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마케팅] AI 시대, 변하지 않는 가치

안녕하세요, 고객가치마케팅 송민영입니다.

8월 월간 마케팅은 제가 다녀온 결이 다른 세 곳의 전시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 — 리움미술관.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경험하는 몰입형 전시
  2.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 회고전. 무료전시에 퀄리티가 좋아 개인적으로 추천 드립니다
  3. 〈성율: 여름을 닮은 우리〉 — 그라운드시소 한남. 수채화 작가 성율의 대표작 전시

설치미술, 추상미술, 수채화.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전시장을 나서며 하나의 질문이 남았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AI는 몇 초 만에 수준급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디자인도 카피도 영상도,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마케팅의 경쟁력이 된 시대입니다. 하지만 세 전시를 보며 든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경험이 콘텐츠를 이긴다 — 〈다른 공간 안으로〉

이 전시는 그림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공간을 경험하는 몰입형 전시입니다. 1950~70년대 여성 작가들은 빛과 색, 소리, 공기를 활용해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실험을 했습니다. 작품을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한 것이죠. 미술사에서 남성 중심으로 기록되어온 환경미술의 흐름 속에서, 11명의 여성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복원하고 재조명한 점도 의미가 큽니다.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예술의 본질은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다. 오늘날 브랜드도 제품보다 경험, 광고보다 체험, 정보보다 감정이 선택을 만듭니다. AI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걷고 느끼며 얻는 경험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그 공간 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같은 원리는 다른 두 전시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산은 내 안에 있다” — 유영국이 그린 것은 산이 아니었다

유영국에게 산은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산을 바라보며 살았지만, 그림 속 산은 실제 산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응축된 ‘내면의 산’이었습니다. 산을 그린 게 아니라, 산을 통해 자신을 그린 것입니다.

삼각형과 원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자연을 단순화한 게 아니라 본질만 남긴 결과입니다. 그는 산의 생김새 대신 안정감과 리듬, 빛과 계절의 변화를 색과 형태로 담아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함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단순함 뒤에는 수십 년간 자연을 관찰하며 철학을 다듬어온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은 작품의 일부다 — 성율의 수채화

수채화는 한 번의 붓질이 그대로 남아 수정이 어렵습니다. 물의 양과 붓의 압력, 종이의 흡수력까지 계산해야 하고, 같은 그림을 완벽히 다시 그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작품에는 기술보다 시간과 집중, 감정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AI는 수채화 스타일의 이미지를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지만, 원화 앞에서 사람들이 감동하는 이유는 그림이 예뻐서만이 아닙니다. 붓을 든 시간, 물감이 마르길 기다린 시간, 고민하며 완성한 과정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든 시간과 흔적을 함께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시간’에 가치를 두는가

오래된 사찰이나 고궁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오래돼서’가 아닙니다. 수많은 손길과 세월, 살아남은 이야기가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건물을 오늘 새로 짓는다면 같은 무게로 바라보지 않을 겁니다. 문화유산이 귀한 이유는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새겨진 시간의 밀도 때문입니다.

시간은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시간이 응축된 것에서 진짜를 느낍니다. 리움의 몰입 공간도, 유영국의 삼각형 산도, 성율의 번진 물감 자국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이 진정성의 증거라는 것.

 

마케팅에 대한 생각

AI는 결과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까지는 대신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제작 자체는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담아내는가,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일수록 사람의 역할은 더 선명해집니다. 고객을 만나고 현장을 경험하며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일, 그 경험을 브랜드의 언어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기술은 결과를 빠르게 만들지만, 가치는 시간이 만든다.

앞으로 마케팅이 집중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경험과 생각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

변화는 언제나 기술이 만들지만, 브랜드의 깊이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사람다움은, 결국 오래 들여다보고 사유하는 시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전시를 둘러보고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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