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永-Way 단상 18 “부끄러운 마음과 자랑스런 마음” (2021.06.01)

 

“부끄러운 마음과 자랑스런 마음”

 

2021. 06. 01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

이 윤동주의 <서시>를 젊어서 가슴에 품고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난하게 살 망정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라는 의식이 어떤 일도 두렵지 않게 헤쳐 나가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이 힘으로 해냈던 자랑스런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릅니다.

 

  • 실패하면 600만$ 짜리 올림픽 전산 시스템을 사와야 했던 3 개월 만에 처음 개발한 전국체전 시스템을 83’체전 기간 6일 동안 11시간 쪽잠을 자면서 완성했던 일
  • 1991년 미국서 홀로 듣고 온 이론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IBM 대형 경영정보시스템을 18개월 동안 하루는 안양에서 자고 하루는 태능 집에 와서 자면서 완성해냈던 대한페인트잉크의 PC 서버로 구성된 다운사이징 시스템
  •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라는 각오로 10명의 개발팀과 밤낮 없이 개발해 1997년 국내 최초로 출시했던 ERP ‘시스템’
  • 50세에 60 여 명의 인력이 참여헸던 ‘롯데칠성음료 ERP 프로젝트’ PM을 주중에 수행하면서 주말에 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 석사를 공부해서 학위를 땄던 일
  • 마지막 PM을 맡았던 국내 최초의 클라우드 ERP인 ‘시스템 에버’ 서비스를 출시하며 맞았던 환갑- 그로 인해 발병한 갑상선 암과 완치 치료

 

그렇게 힘들지 않았으면 아마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부터 3년 간 ‘한마음 협의회’라는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매주 2팀씩 오후 3시부터 저녁 와인 모임까지 200회-직원 개인은 12회-를 달성했을 때도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았던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것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차 무뎌지고, 주변 사람들과 타협하며 지내면서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지게 됨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이 무뎌진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작은 욕심들을 다 버리고 보다 큰 일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런 의식이 점차 무뎌지니 큰 일에 도전할 생각도 안 들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럴 기회도 안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크고 어려운 일에 도전할 기회가 없어지니 이제 자랑스런 일들도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래 다시 마음을 먹어 봅니다, 간결한 삶을 지향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거기서 절약되는 에너지를 은근과 끈기로 ‘많은 사람들한테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가는 자랑스런 삶’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사람은 부끄러운 마음을 살려, 부끄럽지 않게 살 때 자랑스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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