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永-Way 단상 29 “밥 한 끼의 행복” (2022.05.02)

“밥 한 끼의 행복”

2022.05.02

지난 토요일 아침에 모처럼 둘째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점심에 무얼 먹고 싶으냐 물으니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해서,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직접 담근다고 쓰여 있는 조그만 청국장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좌석은 좌식과 입식 합쳐 도합 여덟 개 밖에 안 되는 허름한 집이었고, 7,000원 짜리 청국장 두 개와 된장찌개 하나를 시켰습니다. 찌개가 나오기 전에 덜어 먹는 반찬 통과 빈 접시를 갖다 줘서 4 가지 나물과 두 가지 김치를 알맞게 덜어 맛을 좀 봤더니 반찬 하나 하나가 다 입에 꼭 맞았고, 요즘 보기 드물게 큰 달걀 후라이를 일인당 한 개씩 갖다 주어 식전 요리로 맛있게 먹다가 주요리인 찌개가 나와 맛을 보니 정말 손맛이 무엇인지가 짜릿하게 느껴지는 한 끼가 되었습니다.

그 날엔 저녁에도 아내가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돌아 오는 바람에 저녁 준비가 너무 늦기도 하고 해서 산책 겸 외식을 하자고 같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지 2년이 좀 안되어 주변에 익숙하지도 않고 해서 좀 배회하다가 ‘닭 한마리 22,000원’이란 간판의 좌석 6개 짜리의 작은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나 뿐인 메뉴를 주문하자 주인이 양념통들을 담은 작은 쟁반과 잘게 썬 부추 한 접시, 그리고 다진 마늘이 담긴 종지를 갖다 주었습니다. 가르쳐준 대로 마늘을 조금 넣고 각종 양념과 부추로 양념장을 만들고 엄나무로 함께 끓여 나온 닭냄비에 나머지 마늘을 듬뿍 넣었습니다.

아내와 그 국물을 한 수저 맛보는 순간 ‘야!’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오는 깊고 시원한 맛이었고, 떡 사리를 한 점 찍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 순간 둘이는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잘 익은 닭고기와 양념장의 궁합이 그야말로 일미라고 말하며 먹었습니다. 여태 먹어 본 그 어떤 삼계탕보다 맛있었고 국물 한 점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사실 집에서 제대로 한 끼 해 먹고 설거지까지 하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입니까? 음식점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그 많은 손님들의 점심과 저녁을 매일 준비하고 치워야 하는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칫 짜증스럽고 힘들 수도 있는 일을 이렇게 고객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인내와 정성을 쏟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먹고 나서 아내한테 넌지시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을 지속하면 정말 복을 짓는 삶이 될 것 같다’고. 정말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한 끼가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 또 오면 가격을 25,000원으로 올리셔도 된다고 말씀 드려야지’ 라고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은 그 일이 힘들수록 더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즐길수록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베푸는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 속의 숙제도 생겼습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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