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쓰는 글] Chapter 4. 지구의 인디언
Schubert Piano Sonata No.20 D.959 mov.2
words & design·고객가치마케팅 오지연
출근길에 지나는 서울식물원의 호수가 탁한 녹회색이었고 하얀 거품도 보였다. * 2019년에 쓴 글로, 공원 개관 초기였다. 그 더러운 데 작은 물새 하나가 가만히 서 있었다. 눈이 왠지 슬퍼 보였다. 도시에서 그나마 쉬어갈 만한 곳이 이런 상태라니. 서울시와 공원관리실에 연락했다. 민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만에 물이 깨끗해졌고 물 위로 나는 새가 많아졌고 오리 떼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어디서 지냈던 걸까, 이곳이 살 만해졌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을까. 엄마가 “동물은 다 알지” 하셨다. 전에 읽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체로키족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바람과 함께 노래하고 다람쥐와 작은 새들과 친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별에 이야기를 담아 보냈다.
불을 피울 때엔 나무의 영혼이 빠져나간 마른 가지만을 땔감으로 썼다. 땅과 물, 바람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알았고 산과 함께 깨어나고 숨쉬고 잠들었다. 꽃과 나무, 계절의 흐름이 그들 삶이었다. 오늘의 호수에 동물이 많아진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바람이 일러주는 대로 삶의 터전을 찾아왔을 거다.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이 동네도 원래는 자연히 난 동식물의 보금자리였다. 인간은 같거나 다른 생명을 상대로 수없이 승리해 오며 기어코 이 땅을 차지했다. 오랜 조화가 깨져 흩어진 땅에는 조악한 문물이 기념비인 양 세워졌다. 꾸며낸 것들의 부조화가 인간의 숨통을 조이자 그제야 땅을 파고 물을 채우고 식물을 끌어와 자연을 흉내 내기도 한다.
Schubert Piano Sonata No.20 D.959 mov.2
Indian Removal Act.
북아메리카 대륙의 그 어느 날에도, 깊은 숲속까지 뻗쳐오는 욕망을 바람은 듣고 있었다. 그간 품어 온 생명들에 가장 먼저 경고했을 거다. 위험해, 위험해. 지빠귀, 땅쥐, 개구리, 여우, 개, 사람들은 숨죽이고 몸을 숨겼지만, 위대한 문명으로 무장 한 침략자들은 그들 목적을 쉽게 찾아낸다. 원주민들은 그 난데없는 습격에 비명을 질렀을 것이고 저항했을 것이고 죽을힘을 다해 지키려 했을 것이다. 이내 더 큰 파괴를 막기 위해 어쩔 도리 없이 자신들을 내세웠을 것이다.
가짜 아메리칸에 의해 ‘인디언’이 된 진짜 아메리칸, 총칼의 질서 아래 한데 묶여 그들의 전부로부터 떠나야만 했다. 그리곤 무한히 걸은 길, 텅 빈 눈은 무엇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가장 자연스러운 저항이었다. 그저 안으로 바람, 꽃, 시냇물, 사슴, 작은 풀의 안부를 물을 뿐이었다. 길섶에서 왠지 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짜들을 무심히 지나며 고된 길 위에서 스러진 아기, 늙은 부모, 친구를 안고 업고 끝없이 걸으며 우리들 떠나 온 집을 그렸을 것이다. –
생명을 이어갈 만한 곳을 자연히 알고 찾아온 논병아리, 오리, 가마우지, 왜가리, 백로,… 문명이 자연을 도려낸 자리에도 꼿꼿이 삶의 모양을 맞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유리벽에 차에 부딪혀 병들어 찢겨가며 죽음으로 저항하는, 인디언이 되어버린 지구의 원주민. 날 때부터 가짜의 세계에 놓인 인간이 고요히 이어지고 있는 무수한 죽음의 길 가장자리에서 이 땅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자리가 아님을 이 노래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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