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회 영림원CEO포럼]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가치경영을 실현하려면”
이유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 주제 강연

“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으로, 기업은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꽃을 피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고객가치경영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이유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15일, 212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유재 교수는 “사업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다. 시장이 포화되고,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오늘날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이다”라며, 이번 강연에서 고객가치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차별화된 전략과 감동적인 서비스로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그리고 실제 기업 사례를 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답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가치로
동네 가게가 됐든 중견기업이 됐든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돼 있고 고객이 계속 찾아주게 될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을 한다. 나는 다양한 고객만족 지수를 개발했는데 실무자들에게 자문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질문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성공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과연 그 비용이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예를 들면 미국의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을 수상한 월리스라는 파이프 제조 기업은 상을 수상한 지 2년만에 파산한다. 이익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플로리다의 전력사는 데밍상을 수상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과가 부진해서 회장이 옷을 벗었다. 고객 만족은 곧 기업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사례들이다.
고객 만족은 상승했지만 기업 성과는 하락한 이 사례에서 생각해볼 것은 “이익은 도외시하고 고객만족점수에만 집착하는가?”, “가치가 작은 고객만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는가?”, “가치가 큰 고객은 오히려 불만족스럽게 하지 않는가?” 등이다.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전망 좋은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내는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거기에 가자고 했더니 싫다는 거였다. 그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였다. 한번은 가볼 만한데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다. 고객은 얼마나 만족했느냐 그 자체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 대비 만족을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비용 대비 효과이다. 고객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얘기하는 ‘Value for the Customer’이다.
또 고객만 비용 대비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기업도 이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 한다.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거래하는 고객들의 수익성의 합으로 결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기업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Value of the Customer’이다.
최근에는 이 고객 가치라는 것을 기업이 창출해서 전달하는 개념이 아니라 가치 창출이나 확산의 가장 중요한 주역은 고객이어야 된다고 얘기한다. 고객이 최고의 영업 사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스스로가 창출하고 확산하고 공유하는 가치를 ‘Value by the Customer’라고 나는 정의한다.
기업들은 예전부터 고객 가치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런데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렇게 애매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없다. 대부분 ‘Value for the Customer’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다. 고객 가치를 이해하려면 여기에다 ‘Value of the Customer’와 ‘Value by the Customer’를 함께 봐야한다. 이 세가지 차원을 함께 생각하고 키워가는 것이 고객가치경영이다. 즉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을 탐색하고 이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만들어 이 관계를 발전시켜서 장기적인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다.
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의 핵심 개념이 △고객 만족 증대 목표 △고객만족도 평가 △Value for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 △고객=가치의 수동적 소비자 △가치의 제공 등이었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가치 혁신 목표 △비용 대비 효과 평가 △Value for, of, by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하지 않음 △가치의 상호 교환 등이다. 고객가치경영에서 가치의 상호 교환이라는 것은 마치 오래된 연인들처럼, 기업이 고객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 줄 때 고객도 기업에 사랑을 되돌려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
그러면 고객가치경영의 세가지 축 ‘Value for, of, by the Customer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 실무자들에게 ’당신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경쟁사보다 비싸지 않냐, 어떻게 맞춰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을 못한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 도식은 ‘원가(C)<가격(P)<가치(V)’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한다. 또 고객 관점에서는 지불한 가격보다 내가 얻었다고 체감하는 가치가 높아져야 고객은 잉여가 생겼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객이 지불한 가격 대비 가치를 높게 만들어주는 것이 ‘Value for the Customer’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많은 기업들이 가격 중심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건 제로섬 게임이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은 잉여를 갖지만 고객은 손해를 보며,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잉여를 높이지만 기업은 마진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고객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의 제안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가격 민감도를 낮추고 소모적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게 되면 총소유비용(TCO)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누군가 “당신 회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실무자는 머리를 긁적거릴 것이 아니라 ”네, 비쌉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쌉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지불하는 가격으로 볼 때는 비싼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 쓰고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싸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Value for the Customer’에서 가치는 비용 대비 품질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분모는 가격+이용 비용이며, 분자는 결과 품질+과정 품질이다. 여기서 고객을 위한 가치를 높이려면 분자를 높이거나 아니면 분모를 줄여야 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가격을 다운시키거나 아니면 가격은 변동이 없더라도 이용 비용을 줄여주면 고객은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마존이 운영하는 신선 식품 배달 및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대시 카트는 여기에 올려진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를 한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은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편안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편리미엄’이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신조어로, 해야할 일에 대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감소하며,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 고객의 잠재가치를 파악하라
다음은 ‘Value of the Customer’에 대해 살펴보겠다.
먼저 도미노피자 사례다. 도미노피자의 여러 점포 가운데 성공한 점포를 보니 8달러짜리 피자를 10년간 주 1회 사 먹는 고객을 4000달러 가치로 평가하며, 직원들에게 이 가치를 강조했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8달러 짜리 피자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4천달러를 기여하는 고객을 대하는 것이라고 하자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피자를 더 정성스럽게 만들고 배달함으로써 고객 만족과 충성도가 현격히 높아졌다.
이 도미노피자 점포의 성공비결은 고객의 잠재 가치를 파악한 것으로, ‘고객의 가치(value of the customer)’를 나타내는 고객생애가치 개념을 잘 보여준다. 고객생애가치란 고객이 특정 기업과 거래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이익의 순현재가치다. 즉 고객의 미래 수익성 흐름을 합해 현재 가치로 산출한 것이다. 고객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기여할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또다른 사례로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나면 벌어지는 두가지 큰 이슈를 해결해 성공했다. 하나의 이슈는 외국에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오는 게 렉카가 아니라 변호사다. 그러다보니 법정 비용이 많이 든다. 또다른 이슈는 사고가 나면 이걸로 끝내야 되는데 이런저런 문제를 더해 사고를 부풀리는 보험 사기가 벌어진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접수되면 쏜살같이 현장에 가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고객의 비용 절감은 물론 보험사에서 들어가는 법정 비용이나 보험 사기를 줄였다.
모든 고객이 평등한가?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선거에서 투표는 누구에게나 한 표이지만 시장에서의 고객의 투표권은 한 표짜리가 있고 2천 표짜리가 있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상품 수익성과 고객 수익성은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의 어느 리조트에서 테마파크와 호텔의 수익성을 분석했는데 호텔은 수익성이 높은 반면 테마파크는 수익성이 저조한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테마파크는 방치하고 수익성이 높은 호텔에 집중 투자했다. 그런데 리조트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많은 고객들이 테마파크 때문에 리조트를 방문해 호텔에 묵었는데 테마파크가 열악해지니 방문객이 줄고 객실 점유율이 감소한 것이다.
상품 수익성을 관리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각 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제거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집중한다. 한 슈퍼마켓에서 우유가 수익성이 낮으니 없앴다고 생각해보자. 쇼핑 온 고객은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난 후 우유가 필요하므로 다른 점포를 방문해야 한다. 번거로운 상황이다. 결국 고객은 우유가 있는 다른 마트에서 쇼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고객이 줄고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은 상품 당 수익성이 아니라 방문고객 당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필요하다면 유지해야 할 것이다. 즉 수익성 관리의 초점을 상품에서 고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객의 가치’를 제고하려면 △가치가 높은 고객을 유치해 고객의 구성을 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가치만이 아니라 미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가치가 높은 고객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때로는 가치가 낮은 고객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생애가치별로 세분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계를 관리해 가치를 키워야 한다.
미국 1위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의 강점은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고객 당 평균 주문 금액이 우버이츠 같은 경쟁사보다 높다. 게다가 구독서비스인 대시패스 가입자가 9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주문하는 우량 고객이다. 세콤 같은 무인경비 서비스를 살펴보자. 신규 가입자에게는 CCTV, 센서, 통신장치 등을 설치해 준다. 이렇게 초기에 회사가 부담한 기기 및 설치비용은 월 사용료를 통해 회수한다. 따라서 이용기간이 손익분기점을 지나 길어질수록 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애플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한다. 그리고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통해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고객의 가치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수행하는 데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단기 성과를 측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고객 가치는 고객과 같이
샤오미는 팬덤 경영으로 4년 만에 17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고객을 단순히 소비자나 구매자로 보지 않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들이 결국은 영업사원의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샤오미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쥔은 ”우리는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참여의식을 파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문신을 많이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신의 소재는 무엇일까? 1위는 엄마이고 2위는 할리데이비슨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자신의 몸에 같이 지니고 있는데 고객과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한테 ”오토바이 타네“라고 말하면 짜증을 낸다. 이들은 할리오너스그룹(HOG)을 만들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Value by the Customer’ 즉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이다. 이처럼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인 애착이다. 이는 고객이 상품에 대해 가지는 친밀감, 유대감, 사랑 등이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왕자가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정서적 애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팬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은 군대를 의미하는 ‘아미’다. 전 세계에 포진한 아미는 앨범을 사고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각종 시상식에 투표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BTS의 가치를 높인다.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또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오피니언 리더십 파악 △고객이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고 활용 △고객에게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 부여 등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플랫폼에 끌어들여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골라 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 그러나 기존 게임 회사와는 크게 다르다. 기존에는 게임 회사가 게임을 제작하고 이용자는 이것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로블록스의 모든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이용자는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도구들을 활용해 마치 레고로 블록을 쌓듯이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용자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즐기며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 이용자는 게임을 제작하고 수익을 얻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 활동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제 고객은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다. 기업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기여하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고객은 자신이 직접 가치를 만들었을 때 더 큰 관심을 갖고 만족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 고객처럼 생각하라
미국에서는 1979년 당시 26살의 제품 디자이너였던 페트리샤 무어가 80세의 노인으로 분장해 미국 전역을 2년 넘게 돌아다녔던 일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찰과 설문조사만으로 노인들의 불편함을 알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노인이 되어 살아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됐다. 평소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곳이 노인 걸음으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됐다. 버스는 타기에 너무 높았으며, 보행 신호등은 노인 걸음으로 건너기에는 너무 빨리 바뀌었다. 보통 사람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노인에게는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느꼈다.
이렇게 노인의 삶을 체험한 덕분에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소리 나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등이다. 이 물건들은 당시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성별, 연령,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들이다.
고객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밸류를 전달하려면 고객처럼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이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는 두 마리의 개가 있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를 버려야 온전히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
루 거스너 전 IBM 회장은 파산 직전의 IBM을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괴거 사업부별로 분산돼 있던 체제를 고객 중심으로 시너지를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해 IBM을 고객 지향적인 회사로 만들었다. 루 거스너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IBM의 고객사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으로서 IBM에 대해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고객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
국내의 어느 카드사는 고객 상담의 개선 조치로 천 여개의 대본을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를테면 “피해를 보상해 드리고”를 “피해를 보상받을실 수 있고”로, 시혜를 베푸는 관점에서 고객의 관점으로 바꿨다.
고객처럼 생각하자. 아니 고객처럼 행동하자. 다함께 살 만한 세상을 원한다면 말이다.
◆ 우유 엎지르고 나서…서비스 회복 패러독스
영어 속담에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가 있다. 속담으로는 맞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100%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및 서비스 실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 즉 서비스 회복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란 실패가 잘 회복된 경우 애당초 실패가 없었던 경우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고객 만족과 로열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실패가 있었더라도 회복을 잘 하면 고객의 불만을 줄이는 것은 물론 로열티까지도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고객은 ‘물에 빠진 사람’이나 ‘몸이 아픈 환자’와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 손을 뻗어 도와준 사람에 대해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몸이 아픈 환자도 의사나 가족의 따뜻한 한마디에 큰 위안을 얻는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18번홀에서 공이 해저드에 빠지자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날린 샷은 아직도 팬들의 마음에 생생하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줬다.
고객이 기업을 평가하는데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이며, 또다른 하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이다. 평범한 기업은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반면 탁월한 기업은 고객 요청 이상으로 성실하게 대응하며, 오히려 고객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그래서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라는 속담은 “우유 엎지르고 나서 그 다음이 중요하다”로 바뀌어야 한다.
◆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불량 고객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불량 고객도 있다. 불량 고객은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방해하고, 해결된 문제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고객 정보에 대한 요구를 하고, 상습적으로 직원을 모욕한다.
2007년 미국의 스프린트사는 5,300만명의 고객 가운데 1천여명의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 통보를 했다. 불량 행동을 보인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내부 심사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스프린트사는 불량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를 통보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한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요금은 면지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타사 가입을 안내해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
불량 고객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먼저 직원에게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피해를 끼친다. 전체 업무 부담의 80% 이상이 불량 고객들로 인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불량 고객은 주변 고객들의 경험을 망치고,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를 주며, 특히 다른 고객이 잘못된 학습을 통해 모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
불량 고객에 대처하려면 먼저 신중하게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 불량 고객을 잘 처리하는 방법은 예방하는 것이다. 또 회사 내부에 ‘불량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회사 규정이나 정책으로 인해 고객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투명한 처리 절차를 확립하고 직원 대상으로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에다 불량 고객에게 적절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고객으로서 최소한 의무와 행동 지침에 대한 고객 교육을 해야 한다.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며, 좋은 고객이 좋은 직원과 서비스를 만든다. 또 선량한 고객을 불량 고객으로 오인하지 말아야 하며,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 맹구(猛狗)를 찾아내라
중국 고사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사나운 개가 지키는 주막에는 손님이 없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온순한 개가 손님에게는 사납게 대들다보니 손님은 다 도망가고 오랫동안 남은 술은 시어졌다는 얘기다.
이 고사성어에서 맹구의 문제는 눈이 먼 주인 즉 맹주(盲主) 만들어내어 주인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조직 내에 존재하는 맹구를 찾아내야 한다. 또 맹구의 사나운 짓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태도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 정 안되면 맹구를 제거해야 한다. 혹시 맹구를 찾지 못했다면 내가 맹구는 아닌지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고객가치경영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갈 때 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이 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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