이도가 상당했습니다. 파주석도 공간의 정체성을 담은 재료입니다.

“파주석은 지역성과 물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재료입니다.” 건물이 서 있는 파주의 땅과 연결되는 소재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Y SPACE의 중심점은 ‘중앙계단'”

Y SPACE에서 홍 대표가 가장 의미 있게 보는 공간은 1층 중앙의 로툰다 홀입니다. “로툰다는 원형으로 된 건물의 중앙 홀을 의미해요.” 1층과 2층을 잇는 홀의 중앙 계단을 중심점으로 삼고 그 위에 천창을 설계해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강렬한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중앙 계단이 단순히 층을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 문화의 기억과 서사를 쌓아가는 리추얼(Ritual:의식) 공간으로 작동하길 바랍니다.”

특히 천창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빛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각도와 강도를 달리하며 공간 곳곳에 생명력과 존재감을 부여합니다.

서울건축 팀은 눈에 보이는 질감뿐 아니라 발에 밟히는 질감까지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잔디, 깨진 돌, 탄성이 느껴지는 데크. 공간의 반복도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오피스 빌딩에서는 곡선을 많이 안 쓰는데 Y SPACE는 반복을 피하기 위해 곡선을 많이 썼습니다.”

“설계는 디자인과 예술 경계를 오가는 작업

Y SPACE, 사람 사는 집 짓듯이 공간 다듬어”

“일과 삶의 경계에서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제3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회사와 집이 아닌 곳에서 숨을 고르고 생각을 다시 정렬할 수 있게요.”

제한과 한계를 끌어안은 건축

인터뷰 중 홍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마천루 짓는 것보다 집 짓는 게 더 어렵다고 했어요. 그런데 Y SPACE는 오피스 짓는 것보다 집 짓는 일에 더 가까웠습니다.”

좋은 건축의 세 가지 조건은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Y SPACE가 그랬다고 합니다.

Y SPACE는 높이 제한, 대지 조건, 주변 환경과의 관계 등 제약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높이 제한을 만족시키면서 모든 공간을 넣어야 했습니다. 홍 대표는 내부 공간을 막고 구분하는 대신 ‘뚫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홀로 도드라지는 건물이 아니라 주변 경관에 스며드는 편안한 건물이 완성되었습니다.

“건축설계는 팀워크와 협업의 예술”

홍 대표는 대우건설에 입사한 후 1990년 대우 계열사였던 서울건축으로 이동, 대표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는 건축 설계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이며, 사용자의 요구와 시대 정신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팀워크와 협업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건축가로서 그는 ‘푸른 사과’로 상징되는 청춘의 마음가짐을 강조합니다. 이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주 언급해 온 상징으로, 다다오는 덜 익은 푸른 사과처럼, 완성되었다고 멈추지 않고 늘 성장 가능성을 품은 상태를 젊음이라 말합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려는 태도가 곧 청춘이라는 뜻입니다. 홍 대표 역시 이런 마음가짐으로 건물을 보러 다니고 영화를 보고, SNS도 본다고 합니다. 최근엔 AI 활용에도 열심입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축을 묻자 답했습니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해보고 싶어 해요. 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가장 많은 건축이니까요.”

“대표작을 물으면 항상 ‘넥스트’라고 답하죠”

건축설계자의 집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홍 대표는 “멋내는 장식은 안 하고 베이직하게만 한다. 가구는 35년 된 것을 그대로 쓰는데, 흔들거리면 직접 수리해서 쓴다”면서 “멀쩡한 걸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기 자신에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는 홍 대표. 그만큼 매일매일을 새롭고 다르게 시작하고 진지하게 일에 접근합니다. 대표작이 뭐냐고 물으니 “답은 늘 같아요. ‘넥스트’라는 거죠.” 홍경식, 그의 인생 절정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완성 이후, 사용자의 시간으로 다시 시작된다

개인과 조직, 일과 삶의 단절이 갈수록 깊어지고 창의와 몰입의 기회는 사라져가는 시대. Y SPACE는 이러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DMZ 인근, 분단과 평화가 공존하는 파주에 위치한 이곳은 일과 휴식, 명상과 운동, 소통과 배움이 경계 없이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Y SPACE를 완성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홍경식 대표는 이야기합니다.

“Y SPACE는 기업의 미래가 구성원의 창의력에서 발현된다는 믿음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곳은 완결된 건축이라기보다 사용자의 시간에 따라 계속 갱신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이 건축은 완성됐지만, 공간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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