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 리포트] AI에 종속되지 않는 힘, ‘성취근력’을 키워라
AI에 종속되지 않는 힘, ‘성취근력’을 키워라
AI시대 진정한 팔로워십의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근육을 키우는 것입니다

정주용 인재의숲 대표
“AI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 가장 위험한 착각
지난 4편에서 저는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지금 우리 조직에서는, 주니어 사원이 리더의 의견에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 요즘 현장에서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AI가 내놓은 답에 대해 아무도 “이게 맞습니까?”라고 묻지 않는 장면입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AI가 그럴싸하게 내놓은 결과물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AI를 잘 활용하라”고 독려합니다. 그런데 구성원이 AI에게 “이건 어떻게 할까요?”를 넘어 “이렇게 하면 됩니까?”를 묻기 시작하는 순간, 조직은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에 의존하게 됩니다.
AI 시대에 가장 시급하게 재정의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팔로워십(Followership)’입니다.
로버트 켈리가 경고한 것: 양처럼 따르는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로버트 켈리(Robert Kelley) 교수는 1992년 저서 『팔로워십의 힘(The Power of Followership)』에서 팔로워십을 두 가지 축으로 분류했습니다. 하나는 ‘독립적·비판적 사고(Independent, Critical Thinking)’의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주도적 참여(Active Engagement)’의 수준입니다.
켈리는 이 두 축을 기준으로 다섯 가지 팔로워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두 유형이 ‘수동형(Passive)’과 ‘순응형(Conformist)’입니다. 수동형은 시키는 것만 하고, 순응형은 비판 없이 리더의 뜻에 따릅니다. 두 유형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약합니다.
반면 켈리가 이상적으로 제시한 ‘모범형 팔로워(Exemplary Follower)’는 리더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조직의 목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필요할 때 리더의 의견에도 용기 있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지금 AI 시대에 이 분류를 다시 보면 섬뜩합니다. ‘AI가 내린 결론에 아무 의심 없이 따르는 사람’은 켈리의 분류에서 정확히 ‘순응형 팔로워’입니다. 대상이 상사에서 AI로 바뀌었을 뿐,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패턴은 동일합니다.
켈리의 통찰은 30년이 지난 지금, AI 시대에 더욱 예리하게 빛납니다. 진정한 팔로워십은 ‘잘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기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근육’이다 — 성취근력의 등장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라.” 현장에서 수없이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실제로는 잘 안 될까요?
저는 오랫동안 이것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과 심리학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의 문제’입니다.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저서 『내면소통』에서 ‘마음근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마음근력이란, 외부의 부정적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 상태를 조절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심리적 역량입니다. 신체 근육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기업상황에 맞게 재정의했습니다. 이름하여 ‘성취근력(Achievement Muscle)’입니다.
성취근력은 외부의 위협과 압박, 그리고 AI가 내놓는 그럴싸한 답변 앞에서도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비인지 역량입니다.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과 무관하게,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습니다.
뇌과학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의 뇌는 위협적인 자극을 받으면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가 먼저 반응합니다.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면 이성적 판단과 창의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 억제됩니다. 이 상태를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ing)’이라고 합니다.
지나친 업무 압박,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이 편도체를 자극합니다. 그 결과 구성원은 ‘생존 모드’에 갇혀 방어적이 되고, 시키는 것만 하게 됩니다. 바로 켈리가 경고한 ‘수동형 팔로워’가 되는 것입니다.
성취근력은 이 과정을 역전시키는 훈련입니다.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스스로 인식하고, 전전두피질이 주도권을 되찾도록 하는 루틴을 근육처럼 반복훈련을 통해 키우는 것입니다.
성취근력을 기르는 세 가지 루틴
성취근력은 세 단계의 훈련으로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감정 라벨링입니다. 팀장에게 예상치 못한 전면 수정 요구를 받았을 때, 즉각적인 방어 반응을 3초간 멈추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말로 표현합니다. “지금 내 안에 억울함과 불안감이 올라오고 있구나.” 이 단순한 언어화 과정이 뇌의 혈류를 편도체에서 전전두피질로 이동시킵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지 재구성입니다. 인지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ABC 모델에 따르면, 사건(A)이 결과(C)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신념(B)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팀장이 나를 무능하다고 본다(비합리적 신념)”를 “팀장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계획을 보완하려 한다(합리적 신념)”로 전환하는 훈련입니다. 이 전환이 일어날 때, 무기력 대신 주도적 실행이 시작됩니다.
셋째는 미세 습관 설계입니다. 강한 의지로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는 뇌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반드시 실패합니다. 행동과학자 제임스 클리어가 강조하듯, 이미 매일 수행하는 기존 행동 뒤에 새로운 몰입 행동을 연결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면, 메신저를 열기 전 오늘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업 리스트를 적는다.” 작지만 일관된 루틴이 쌓일 때 뇌 신경망이 재해석되고, 비로소 성취근력이 내재화됩니다.
AI 시대, 성취근력이 팔로워십의 핵심인 이유
다시 켈리의 모범형 팔로워로 돌아옵니다. 그가 제시한 핵심 역량은 ‘독립적 사고’와 ‘주도적 참여’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 역량은 모두 성취근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편도체에 하이재킹 당한 상태에서는 독립적 사고가 불가능합니다. 생존 모드에 갇힌 상태에서는 주도적 참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성취근력이 단련된 사람은 AI가 내놓은 답변 앞에서도 “이것이 정말 맞는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리더의 지시 앞에서도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합니다. 실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찾아냅니다.
이것이 AI 시대에 조직이 필요로 하는 팔로워십의 본질입니다.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AI에 의존하지 않으며, AI를 도구로 부릴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안에는 반드시 단단하게 단련된 성취근력이 있습니다.
4편에서 소개한 비전달성 네비게이터에서 ‘기둥’은 조직을 떠받치는 구성원의 역할입니다. 기둥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환경(문화)과 뿌리(제도)가 있어도 나무는 자랄 수 없습니다. AI 시대의 기둥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흔들리지 않는 성취근력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기여하며, 조직의 비전을 함께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리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구성원들은 AI가 내놓은 답에 ‘정말 맞는가?’를 스스로 묻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조직만이, AI를 진정으로 활용하는 조직입니다. 그리고 그 조직을 만드는 것은 시스템이나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취근력입니다.
성취근력은 타고나지 않습니다. 훈련을 통해 오늘부터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