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프로세스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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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Voyager Project Team, R&D.

 

최근 인터넷에서 Global Top ERP 업체인 S사가 5년 후에는 기존의 ERP 시스템이 제공하는 업무 관리 프로세스의 50% 정도는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로 대체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최근 RPA, AI, IoT, Big data 등 미래 기술 4인방이 Hot Issue로 거론되면서 정부의 R&D 지원 과제에서 집중적인 지원 대상 과제로 떠오르고, 더 나아가서 그런 분야가 아니면 아예 지원 대상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거나 그 위에 청년 창업 지원 흐름이 일어나면서 그런 신기술 부문의 기술과 비전을 가진 청년 사업가의 품귀 현상까지 일어날 것 같습니다.

5~6년 전에 역시 인터넷 상에서 “향후 사라질 직업 10가지”와 같은 제목으로 특히 세무사, 심지어는 판사까지도 거론되던 기사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무렵에 Cloud SaaS가 등장하면서 진지하게 기업의 Mission Critical 업무 시스템까지도 자동화가 되는 세상이 오는 것으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그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는 Gartner에서 “Cloud SaaS 시스템의 (특히 ERP와 같은 Enterprise Mission Critical Business Management System) 10가지 오해” 등과 같은 내용으로 여전히 컨설팅은 Cloud SaaS 시대에도 필요한 서비스 항목 임을 거론했고, 비슷한 시기에 Forrester Research에서도 Cloud ERP 사업이 동반한 10가지 수익 모델로서 업무 컨설팅은 여전히 존재할 수익 모델임을 표현하는 자료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기업 업무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 Process 입니다. 위의 신기술 4인방이 태어난 바탕에는 그 적용 분야가 있을 것이고,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Data와 어떤 기술이 어디에 필요한지 그 적용 부문과 적용 방법, 즉 Process에 대한 심층 연구가 선행되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 국방부 헬기 개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핵심 기술을 외국에서 구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통합 운영에 대한 안목이 결여되어 서로 맞지 않는 기술을 억지로 연결하다가 그 연결 부위에서 균열이 일어났던 것처럼 시간과 인력의 낭비가 될 것입니다.

업무 Process의 50%가 아니라 그 이상이 자동화 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그런 부분은 이미 노출되고 공유된 영역으로서 반복적인 실행의 영역이 대부분일 것이며, 부가가치가 거의 없거나 이미 충분히 수익을 창출해 왔던 기능으로서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 지식 자산의 감가상각이 진행된 영역으로, 그 수치에 별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식 산업에서 고부가 가치는 원초적 지식 영역으로 갈 수록 커질 텐데, 즉 어떤 절대적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동적이고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종속적인 업무 영역의 자동화 영역에 치중하기 보다는 설혹 사업의 시작은 종속적인 영역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학습을 통하여 점차로 그 원초적인 독립변수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근본적인 대응 체계를 도출하였을 때 지속적인 부가가치의 창출에 유리할 것이고 그렇다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의 영역에서 그러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 process 분야에 조예가 있을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분들로서, Process의 정의를 내릴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식사를 하면서 혹은 별도로 경연을 요청해서 듣기도 하고 또 주위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탁월한 실적을 보여 준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하면서 나름 듣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Process라는 용어는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용과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ERP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임한 친구의 말은 Process 구현은 매우 쉽고 대화로 풀어나가면 된다는 그런 의견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프로세스에 대한 썰렁한 농담이 있었는데 문 열고, 코끼리 넣고, 닫고 였습니다. 또 어떤 경험 많은 PM이 제게 하는 말이 PM은 세 마디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해! 했어? 왜 안 했어? 였습니다. 듣고 나서 저 혼자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이미 많은 경험이 있어서 자신은 문제 해결의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자신이 초보 전산 전문가로서 업무 현장의 프로세스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라서 질문조차도 어려웠던 아픈 기억과 코끼리를 냉장고에 밀어 넣는 괴로움은 망각으로 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유명한 컨설팅 전문 기업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지금은 강의만 하는 컨설턴트인데, 특히 프로세스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다는 친구를 초청해서 강의도 듣고, 또 소그룹으로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컨설팅 업체의 입장에서 일을 해온 사람이다 보니 전체적인 프로세스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업무 지식과 그 구조, 특히 다양한 BOM의 속성과 그 결과 업무로 나타나는 모습과 실전 경험 이야기가 와 닿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던지는 말이 지금까지는 영업 차원에서 약을 판 것이고, 진짜 이야기는 사업 비밀이니 더 물어보면 곤란하다면서 웃었습니다. 강의료를 준비해야 다음에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업무의 부분적인 영역에 대해 개발 분야에만 집중해온 개발자가 묻기를 Process를 따라가면 될 텐데 현업에서 따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과, 전산실에 오래 근무한 친구가 Data 입력만 잘되면 문제가 없다라는 이야기와, 과거에 ERP는 BPR 기능을 내재하고 있으니 기업은 시스템이 제시하는 프로세스만 따라가면 업무 개선과 경영 혁신이 자동으로 된다는 다소 과격한 의견들은 관계 없는 듯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현상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표준 프로세스가 소프트웨어 Robot화 되는 것은 이미 진행되었습니다. QB라는 Cloud Platform업체는 1000개 정도의 ERP, SCM, CRM 등의 모듈을 무료로 제공하고 타 기관의 정보를 끌어오는 API를 제공하여 이 무료 모듈과 연계하는 등의 서비스 Platform이 수익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의 성공 요인은 Expert의 확보에 있는 듯 하고 여전히 멘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위 미래 기술의 4대 천왕을 도입하든지, 그래서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든지, 어떠한 경우라도 멘토는 필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기술은 현업 담당자에게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한 대화의 기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결국 문제와 해답은 현장에 있고, 많은 암묵적인 지식이 전파처럼 프로세스의 공간에 흘러 다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 현업의 담당자, 관리자 혹은 경영자가 자기 자신도 확실히 모르거나, 알려고 하면 그 옆 부서의 되도록이면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거쳐야 한다거나, 혹은 일이 너무 많아 지거나, 그런 감성적인 부문을 감지하고 교감할 수 있는 역량과, 표준 프로세스는 물론 그 업무의 처음과 나중, 그리고 업무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파악하여,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Expert가 더욱 필요하고, 아마도 당분간은 미래기술 4대 천왕은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보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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