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 AI 혁신, 선후가 뒤바뀌진 않았습니까?

AI 혁신, 선후가 뒤바뀌진 않았습니까?
안경애 영림원소프트랩 콘텐츠실장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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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 우한에 위치한 슈나이더 일렉트릭 공장.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AI가 직원 교대 근무 스케줄을 작성한다. 그런데 알고리즘의 계산식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고객 주문에 맞춘 최적의 생산 일정뿐 아니라 작업자 개인별 숙련도, 선호하는 근무 시간대, 건강 상태와 피로도 데이터까지 함께 계산한다. 사람을 이미 짜인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계획을 세울 때부터 고려해야 할 주체로 본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 중 하나로 선정한 이 공장이 확인한 결괏값은 뜻밖이었다. 공장의 직원 업무 몰입도는 62%에서 96%로 향상됐고 불량률은 46% 낮아졌다. 노동 생산성은 50% 이상 높아졌다. 사람을 배려한 알고리즘이 결과적으로 공장이 더 빨리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효율 중심주의가 만든 착시
많은 기업이 AI 전환(AX)과 자동화를 추진하며 한 가지 착각에 빠진다. 알고리즘의 연산 속도와 시스템의 자동화율이 올라가면 조직의 경쟁력이 정비례해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런 조직에서 사람은 최적화 공식의 ‘변수’나 ‘비용’으로 격하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현장은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이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나 감시자로 느껴지는 순간 조직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저항과 피로감이 쌓인다. AI 알고리즘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쓰는 현장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못한다.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쑤저우 공장도 인력 배치 알고리즘에 직원의 웰빙을 핵심 변수로 넣었다. 건강 위험군 직원에게 가벼운 업무를 우선 배정하고 피로 누적이 심한 직무는 자동 순환시켰다. 직원 스스로 일정 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게 했다. 그 결과 직원 만족도는 55%에서 96% 이상으로 높아졌고 이직률은 70% 낮아졌다. 기술이 사람의 안녕을 고려한 결과 자발적인 몰입과 생산성 증대로 이어진 것이다.
앱으로 현장 문제를 직접 푸는 기술자들
또 다른 등대공장인 중국 푸젠성 닝더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로우코드 플랫폼과 대형언어모델(LLM)을 손에 쥐어주자 현장 운영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돕는 디지털 비서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현장 맞춤형 앱은 350개가 넘는다. 40명 미만이던 디지털 인재는 약 470명으로 늘었고 인적 오류는 71% 감소했다. 직원 1인당 이익도 50% 높아졌다.
하이얼 충칭 공장 역시 현장 근로자가 모바일 앱으로 개선 과제를 직접 요청하고 기여도에 따라 포인트와 이익 공유로 보상받는 체계를 구축해 문제 해결 주기를 47% 단축했다. 그 결과 현장 근로자의 개선 참여율은 19%에서 61%로 높아졌다.
이들 공장의 공통점은 기술의 주도권을 현장 가까이 옮겼다는 데 있다. 구성원들은 본사가 내려보낸 시스템을 수동적으로 쓰는 ‘사용자’에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설계자’로 거듭났다.
속도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
물론 현장의 자율성 확대가 무질서한 시스템 난립이나 보안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업 차원의 IT 거버넌스와 표준 가이드라인이 단단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닝더 발전소와 하이얼의 성과 뒤에는 현장의 창의성을 안전하게 담아낸 백본 시스템과 확실한 보상 구조가 있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기술과 데이터, 인재에 고루 투자한 등대기업들은 생산성이 11% 이상 향상된 반면 인적 요소를 소홀히 하고 기술 도입에만 치중한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은 4% 수준에 머물렀다.
격차를 만든 것은 AI 모델의 성능만이 아니었다. 구성원이 기술을 자신의 조력자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 조직 설계와 보상 정책이었다.
우리 회사의 AX는 현장 구성원의 참여와 몰입에서 출발하는가? 현장의 자율적 혁신을 촉진할 거버넌스와 보상 체계는 준비되어 있는가?
구성원들의 혁신 참여도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경영자라면 속도에 대한 조급증을 내려놓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곱씹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