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 MCP시대, 기업 IT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MCP시대, 기업 IT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안경애 영림원소프트랩 콘텐츠실장

Executive Summary

  • MCP와 헤드리스 아키텍처의 확산으로 AI 에이전트가 ERP를 비롯한 기업 시스템의 데이터와 기능을 직접 활용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 IT의 사용자 경험과 시스템 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 그러나 연결이 쉬워질수록 시스템별 권한과 승인 규칙, 데이터 처리, 감사 기록을 일관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는 더욱 복잡해지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업무 규칙의 중요성도 커집니다.
  • 기업은 AI에 시스템의 문을 열기에 앞서 기존 연동 구조와 데이터 품질을 정비하고, 업무별 AI 권한과 사람의 승인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 연결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 본 콘텐츠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무 담당자가 AI 비서에게 말을 건넨다.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올릴 보고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다. 실시간 재무 데이터와 분석, 짚어봐야 할 재무 위험까지 담긴 자료가 불과 몇 분 만에 만들어진다.

눈여겨볼 것은 달라진 작업 과정이다. ERP 메뉴를 찾아 들어가 조회 조건을 넣고, 결과를 엑셀로 내려받아 다시 손보는 과정이 크게 줄었다.

이런 업무 방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ERP 전문기업 아큐매티카는 이달초 최신 버전을 출시하면서 MCP(Model Context Protocol) 연결 기능을 선보였다. 클로드, 챗GPT 등 AI 도구가 정해진 권한 내에서 ERP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자사 ERP의 수만 개 업무 화면과 수십만 개 기능을 AI 에이전트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MCP 서버를 발표했다. 워크데이는 지난해 6월 MCP와 A2A(에이전트 간 통신) 규격을 지원하는 에이전트 게이트웨이를 발표하고 외부 AI 에이전트까지 연결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MCP는 앤트로픽이 2024년 11월 공개한 개방형 표준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이 외부 데이터와 도구에 접속하는 방식을 표준화한 규약이다.

MCP와 함께 주목받는 개념이 헤드리스(Headless)다. 사람이 보는 화면과 그 뒤의 데이터·업무 로직을 분리하는 설계 방식이다. 화면을 거치지 않고도 API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연결이 쉬워질수록 복잡해지는 기업 IT

MCP와 헤드리스가 기업 IT에 가져오는 변화는 업무 화면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업 시스템은 사람이 정해진 화면과 절차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호출한다. 시스템마다 따로 만든 연동과 권한 관리 방식으로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사용자가 ERP 데이터를 조회할 권한이 있다고 해서 AI에 그 권한을 제한 없이 넘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기업 포레스터는 한 분석에서 기존 기업 IT 아키텍처의 한계를 지적했다. 오랫동안 기업이 구축해 온 시스템은 정해진 요청과 응답, 사전에 정의한 업무 절차, 사람의 작업 속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여러 공급사가 만든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시스템을 넘나들며 작업하게 되면 기존 구조만으로 일관된 관리와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트너도 MCP와 기존 API를 결합한 통합 전략,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권한 위임, 중앙에서 연결과 정책을 관리하는 게이트웨이 설계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MCP는 연결 방식을 표준화하지만 기업 IT시스템 전체의 통합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결이 쉬워질수록 전사적인 통합 구조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기존 ERP와 CRM, 그룹웨어, 데이터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있고, 어느 지점에서 접근 권한과 업무 실행을 통제하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연결 통로가 생긴다는 것은 보안 측면에서도 살펴볼 일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어떤 AI가 어느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어디에서 처리하는지, 어떤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기업과 솔루션 공급사의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이뤄지는 업무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ERP의 구매 승인 규칙, 그룹웨어의 결재 절차, 은행 지급 시스템의 실행 권한이 서로 다르게 관리된다면 AI가 그 사이를 오갈 때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할까.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진은 지난 8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와 도구,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때 생기는 위험을 줄이려면 식별과 인가, 감사 같은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AI가 누구의 요청으로 어떤 시스템에 접근했고, 무슨 작업을 수행했으며,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IT의 보안과 통제 체계를 AI의 업무 방식에 맞춰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화면이 걷히면 드러나는 진짜 실력

이런 변화는 기업 IT시스템 내에 축적된 데이터와 업무 규칙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킨다. AI가 이달 원가율이 왜 높아졌는지 분석하려면 어떤 계정이 원가에 포함되는지, 어떤 거래가 예외에 해당하는지, 누가 어느 데이터를 볼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구매를 진행할 때도 승인 한도와 거래처 선정 기준, 재고 정책 등을 따라야 한다. 이처럼 기업의 업무를 움직이는 규칙들은 오랜 기간 ERP 안에 축적돼 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달초 X에 올린 글에서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기업의 핵심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을 덜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상태 관리의 중요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판단이 필요한 곳에는 AI를 활용하되, 기존 소프트웨어의 확정적인 처리 방식이 더 빠르고 저렴하며 신뢰할 만한 업무는 그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MCP, 연결에 앞서 해야 할 일

기업이 준비할 일도 분명하다. 우선 기존 시스템의 연동 구조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ERP와 주변 업무 시스템들이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는지, 연결 과정에서 사용자 권한과 승인 규칙은 어디서 적용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AI를 연결할 때마다 새로운 통로를 개별적으로 만드는 대신, 공통된 보안 정책과 감사 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AI에 어디까지 일을 맡길지도 정해야 한다. 재무와 구매, 영업 등 업무별로 조회와 분석을 허용할지, 데이터 입력과 업무 실행까지 맡길지 구분하고 필요한 승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급, 계약, 회계 확정처럼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무는 AI가 준비하고 사람이 승인하는 방식 등 위험에 맞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IT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현업의 업무 책임자와 보안 담당자, 경영진이 함께 판단해야 할 문제다. 솔루션 공급사에는 AI 접근 시 기존 사용자 권한과 감사 기록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데이터가 어디서 처리되는지, 쓰기와 실행 기능을 누가 통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AI 연결 기능과 사용량에 따른 비용도 새롭게 점검할 부분이다.

실무 현장에서는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래처와 품목 같은 기준 정보를 정비하고,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던 예외 처리와 승인 기준을 문서와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MCP는 기업 IT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과 그 연결을 통해 기업의 핵심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AI에 시스템의 문을 열어주기 전에 그 문이 어디로 이어지고, 누가 어떤 권한으로 드나들며, 어디까지 일을 맡길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연결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그 연결을 관리하는 기업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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