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ERP와 감추어진 프로세스

정인호 PM, Management Contents.

 

치아 임플란트 시술에는 잇몸 양생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을 봅니다. 노년에 접어든 시술 대상자중에는 임플란트가 심어질 잇몸과 잇몸 뼈가 녹아서 지지대가 없어진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다시 그 잇몸 뼈와 잇몸을 살릴 수 있는 양생 기술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인공 잇몸 뼈를 이식하고 잇몸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양생이라고 하는데 6개월 정도 지나면 임플란트를 이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도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역시 양생 기간이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여 자연의 지면과 잘 어울려서 숨쉬게 되면서 하나가 되게 하는 건축 기술이 있는 듯 합니다.

기업이 아날로그 경영을 벗어나서 디지털 전환을 하는데 ERP라는 인공 이빨이 있다면, 양생을 위한 인공 뼈나 양생 기술은 무엇이 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ERP 서비스 유형으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Customization은 양생 기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술 용으로 제작된 인공 이빨 자체를 교정하는 작업에 해당되므로 아마도 무척 비싼 임플란트 솔루션이 될 것 같고, 기술자도 구하거나 양성하기 어려워서 사업성은 없어 보입니다.

최근에 대세로 지목되는 Cloud SaaS ERP는 어떨까요? 양생이라는 과정이 거의 고려되지 않은 관계로 아직은 단지 독립적인 인공 이빨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Cloud SaaS ERP가 아직 폭발적인 성장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잘 도입하여 쓰고 있는 기업을 보면 그 잇몸 자체가 튼튼하고 회복력과 근육의 신축성이 탁월하여 표준 인공 이빨이 짧은 시간에 원래의 기업 환경에 잘 녹아지게 되도록 자체적인 양생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존의 ERP 구축 사업 형태 중에서 저가 ERP를 도입하여 쓰는 기업은 아직 임플란트까지는 아니고 그냥 스케일링 정도의 서비스를 받은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즉 잇몸의 입장에서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아직 잇몸이 자라고 있고 심지어는 이빨도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서, 임플란트와 같은 시술을 하기에는 시기 상조이거나 앞으로도 잇몸이나 구강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므로 아직 임플란트 환경 양생의 대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통적인 대규모 SI 성격의 ERP 구축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어쩌면 임플란트와 같은 솔루션이 없으면 안되는 극한적인 상황이었다면 저가 양생 기술이나 저가 고품질의 상용화 가능한 해결책이 널리 상용화 되었음 직도 한데, 모든 사업의 경우에 고가 컨설팅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는 고급 컨설팅 사업체의 이해와, 고객의 요구사항을 받아서 현장에서 확인해 가면서 그 콘텐츠를 축적함으로써 패키지를 더 발전시켜가는 과정에 있는 IT SW 업체의 내부 사정과, 그룹의 자금을 한쪽으로 몰아갈 다양한 필요가 있는 대기업의 이해가 잘 조화가 되어, 임플란트 방식의 SW 기술의 상용화는 좀 지연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양생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로 바라봄이 필연적이 아닌가 합니다. ERP 양생 기술을 ERP의 SW적인 발전 관점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기업 쪽에서 다가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적으로 Cloud SaaS ERP를 도입하여 쓰고 있는, 위에서 언급된, 기업 스스로 훌륭한 양생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업체들에 대한 연구가 좀 필요할 듯 합니다. 똑 같은 임플란트 표준 제품을 가지고도 성공적으로 그들의 잇몸과 구강 구조에 잘 융합이 되도록 한 그 요인을 어디에 있을까요? 그 해답은 소규모 SI 성격의 ERP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면서 Cloud SaaS ERP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이미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프로젝트 교육을 준비하면서, 현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하여 준비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겨서, ERP가 제공하는 부문과, 또 그와는 별개로 혹은 연계되는 형태로, 현업과 ERP의 중간 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부분 사이의 경계 지점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ERP 시스템이 그 운영 형태와 업무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환경설정 영역을 살펴보면서, 가급적이면 먼저 그 기능과 콘텐츠를 활용하여 고객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접근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ERP 업체의 입장에서는 Customization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대안이며, 기업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ERP를 통하여 업무의 어떤 부분이 접목되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며, 상당한 부분에서 ERP의 지원 영역과 한계를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 적용 상황에 대입하여 보면서 발견한 점은, 업무의 운영에는 겉으로 보이는, 흔히 말하기를 산업별 업무 표준 혹은 Business Practice라고 하는 부분, 즉 ERP에서는 Business Transaction 혹은 Business Process라고 하는 영역이 있고, 그 이면에 추가적으로 감추어진 Process를 보게 됩니다.

물론 ERP 제안서에는 ERP영역과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영역이 구별되어 표시되어 있으나, 그 ERP 외적인 영역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은 것은 많은 손실이요 불찰이 것 같습니다.

마치 외과적인 처방과 내과적인 처방과 또 신경학적인 진단 및 처방이 있고, 거기에 더하여 한의학적인 기의 흐름을 다스리는 처방 등 인체 의학을 위해서 다양한 현상이 연구되어온 것에 비하면, 기업의 아픔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이 분야에서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함에 안타까움과 함께, 그 영역에서 아직도 여지가 많음에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외과적이고 눈에 보이는 프로세스와는 달리, 감추어진 프로세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탁월한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해 온 방법일 수도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오랫동안 ERP 컨설팅을 해 온 전문가가 나름 자신만의 Excel 노트에 간직하고 있는 비방일 수도 있습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프로세스와, 거기에 접목되어 존재하는 다양한 방법론과, 자동화가 가능한 연산 논리와, 산업 공학적인 이론과 지식들은 그 기본적인 소양이 되며, 그러한 기초 지식이 쌓인 후에야 비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영역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지식과 논리로 준비되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상세하고 구체적인 현장 구축 및 운영 체험을 들어갈 때, 현학적인 수사에 그치는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생 프로세스의 예로서는 ERP 전문가가 보유한 초기 시스템 구축 및 설정 과정이나 원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활동들의 모임과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 현장에서 그들이 9시부터 6시까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월 어떻게 일하는지를 다시 살펴본다면, 거기에서 ERP와 기업의 양생 역량에 대한 단서가 많은 부분 찾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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