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골프와 디지털 경영 메카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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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Voyager Project Team, R&D.

 

과거에 골프는 부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보편화 되었습니다. 주위에는 업무 필요로 골프를 시작해서 골프 지도자 자격을 따서 아예 사업으로 가시는 분도 보았고 저처럼 연식만 오래되고 핸디캡은 줄지 않는 민망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만, ERP 컨설팅을 하다가 보니 경영과 골프 사이에 유사한 메커니즘이 있는 듯 하여 주제넘지만 짧은 지식을 한번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골프를 배울 때 첫 단계로 그립과 셋업을 가르칩니다. 생각할수록 이 부분이 정보 시스템의 Master Data와 성격이 너무나 흡사한 것 같습니다. 골프에서 그립 모양에 따라서 백스윙 동작이 달라지는데, ERP에서 Master Data의 속성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예상하지 않았던 수정 보완 작업이 따르고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과, 그립이 적절치 않은 골퍼가 그 이후에 잘못된 시작을 보상하기 위한 무리한 근육과 골격의 부담을 가지게 되고 많은 경우 드러나지 않는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골프와 정보 시스템의 초기 설정 단계의 유사점인 것 같습니다.

그립이 적절치 않으면 백스윙에서 무게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고 중심을 잡으려다 보면 오른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스윙 궤도가 틀어지고, 다시 궤도를 안으로 다잡으려고 하다가 보면 오른 팔 엎어치기로 귀결되면서 결국은 슬라이스로 나타납니다.

Master Data에서 품목의 구매 경로, 구매 소요 시간, 단가, 무게, 부피, 단위, Lot 속성, Set 처리 여부 등의 속성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 이후에 판매, 구매, 생산, 물류의 모든 부문에서 사소한 많은 불편이 발생하여 Customization의 요구 사항으로 이어지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급하게 관리 항목을 추가하여 프로그램을 추가해서 부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한 달 후에는 고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 결산이 안 맞거나 Data가 안보이거나 하는, 대표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결국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직접 가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는데 해결사로 대접을 받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겠습니다.

백스윙 이후 원심력을 살려서 골프 공을 골프 채의 중앙으로 정확히 임팩트를 가하려면 백스윙에서는 오른쪽 힘을 빼고 다운스윙에서는 왼쪽 힘을 빼면서 왼 축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축의 전환은 마치 ERP 시스템 운영에서 각 부서 간의 소통 과정과 같습니다. 판매관리에서는 정보의 축이 품목과 고객이고 구매에서의 축은 품목을 이루는 구성 요소인 자재와 거래처이며, 생산관리에서의 축은 품목과 생산 라인입니다. 각 부서들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각 부서의 업무 속성과 특성에 따라서 정보 체계의 축은 각 업무 영역의 효율을 위해서 운영되지만 각 부서의 영역을 떠나서 다른 부서로 정보가 넘어갈 때는 다른 쪽 정보의 축으로 운영되고 조회되고 입력되어야 하며, 이의 조율을 위해서 부서간 업무 협의체가 운영이 됩니다. 각 부서 간의 정보는 전사적인 경영 효율성이라는 큰 원심력의 축을 유지해야 하며, 어느 특정 부서의 독선에 의한 운영이 되면 축은 무너지고 결과는 보이지 않는 손실과 협업의 간격과 이익률의 저하로 나타날 것입니다. 골프에서 이 원심력의 유지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멀리 보내려는 욕심과 내기에 이기려고 하거나 싱글을 유지해야 한다는 집착입니다. 골프의 백스윙이 잘 이루어지려면 오른쪽 힘을 빼고, 다운 스윙에서는 왼쪽이 힘을 빼고 축을 세워 줌으로써 오른 쪽이 최대한 정확히 후려칠 수 있도록 버텨줍니다. 이러한 양보와 희생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업무 운영에서도 부서 이기주의를 배제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사고입니다.

골프 지도자들의 골프 레슨을 옆에서 보면, 교습의 전후와 전체 강좌의 진행 과정을 모르고 시간 날 때 가끔 보는 경우에는 저렇게 가르쳐도 되나 하고 염려되는 대목이 가끔 보입니다. 구력은 있지만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박혀서 문제가 깊어진 골퍼일수록 많은 훈련으로 거리와 점수를 보상받은 까닭에 자기의 훈련 방식을 철석같이 믿는 경우에 레슨 프로가 극단적인 교정 과정에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되거나 절대로 하지 말아야할 훈련 방법 List를 제시하거나 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 시스템도 이와 마찬가지로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처음 시스템을 구축할 때 어떤 컨설턴트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ERP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하는 업체 혹은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 지도하는 컨설턴트가 그들이 사업과 서비스를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떤 시각을 가지고 지식을 쌓아왔느냐 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그들이 어떻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소화해 왔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인데, 골프에서도 시작과 끝의 전 과정을 이해하는 전문 골퍼가 가르치는 방식과 가끔 잘 맞는 사람이 가르치는 것과의 차이에 따른 대가는 클 것입니다.

골프 교습의 마지막 과정이 스윙 템포와 실전에서의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파격적으로 처음부터 언급하는 강사도 보았습니다만, 이유는 몸으로 느껴보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과정인 듯합니다. 셋업과 백스윙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서 무게 중심의 축과 이동이 잘 진행되었다면 결과는 팔로우에서 나타납니다. 왼 발이 제대로 똑 바로 서서 지탱하고 있고, 오른 쪽 어깨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돌출하며, 왼 팔 역시 자연스럽게 접어져서 골프 채는 어깨를 넘어 갈 것입니다. 비거리 또한 크게 힘쓰지 않아도 기대보다 멀리 날아갔을 것이고, 소리는 경쾌합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시스템의 선택과 구축, 운영의 전 과정에서도 그 나중을 보면 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스스로 정보 시스템의 운영이나 동작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항이 있습니다. 마치 골프에서 앞 단계가 잘 이루어지면 팔로우 스윙이 저절로 좋은 모습으로 이루어 지듯이, 시스템 도입 이후, 현업에서 매일, 매주 하는 일이 효율적으로 바뀌게 되고 각 부서와 개개인의 업무 일과표와 직무와 보고의 모습이 유연해 지며, 기존의 부서 간 회의와 전체 회의의 진행도 목소리가 낮아지며, 부서 간의 회의체의 운영에서도 정확히 다루어야 할 품목과 상호 협조 사항 등이 사전 공유되거나 준비된 상태에서 협의 시간도 단축되며, 관리자의 역할과 현업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가 명확해 질 것입니다. 결국에는 기업의 업무 습관이 발전적인 기업 문화로 이어지고 골퍼의 습관도 개선될 것입니다.

정보 시스템 컨설팅에서 특정 업무 영역의 요구 사항을 기존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현하려 한다거나, 부분적인 업무 편의 기능 위주로 시스템 상담이 진행된다면 골프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드라이버 장타 치는 요령만 가르쳐서 많은 시간을 한쪽에 투자하게 하거나 장타를 내기에 좋은 골프채로 바꾸어서 연습장에서 바로 눈으로 효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거리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요령이나 임시 방편보다는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정보 시스템 컨설팅과 습관을 고쳐주는 프로 골프 지도자를 만나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경영, 그리고 좋은 습관과 일관된 스윙으로 골프를 즐기게 되는 행운이 있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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