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 리포트] 질문이 사라진 회사는 미래도 없다

질문이 사라진 회사는 미래도 없다

침묵이 지배하는 회의실에서, 어떻게 조직의 생명력을 되살릴 것인가

 

 

이남원 기업문화혁신사업부 이사

 

침묵이 만들어낸 비극들

영림원소프트랩 권영범 대표이사의 저서 『질문 — 조직의 혁신을 불러오는 힘』은 조직의 침묵이 단순한 소통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역설합니다.
대표이사는 평소 사내 회의에서 “질문하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라고 누차 강조하십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두 가지 사례는, 그 말이 단순한 경영 구호가 아님을 뼈저리게 일깨워 줍니다.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 인근 언덕에 충돌하여 승객과 승무원 25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사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항공기 결함도, 기상 악화도 주된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부기장과 항공기관사는 기장의 접근 방식에 명백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계적인 조종실 문화 속에서 상급자인 기장에게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치명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하급자의 질문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고, 그 침묵은 254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01년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은 한때 〈포춘〉 선정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를 7년 연속 차지했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경영진의 조직적 분식회계와 비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알아챈 직원들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받거나 조직에서 밀려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수의 내부고발자가 뒤늦게 용기를 냈을 때는, 이미 수만 명의 직원과 수십만 명의 투자자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후였습니다.

기업도, 국가도, 시대도 다른 두 사례의 근본 원인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문화, 즉 ‘침묵의 문화’가 조직을 재앙으로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침묵의 메커니즘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회의실에서도 조용히 작동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국 회의문화의 민낯 45점.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회의문화의 종합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습니다. 낙제점입니다. 조사에서 드러난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응답자의 74%는 “결론은 이미 정해놓고 의견을 묻는 척하는 회의”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68%는 “불필요한 회의가 너무 자주 열린다”고 했으며, 56%는 “회의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리멤버 리서치(2024)의 최신 서베이에서도 응답자의 27%가 “회의가 결론 없이 끝난다”고 했고, 24%는 “상급자 위주의 수직적인 회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우리의 회의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묵이 흐르고, 진짜 생각들은 회의가 끝난 뒤 복도와 카페에서만 소곤소곤 나눠지고 있습니다. 비효율적 회의로 인한 인건비 손실은 500인 기업 기준 연간 약 6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돈보다 더 큰 손실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이 가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소멸입니다. 회의실에서 나왔어야 할 아이디어, 제기됐어야 할 문제, 공유됐어야 할 통찰이 침묵 속에 사라질 때, 그 손실은 어떤 숫자로도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왜 우리는 침묵하는가

문제는 사람이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침묵의 세 가지 뿌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의견을 낼 공간 자체가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 아젠다 공유 없이 소집되는 회의, 상사가 먼저 결론의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에서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입니다. 대한항공 조종실의 부기장처럼, 문제를 알면서도 말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신뢰 문제’입니다. 의견을 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는 말하지 않습니다. “발언했다가 그 일이 내 일이 됐다”, “반론을 제기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경험이 쌓이면, 침묵은 학습됩니다. 엔론의 직원들이 그랬듯, 조직의 분위기가 솔직한 발언을 위험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구성원은 침묵을 최선의 전략으로 선택합니다.

셋째는 ‘습관 문제’입니다.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직장에서도, ‘좋은 질문’보다는 ‘좋은 답’을 훈련받아 온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질문 습관이 발달하지 않은 조직에서 “자유롭게 말해보세요”라는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AI 시대는 이 문제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경험하고 계시겠지만 AI는 정답을 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얼마나 예리한 질문, 즉 프롬프트(Prompt)를 누가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AI의 효용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조직에 아무리 비싼 생성형 AI를 도입해도, 그것은 결국 ‘비싼 검색엔진’에 불과합니다. AI가 발달할수록, 개인과 조직 모두에서 질문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에버레스크, 침묵을 깨는 구조를 설계하다

영림원소프트랩이 일상적으로(Ever) 질문(Ask)하는 문화를 촉발하고 확산하기 위해 에버레스크(EverAsk)를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질문은 수직적 구조의 한계를 넘어, 열린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설계다’라는 문제의식이 에버레스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에버레스크는 기업문화의 축소판이자 바로미터인 ‘회의’를 세 단계로 재설계합니다.

먼저 회의 전 단계입니다.
회의실 예약 시점에 안건과 어젠다가 공유되고, 참석자들은 이를 사전에 검토한 뒤 익명 기반으로 의견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아닌 ‘사안’ 중심의 논의가 가능해지고, 평소에는 드러나기 어려웠던 다양한 관점이 회의 전에 드러납니다.

회의 중에는 사전에 취합된 의견이 토론의 출발점이 됩니다.
상사가 먼저 방향을 제시하는 대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시작되며, 참석자들은 이미 안건을 숙지한 상태에서 보다 깊이 있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익명 기반의 브레인스토밍, 설문, 투표 기능을 통해 침묵하던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회의 후에는 논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결론과 실행 계획(3W: What, Who, When)을 명확히 합니다.
이를 통해 논의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줄이고, 회의의 실질적 효과를 높입니다.

최근 에버레스크 활용 현황을 점검한 결과, 초기에는 우려되었던 ‘익명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실제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익명이라는 장치가 개인 간의 위계와 관계 부담을 낮추면서, 보다 솔직하고 정제된 의견과 질문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불필요한 회의 시간이 감소하고, 자유로운 질문과 의견이 증가했으며,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던 안건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자, 침묵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리더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과 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에버레스크가 ‘촉발의 장치’라면, 그것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리더의 역할입니다.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십시오.
회의에서 리더는 가장 나중에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먼저 결론의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이후의 논의는 그 방향으로 수렴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리더가 열린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나온 뒤 마지막에 정리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답을 모르겠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한 문장이 팀의 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괌 사고 이후 대한항공은 조종실 내 의사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했습니다.
부기장이 기장에게 명확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절차와 표현 방식을 훈련하고, 위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항공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는 바뀔 수 있습니다.
단, 구조와 리더의 행동이 함께 바뀔 때 가능합니다.

질문이 살아있는 조직만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침묵은 조직을 서서히 약화시킵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그 침묵을 깨는 변화에, 33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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