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실] by Frank – HOPE

영사실

by Frank

HOPE

이미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간의 혹평을 접한 뒤 보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기한 건 영화를 본 사람들조차 같은 영화를 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상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이토록 호불호가 선명한 영화가 있었던가.

나는 오래 전부터 기다린 영화는 예고편조차 보지 않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보는 것을 선호하는데, 호프가 그랬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인데다 SF 장르, 그리고 화려한 출연진까지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실망도 매우 컸다. 이번 영사실은 내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재미없게 본 영화 추천하기’이다.

<호프>의 이야기는 작은 항구 마을 ‘호포항’에 출현한 미지의 생명체로부터 시작된다.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도 모른 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 그리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존재와의 충돌은 마을 전체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으며 미스터리함을 유발하면서도, 중간중간 이어지는 코미디 씬을 꽤 긴 호흡으로 이어간다.

문제는 그 코미디가 긴장을 풀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끊어버릴 정도라는 것이다.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한 설득력 또한 부족하다. 서사보다는 분위기를 통해 2시간 30분을 채워 보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긴장감과 기대보다는 지루함만 줄 뿐이었다.

마지막은 등장인물들의 서사다. 캐릭터는 많고 각자의 역할도 주어지지만 정작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 행동을 이해할 만큼의 기회가 관객에게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나와 정반대의 감상을 남긴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준의 특수효과와 장르적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답을 쉽게 주지 않는 영화라는 점도 있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직접 해석하도록 남겨두는 방식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게는 그 여백이 설득 부족으로 느껴졌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점이었던 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호프>는 <듄> 같은 대형 SF시리즈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감독이 <진격의 거인>을 재미있게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어떠한 시도 자체로 무엇을 높게 평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외계+인>이나 <승리호> 때 그랬듯 한국 영화에서 이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 좋게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이 영화로 인해 벌어진 인터넷 상의 논쟁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개연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다.

<호프>가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라는 점은 다들 인정하면서도, 영화에 개연성이 필수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개연성만이 유일한 평가 요소는 아니지만, 개연성만큼 내 감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 논쟁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판타지적인 존재로 이루어진 영화 <반지의 제왕>에 그토록 탄탄한 세계관과 설득력이 없었다면 영화계에 그만큼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좋은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별로라면서 왜 추천하는 거지?”

어쩌면 내가 아직 이 영화의 매력을 다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은 감상을 쌓아주면 좋겠다.

결국 내 의견이 바뀌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는 기꺼이 그 이야기를 들어볼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그 장면은 왜 있어야만 했는지, 이 영화가 불친절한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정답을 맞히는 예술이 아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전혀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호프>를 통해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영사실은 추천이라기보다 초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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