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 AX, 돌아보고 짚어보는 일

AI와 함께 코딩 콘텐츠 제작 업무 방식을 확장하며 AX를 고민하는 모습

 

AX, 돌아보고 짚어보는 일

 

안경애 영림원소프트랩 콘텐츠실장

Executive Summary

  • AX는 새로운 AI 도구를 도입해 업무 속도를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다시 나누어 보고, 사람이 해야 할 일과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 AI와 함께 일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의 경험과 판단을 기록하고 축적하는 일이 중요해지며, 이를 조직의 업무 방식과 연결해야 개인의 변화가 조직의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영림원소프트랩은 AI 시대의 업무 혁신을 기술 도입에만 두지 않고, 사람과 업무 프로세스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 본 콘텐츠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까만 터미널 창을 보면 지금도 다가가기 힘든 세계라는 두려움이 듭니다. IT 분야에서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기술과 용어를 접했고,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소화해서 기사를 써왔지만 코딩의 세계는 멀고도 어려웠습니다. 대학 시절 전산학개론 수업을 들을 때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AI를 만나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생각을 정리해 글로 옮기는 것입니다. 다만 그 일과 연결된 많은 작업은 AI로 보완할 수 있고, 전에는 시도조차 못했던 일까지 손이 닿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닫혀 있던 검은 창이 열리다

컴퓨터 안의 파일과 폴더를 읽고 작업하는 AI 도구를 접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대감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글의 초안을 만들고 이미지를 손보다가 HTML로 넘어갔습니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웹페이지를 직접 구현하기도 하고 작은 웹사이트 하나를 뚝딱 만들기도 했습니다. HTML 구조를 이해해서 해낸 게 아닙니다. AI와 몇 번씩 고치고 다시 만들다 보니 텍스트만 만들던 사람이 웹까지 손을 뻗게 된 것입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ChatGPT와 의논하며 며칠간 만들던 바이브코딩 앱을 통째로 뒤집기도 했습니다. 다른 AI에게 검수를 시키자 “대기업급 소프트웨어 만드냐”는 지적이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깎아냈습니다. 한 길로 한참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와 다른 길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포기했던 일을 직접 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비용이 크게 낮아진 덕분입니다.

돌아보면 단순한 콘텐츠 포맷의 확장이 아닙니다. 취재하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닿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동시에 수십 년간 접했지만 제대로 몰랐던 용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프론트엔드는 어떤 과정으로 구현되고, 서버와 데이터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전에는 기사를 쓰기 위해 겉핥기식으로 이해했다면 바이브코딩으로 더 익숙해지다 보니 실질적인 쓰임이 궁금해졌습니다. AI가 개발을 대신해주니 개발을 몰라도 되는 게 아니라, 아예 포기하고 닫아뒀던 검은 터미널 세상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을 돌아보고 짚어보기


그 과정에서 시시때때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고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뭔가. AI가 있어서 비로소 해볼 수 있게 된 것은 무엇인가.
AX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로 일의 효율과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하나씩 돌아보고 짚어보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일 늘어나니 이 질문을 수시로 던져야 합니다. 기존의 일을 쪼개놓고 중간중간에 AI를 끼워 넣는 게 아니라 AI가 가진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의 구조와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요즘은 ‘기억’과 ‘기록’이라는 두 단어를 자주 떠올립니다.
AI가 나를 이해하며 일하려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식으로 판단하고, 무엇을 시도했다가 포기했고 어떤 기준으로 결과물을 평가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AI와 함께한 시행착오와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기록과 기억을 함께 쌓고 공유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AI를 ‘도구’에서 ‘동료’로 바꾸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직의 AX 돌아보기

이 질문은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AI 덕분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글 쓰는 사람, 디자인하는 사람, 개발하는 사람의 일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뉘었다면 이제 그 경계를 조금씩 넘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의 업무 구조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개인의 확장된 역량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AI 활용이 왜 조직의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지만 개인에게서만 이유를 찾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조직을 바꾸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작은 시도로 가능성을 짚어가며 단계적인 변화를 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몇 사람이나 작은 프로젝트 단위로 기존보다 약간 넓은 업무 범위와 실행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개인에게 일어난 AX가 팀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보고 구조를 고쳐 나가는 방식입니다.

저는 여전히 ‘코맹(코딩문맹)’에 가깝습니다. AI가 코드를 보여주면 ‘복붙’ 하기 바쁘고, 이 AI에게 기획한 것을 저 AI에게 화면 캡처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어렵고 막히는 게 있으면 풀릴 때까지 AI를 붙잡고 늘어집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습니다. 모르는 것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보는 배짱이 생겼습니다. 까만 터미널 창이 예전만큼 무섭지는 않습니다.
조직의 AX 역시 그 시작과 진행 과정에서 일과 업을 돌아보고 짚어보는 노력이 필수일 것입니다. 정답이 없는 가운데 함께 묻고 답을 찾아가며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톱다운식 밀어붙이기보다 느려 보여도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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