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 리포트] 제가 만난 가장 강한 리더는, 가장 많이 ‘묻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가장 강한 리더는, 가장 많이 ‘묻는’ 사람이었습니다

 

AI 시대, ‘관리자’에서 집단지성을 이끄는 ‘코치’이자 ‘퍼실리테이터’로

 

Executive Summary

  • AI가 정보와 전문성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면서,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가장 많이 아는 관리자에서 팀의 집단지성을 끌어내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AI 시대의 리더는 구성원에게 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 코치이자, 다양한 의견이 안전하게 모이고 더 나은 결론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 의미를 부여하고, 정답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며, 구성원에게 믿음을 주는 일은 여전히 사람인 리더의 몫이며, 이러한 전환은 회의에서 가장 늦게 말하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됩니다.

 

※ 본 콘텐츠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창훈 가인지컨설팅그룹 사업대

 

지난 십수 년간 저는 참 많은 방을 드나들었습니다. 회장실의 묵직한 가죽 소파에도 앉아 봤고, 신입사원들이 어색하게 명함을 만지작거리던 OJT 교육장에도 있었습니다. 임원 워크숍, 팀장 코칭, 비전 워크숍, 연말 성과 면담의 현장. 그 방마다 직급도, 나이도, 고민의 무게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오래 훑다 보면 한 가지가 보입니다. 어느 조직이 살아 있고 어느 조직이 시들어 가는지는, 멋진 전략 보고서가 아니라 ‘리더가 회의에서 어떻게 말하는가’에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AI라는 큰 파도 앞에서, 리더라는 자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말입니다.

지난가을, 한 제조기업 본부장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20년 넘게 현장을 지킨, 누가 봐도 유능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말씀이 없으시더니, 한참 만에 이렇게 털어놓으셨습니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지난달에 입사 2년 차 친구가 AI로 30분 만에 만든 시장 분석을 가져왔는데… 제가 일주일을 끙끙댄 것보다 더 정확하더라고요.

그날 밤 잠이 안 왔습니다. 제 20년이… 30분으로 따라잡힌 건가 싶어서요.”

— 어느 제조기업 본부장

 

저는 그 말씀에 담긴 두려움을 압니다. 그건 한 사람의 위기가 아니라, 한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01  우리가 알던 ‘관리자’는, 사실 공장 시대의 발명품이었습니다

 

잠깐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 보겠습니다. ‘관리자’라는 자리는 원래부터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100여 년 전, 수천 명이 한 공장에서 똑같은 작업을 나눠 하던 시절에 생긴 자리입니다. 그 많은 사람을 줄 세우고, 시키고, 점검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죠.

관리자의 힘은 사실 단순했습니다. ‘나는 네가 모르는 걸 안다’였습니다. 위에서 무슨 방침이 내려오는지, 옆 부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정보는 위로 모이고, 아래로는 통제되어 흘렀습니다. 거기에 10년, 20년 쌓은 전문성이 더해지면 그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두 가지, ‘정보 우위’와 ‘전문성’을 AI가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다. 좋은 AI 하나면 입사 2년 차도 부장의 분석력에 30분 만에 닿습니다. 앞서 그 본부장님이 느낀 두려움의 정체가 이것입니다.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평생 딛고 서 있던 땅이 흔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 이런 역설을 자주 봅니다. 정작 가장 불안해하는 분은 일 못하는 리더가 아니라, “이건 내가 제일 잘 알지”를 평생의 자부심으로 삼아 온 유능한 리더라는 것입니다.

 

 

02  그럼 무엇이 남느냐고요? ‘혼자 똑똑한 것’이 아니라 ‘함께 똑똑한 것’입니다

 

관리자의 무기가 무뎌진 자리에서, 조직은 이제 무엇으로 이길까요? 저는 ‘집단지성’이라고 답합니다. 말은 거창해도 어렵지 않습니다. 옛말로 하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다양성), 눈치 안 보고 말하고(독립성), 그 생각들이 한자리에 잘 모여야(통합) 합니다. 이 조건이 갖춰지면 팀은 그 안의 가장 똑똑한 한 명보다 더 나은 답을 냅니다. 반대로 이게 깨지면, 사람이 열 명 있어도 결국 한 사람 목소리만 울리는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됩니다.

여기서 AI 시대의 진짜 핵심이 나옵니다. AI는 모두의 기본기를 끌어올립니다. 이제 누구나 똑똑한 비서 한 명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셈이죠. 그러니 개인 실력의 차이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조직의 차이는 어디서 날까요? ‘누가 더 똑똑한 사람을 데리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누가 더 잘 끌어모으고, 거기에 AI를 어떻게 얹느냐’에서 갈립니다.

“AI가 알아서 다 모아 주지 않냐”고요? 천만에요. AI가 아는 건 이미 글로 적힌 지식뿐입니다. 정작 승부를 가르는 건 글에 없는 것들입니다. 고객이 “음… 한번 생각해 볼게요”라고 할 때 그 망설임의 진짜 의미를 아는 영업사원의 감(感), 도면을 보다가 “뭔가 이상한데”를 느끼는 엔지니어의 촉. 이 살아 있는 지혜는 어떤 AI도 대신 못 합니다. 이걸 끌어내고 연결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새 임무입니다.

 

 

03  그래서 리더의 자리가 옮겨 갑니다 — ‘답 주는 사람’에서 ‘답 나오게 하는 사람’으로

 

이쯤에서 한 팀장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코칭 교육 중에 제게 답답한 얼굴로 이러시더군요.

 

대표님, 자꾸 질문하라고 하시는데요. 답을 뻔히 아는데 모르는 척 묻는 게… 저는 더 고구마 같습니다. 그냥 알려주는 게 빠르지 않나요?”

— 어느 팀장

 

충분히 이해됩니다. 우리는 평생 ‘답을 빨리 주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배워 왔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코치’와 ‘퍼실리테이터’의 차이를 짚어야 합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릅니다.

 

이런 순간 예전의 ‘관리자’라면 AI 시대의 ‘코치·퍼실리테이터’라면
일을 시킬 때 “이렇게 하세요.” “○○님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으세요?”
회의에서 내 결론부터 말한다 가장 늦게 말하고, 가장 먼저 묻는다
실패했을 때 “누구 책임이야?” “여기서 우리가 뭘 배우죠?”
성과의 원천 리더 한 사람의 머리 팀 전체의 집단지성

 

코치는 ‘한 사람’을 봅니다. 코칭은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던져, 상대가 스스로 답에 닿게 돕는 일입니다. 그 팀장님께 제가 드린 답도 같았습니다. “답을 주면 그 친구는 그 답까지만 자랍니다. 질문을 주면 그 친구는 답을 찾는 힘이 자랍니다.” 당장은 고구마 같아도, 1년 뒤 그 팀의 실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여럿’을 봅니다. 회의나 워크숍이라는 ‘판’을 까는 사람이죠. 자기 의견을 보태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흩어진 생각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음 편히 부딪치고, 더 나은 결론으로 합쳐지도록 ‘과정’을 돌립니다.

AI 시대의 리더는 이 둘을 다 해야 합니다. 한 사람과 마주 앉으면 코치가 되고, 회의실에 들어서면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거죠. 가인지가 비전 워크숍과 리더십 훈련에서 가장 공들이는 게 바로 이겁니다. 리더를 ‘제일 말 많은 사람’에서 ‘제일 잘 묻고, 잘 판을 까는 사람’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04  그래도,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여기서 또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코칭이고 퍼실리테이션이고, 그것도 결국 AI가 하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기법으로만 보면 언젠가 AI가 흉내 낼 겁니다. 그러나 사람인 리더만 할 수 있는 일이 셋 있습니다.

하나, 의미를 주는 일. AI는 ‘어떻게 가면 빠른지’는 알려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 산을 오르는지’는 말해 주지 못합니다. 지난 호에서 이남원 이사님이 ‘내 일의 의미’를 짚으셨지요. 그 의미를 구성원의 가슴에 심는 일은, 따뜻한 사람의 몫입니다.

둘, 선택하는 일. AI는 주어진 목표 안에서 최적의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무엇을 포기할지, 답이 없는 갈림길에서 책임지고 한쪽을 택하는 것은 사람만 합니다. 리더십은 정답을 푸는 게 아니라, 정답 없는 곳에서 손드는 일이니까요.

셋, 믿음을 주는 일. 집단지성은 신뢰라는 땅 위에서만 흐릅니다. 정주용 대표님이 강조하신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퍼실리테이션도 빈껍데기입니다. “저도 틀릴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잘 몰라요, 가르쳐 주세요” — 이렇게 자기 약함을 보일 줄 아는 리더 앞에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입을 엽니다.

이 셋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결국 경영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는 것. 관리자에서 코치·퍼실리테이터로 바뀐다는 건, 사람을 ‘쓰는’ 리더에서 사람을 ‘키우는’ 리더가 된다는 뜻입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그랬죠. 조직이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해내게 만드는 곳이라고. AI 시대에 이 말은 멋진 명언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됩니다.

 

 

05  현장에서 본, 잘되는 리더의 ‘작은 차이’

 

제가 수많은 조직을 다니며 확인한 게 있습니다. 이 전환은 ‘타고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작은 습관’의 문제라는 것. 잘되는 리더와 무너지는 리더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데서 갈립니다.

회의에서. 무너지는 리더는 자기 결론부터 던집니다. “내 생각엔 A가 맞는 것 같은데, 다들 어때요?” 이 한마디에 회의는 끝납니다. 누가 사장님 앞에서 “B요”라고 하겠습니까. 잘되는 리더는 거꾸로 합니다. 제일 늦게 말하고, 제일 먼저 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세요?”

1:1에서. 무너지는 리더는 조언과 지적으로 30분을 채웁니다. 잘되는 리더는 “요즘 어떠세요? ○○님 생각은요?” 한마디로 문을 엽니다.

실패 앞에서. 무너지는 리더는 “누구 책임이야?”를 묻습니다. 잘되는 리더는 “뭐가 이걸 가능하게 했고, 우리가 여기서 뭘 배우죠?”를 묻습니다. 이 한 끗 차이가 ‘다시는 도전 안 하는 조직’과 ‘실패에서 배우는 조직’을 가릅니다.

AI 앞에서. 무너지는 리더는 AI를 ‘직원 감시·대체용’으로 봅니다. 잘되는 리더는 AI를 팀의 머리를 키워 주는 ‘열세 번째 팀원’으로 들이고, 사람은 판단과 관계라는 더 사람다운 일에 집중하게 합니다.

언젠가 한 중소기업 대표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 딱 한 가지만 바꿔 보겠다 하셨습니다. ‘회의에서 내가 제일 마지막에 말하기.’ 석 달 뒤 다시 뵈었더니 웃으며 이러시더군요.

 

대표님, 신기한 게요. 제가 입을 닫으니까 직원들 입이 열립니다. 제가 평생 못 듣던 아이디어가 쏟아져요.”

— 강남에 위치한 50명 규모 제조 유통 중소기업 O대표

 

이게 전부입니다.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입 닫는 연습’ 하나였습니다. 물론 의지만으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사흘이면 원래대로 돌아가니까요.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가인지의 핵심습관 훈련, 비전 워크숍, RMP 리더십 프로그램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좋은 리더의 행동을 ‘성격’에 맡기지 않고, 조직의 ‘습관’으로 굳히는 일이죠.

 

 

끝맺으며  결국, 지휘자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떠올려 봅니다. 지휘자는 어떤 악기도 직접 연주하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을 제일 잘 켜서 그 자리에 선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100명의 연주자가 혼자서는 절대 못 내는 소리를, 지휘자는 끌어냅니다. AI 시대의 리더가 꼭 그렇습니다. 제일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제일 좋은 답이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에 그 자리에 서는 사람입니다.

처음의 그 본부장님께, 헤어지며 제가 드린 말씀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본부장님의 20년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자리를 옮길 때가 된 겁니다. 제일 많이 아는 사람에서, 제일 좋은 답이 나오게 만드는 사람으로요. 그건 AI가 절대 못 하는, 본부장님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리더 여러분께 두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가장 먼저 답을 말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그리고 가장 좋은 답은, 누구의 입에서 나왔나요?

 

이 두 질문의 답이 같다면, 내일 아침 회의에서 딱 하나만 바꿔 보시길 권합니다. ‘가장 마지막에 말하기.’ 거기서부터, 전환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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