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컨설팅 심리학

 

정인호 PM, Management Contents.

 

컨설턴트들 사이에, 비록 그들이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공감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 아마도 프로젝트 초기의 기 싸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단 고객 기업의 내부 전문가와의 관계뿐 아니라, 만약 다소 규모 있는 프로젝트의 PM이라면 거기에는 업무 부문별 책임을 맡은 PL들이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외부 조직에서 참여하는 컨설턴트가 있을 것인데 그들과의 관계에서도 암암리에 기의 겨룸이 있고 간혹 기선 제압도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또 컨설턴트마다 타고난 기질이 있어서 그 성향에 따라서 프로젝트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천성적으로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실제 역량보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진정으로 높게 평가하는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컨설턴트는 초기 프로젝트 미팅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그동안 자신이 겪어온 프로젝트의 무용담을 늘어놓게 되는데 대개 이런 분들은 언변에 능하며, 또 실제 그 말하는 내용에는 심히 공감되는 부분도 있으며, 거기에 더하여 스토리를 매우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관계로 초기 판세의 장악 능력은 인정해 주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과거에 그와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은 그와 다시 프로젝트를 하기는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말이 앞서다 보면 불필요한 약속을 하게 되고, 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본인의 희생적 노력보다는 팀원들에게 부담을 떠 넘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와는 아주 대조되는 유형으로서, 은둔하여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항상 자기가 맡은 부분은 미리 챙겨 두는 알뜰 형이 있습니다. 책임 문제에 매우 민감하여 말을 아끼며, 또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과도하게 염려하여 혹시나 추가 요구사항이 새로이 드러나서 프로젝트의 부하가 걸리거나 시스템 수정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나와서 납기가 지연될까 염려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의 패키지의 기능에서 벗어난 솔루션은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늘 하던 패턴의 업무에는 매우 능하고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지만, 새로운 사항이 나타나게 되면 일차적으로 그것을 다시 눌러서 덮으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좁은 시야와 자신이 경험한 영역에 대한 과도한 확신 내지는 집 지키기 속성으로, 집착이 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초기 계약 조건과의 사이에 논리적 괴리가 발생하여 그동안 쌓아 둔 신뢰를 갉아먹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연식이 있는 컨설턴트의 경우라면 조직의 지원으로 프로젝트는 진행이 되겠습니다.
화려한 현장 프로젝트 경력이 있는 컨설턴트의 경우에는, 간혹 그들의 화려함 뒤에 조직과 브랜드의 그림자가 90%를 차지하여, 실제 그들 자신도 본인의 역량과 그것을 뒷받침해준 조직의 역량 사이에 혼란을 일으켜 자신의 역량을 조직의 역량과 같게 착각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들의 화려한 프로젝트 경력은 그가 속했던 부서의 경력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연식이 늘면서 듣고 본 것은 많으나 실제 스스로 그 성공을 창출해 본 경험은 거의 없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참여 컨설턴트를 모집하는 사전 모임에서는 매우 강한 풍모를 유지하는데,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하게 되면 초기의 그 기세는 간 곳 없고, 프로젝트 시작 몇일 후에는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다가 곧바로 밑천이 드러나서 그 프로젝트 기업 현장의 책임자의 배려로 문제는 보고되지 않지만 프로젝트는 마음씨 고운 총괄 책임자가 마지못해 꾸려나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컨설턴트는 자신이 강한 분야를 가지게 됩니다. 때로 탁월한 컨설턴트를 만나기도 하지만 인간의 능력의 한계로 모든 분야에 능할 수는 없으며, 많은 경우 그 탁월한 컨설턴트는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지 않으며, 결코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진행 하지도 않고 자신보다 역량이 적은 사람이라도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를 가끔 보았습니다.

제가 같이 일해 본 한 컨설턴트는 생산관리 분야에서 아주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첫 미팅에서 생산 책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빠르며, 즉각적으로 선생님의 위치를 확보하게 됩니다. 한 주일 정도가 지나면 그 회사의 대표와 각별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몇 개월 후에는 아예 그 회사의 반영구적 고문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가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는 통로는 대부분 과거에 그 프로젝트를 발주했던 기업의 대표 혹은 공장장 등 성공 경험을 가졌거나 비록 성공이 아니더라도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소개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지금도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자신의 일정과 페이스로 진행을 합니다. 그의 성공은 결코 거시적인 영역에 대한 역량이 아니고 생산 공정의 기본에 충실하며 작은 분야에 대하여 현장 사람들의 체질과 생각을 바꾸는 지도력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즉 현장 인력과의 공감대는 그들이 가진 역량과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며, 현란한 논리나 크고 멋진 그림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도 염려하는 것이 있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도를 하다가 보면 은근히 그 기업의 사업 결과에 대하여 과도한 부담을 가지게 되고, 또 기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며 그래서 한 기업의 지도 기간은 2년 미만의 기간이 적절하고 그 이상의 전사적인 지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조업 컨설팅에 매우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끌었던 어떤 대표 컨설턴트는, 한동안 ERP에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마 그가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ERP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서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그가 대기업에 있을 때 함께 근무하면서 만난 ERP 소프트웨어 부서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제가 그 양쪽 분들을 모두 만나보았고 일도 같이 해 보았기 때문입니다만, 그는 ERP 컨설턴트를 컨설턴트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그의 기준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프로세스는 작동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으며, 최근에 들어와서야 ERP 업체와 협력하여 강의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경영관리 소프트웨어 사업 영역에서 아직 ERP라는 용어가 없고 MIS로 통용되고 있을 때는 비록MIS 패키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고쳐주는 Customization이 당연한 일이었고, 그래서 현장 경험의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소프트웨어 공학 도구를 통해서라도 사용자와의 업무적인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 꽤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업무 별 컨설턴트가 따로 있어야 했고, 그들의 업무적인 깊이는 고객을 지도할 수 있거나 최소한 고객의 의도를 파악해서 시스템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업무 역량과 소프트웨어 역량의 균형이 중요했습니다.
지금의 ERP 패키지는 그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개별 컨설턴트가 가진 역량보다 더 많은 지식을 내포하고 있으니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유의할 사항이 있다면, 고객의 현장과 관리자와 경영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십은 ERP를 활용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ERP 컨설턴트의 몫으로서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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