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회 영림원CEO포럼] 생성형AI의 기업 내 활용방식 및 주요 트렌드 변화

“국내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에 선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까닭”

이건복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 19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이건복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가 2일, 19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글로벌 생성형 AI 트렌드와 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건복 상무는 이번 강연에서 생성형 AI의 중요성과 기업 내 활용 방식, 주요 동향을 살펴보고, 특히 경영자 관점의 대응방안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생성형 AI는 중요한가? = 언론 등에서 생성형 AI가 이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를 한 지가 1년 반이 지났다. 1년 반 동안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과거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폰처럼 기술 변화에 맞춰 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뻔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나도 뭔가 해야 하는 대형 트렌드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그동안 투자를 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기술들이 많았다.

생성형 AI도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쉽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인터넷 열풍이 불었을 때 이를 걱정했던 나라가 있었다. 바로 일본이었다. 실제로 일본의 공공기관은 아직도 팩스를 통해 문서를 주고받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일본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적용을 하지 않았다. 25~30년 전에 다수의 일본 기업이 전 세계 톱10 기업에 들었다. 현재 소니,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어려운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만큼의 영향력은 갖고 있지 않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업은 인터넷과 IT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사람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현재 일본은 AI 산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반 강화를 위해 일본 내 데이터센터 확충에 우리 돈으로 약 4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지난 4월에 발표했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AI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서두에 생성형 AI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답은 ‘중요하다’이다. 생성형 AI는 비즈니스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용도로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검색 또는 대화이다.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은 무엇이든지 물어보면 대답을 잘한다. 아이들의 수학 문제라든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어떤 산업계에 대해 질문하면 아주 기가 막히게 대답한다. 생성형 AI를 이런 검색이나 대화 용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60%가 넘는다. 생성형 AI는 내가 물어본 것을 대화 형태로 잘 설명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2023년 12월, 일렉트로닉스허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에 대해 가장 관심이 큰 국가는 필리핀이었다. 필리핀은 생성형 AI 도구를 이용한 월간 검색량이 인구 10만명당 5,288건으로 전 세계 1위였다. 또 전 세계의 생성형 AI 도구 가운데 챗GPT가 가장 많이 쓰는 도구였으며 그 다음에 말을 입력하면 말을 다듬어주거나 바꿔주는 퀼봇이 두 번째였다. 챗GPT는 미국을 포함한 65개국에서, 퀼봇은 61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생성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미드저니로 9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도구를 많이 이용하는 국가를 보면 필리핀, 싱가포르, UAE,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한국은 10만명당 268건으로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어떤 기술이 나오면 가장 먼저 적용하는 나라인데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이유는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돼 있어 챗GPT에 앞서 이미 다른 플랫폼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활용 방식 = 생성형 AI는 검색 뿐만 아니라 파워포인트와 같은 문서를 만드는 데도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파워포인트를 열고 코파일럿에 가서 ‘2024년 자동차 산업 현황’이라는 워드 문서를 기반으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목차에서부터 내용까지 잘 정리해 만들어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 정도이다. 만약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디자이너 툴을 이용해 바꿀 수 있다.

생성형 AI는 동영상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초에 오픈 AI에서 공개한 ‘소라’라는 영상 생성 AI 도구는 ”스타일리시한 어느 여성이 도쿄의 밤거리를 거느리고 있는 영상을 만들어 줘“라고 명령하면 이를 금방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영상은 AI가 만들다 보니까 일본어 글씨들이 약간 뭉개져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놀라운 것은 여성이 들고 있는 가방이 살짝살짝 흔들리며 보인다는 것이다. 이 영상의 길이는 약 1분 정도인데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30분도 안되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만일 도쿄에 직접 가서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밤거리를 거닐고 있는 영상을 찍으려면 비행기 타고 도쿄에 가서 숙소 정하고, 배우 섭외하고, 장소 섭외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 강연 화면에 3명의 사람 얼굴이 나와 있다. 실제 사람이 아니라 AI로 만든 것이다. TTS(Text-To-Speech) 기술을 통해 이 AI 사람은 말을 하는데, 때에 따라 표정이나 시선도 바꾼다. 일본어나 스페인어 등 전 세계 언어로 말도 할 수 있다. 이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회장의 강연을 한글 자막이 아니라 한국어로 직접 말하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성형 AI, 채팅을 넘어 비즈니스 활동 단계로 = 요즘 기업들은 한국형 GPT를 만들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 금융, 제조, 법률 등에 특화된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데이터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있다. 한 문장만 입력하면 소설책 한 권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졌다가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의 소설을 써줘라고 명령하면 금방 소설책 한 권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이러한 기초 모델 단계를 뛰어넘어 비즈니스 활동 단계로 나가야 한다. 채팅을 넘어서 다양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도록 생성형 AI를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앞서가는 기업들은 뭔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모델을 활용해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고객과의 관계 수립,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의 변환 등 기본적인 비즈니스 활동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도구를 도입해 성공한 기업 1200여개는 모두 지금 이 단계에 와 있다. LLM이 어떻고, LLM 크기가 어떻고 등등 이런 식의 얘기만 듣다 보면 궁극적인 비즈니스 활동으로 넘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기초 모델에서 실행, 비즈니스 활동에 이르기까지 연결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오늘날의 스마트폰을 쓸 줄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미지 영상 만들어주고 파워포인트 만들어주는 것이 생성형 AI의 다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생성형 AI의 아주 초기 단계이다. 스마트폰은 현재 거의 모든 사람이 쓰고 있다. 약 15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할 때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회사 이메일도 보고 웹 서핑도 할 수 있다고 그 장점을 얘기했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회사 이메일은 회사에서 보면 되고, 조그마한 화면에 무슨 웹 서핑 영상이냐, 참 인생 힘들게 산다고 했다. 열명 중 아홉명이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 넘어간 시기를 보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돈 안 내도 된다는 간단한 장점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장점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기술을 바꾼다. AI도 마찬가지다. AI를 통해서 누군가 돈을 벌거나 또다른 장점이 보이게 되면 신속하게 넘어갈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업무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과거 4시간, 5시간 걸리던 일을 10분 만에 끝내고, 남은 시간은 더욱 차별화하는데 쓸 수 있다. 즉 AI가 해놓은 것에 인간이 무엇을 보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퀄리티에 대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AI 회사 춘추전국 시대…남을 회사는 몇 개 안 될 것 = 지금 AI를 가지고 기반으로 솔루션과 서비스를 해보겠다는 업체들이 매우 많다.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다. 하지만 앞으로 남을 회사는 몇 개 안 될 것이다. 이들 간의 인수합병에 관한 기사가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의 초창기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기업 입장에서 생성형 AI에 대해 고민되는 것이 있다. 거짓말도 잘하고, 안정성, 성능, 보안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실제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고려사항으로 보안, 규정준수, 안정성, 성능, 답변의 완성도, 기업 내부 데이터의 사용 등이 꼽힌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위험성보다 장점이 더 많다. 글로벌하게 KPMG, 영국의 내셔널 헬스케어 서비스, 심포니AI, 제너럴 모터스 같은 회사는 생성형 AI를 도입해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KPMG의 컨설턴트들은 자료를 작성할 때 AI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내셔널 헬스케어 서비스는 24/7 의료 상담 서비스에 매주 24시간의 직원 시간을 절약하고 있으며, 심포니AI는 금융 범죄 및 위험에 대한 조사를 신속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제너럴 모터스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개발자에게 생성형 AI를 사용하도록 해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기업들을 조사해보니 1달러를 투자했을 때 회수되는 수익이 평균 3.5달러였으며,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개월이었다. 국내의 모 통신사도 AI를 통해 통화 내용을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서비스 때문에 통신사를 갈아탄 사람들도 있다. AI가 투자의 콘셉트일 수도 있지만 미래 시장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창출 도구라는 점은 명확하다.

미국 기업 내 코파일럿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응답자의 77%가 회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짜 점심을 주는데 안 먹을 테니 코파일러를 계속 쓰게 해달라고 답했다. 코파일러의 가격은 약 30달러 정도이다. 또 30%는 직장을 선택할 때 코파일럿의 사용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직원에 대한 새로운 복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생성형 AI 시장을 위한 IT 지출 전망에 관한 조사를 보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여러 투자 부문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은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이며 이어 서비스로 나타났다. 인프라 부문은 매우 제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직접 운영보다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래는 자연어 기반으로 데이터와 상호작용 하는 시대“ = 미래는 대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챗GPT를 사용해 대화하고 있다. 물어보면 답해주니 쓰기에도 어렵지 않고 요즘은 음성도 된다.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데 있어 대화가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회사에서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쉽지 않다. 교육을 받아야만 쓸 수 있다. 특히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자연어로 대화를 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달 대구지점의 1/4분기 영업 매출이 작년 대비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프롬프트로 써넣으면 작년 대비 얼마 성장했다고 대답해준다. 예전처럼 직원에게 전화해 대구지점 잘 되고 있냐, 보고서 보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의사결정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화식으로 한다는 것은 직접 그 데이터에 내 언어를 가지고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스템의 복잡한 과정이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필요 없이 바로 자연어를 기반으로 데이터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아까 보여준 도쿄 밤거리를 거닐고 있는 여성의 영상은 바로 데이터와 커뮤니케이션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게 되면 저작권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저작권 관련 부분들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고객이 생성형 AI를 쓰면서 어떤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비용에 대한 부분들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책임지며 고객의 입장과 권리를 보호한다. 또 콘텐츠를 만드는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형 AI가 그 저작권자의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좀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생성형 AI로 인해 임팩트를 가장 많이 받을 직업으로 두 곳이 꼽힌다. 법률 회사 직원과 언론사 기자이다. 법률 회사의 경우 요즘 리걸테크라고 해서 생성형 AI를 적용해 정해진 다큐먼트를 기반으로 답변을 만들어내는데, 인간보다 잘한다. 또 축구 경기가 끝나면 AI가 제공하는 기사 요약 서비스는 사람과 별로 차이가 없다. 하지만 AI가 법률 회사 직원이나 언론사 기자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 요즘 챗GPT에게 법률 정보 물어보면 대답을 안한다. 참조되는 정보들은 답변하지만 법률과 관련된 정보는 답변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법률 회사들이 생성형 AI에 높은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뚝 떨어졌다. 그리고 언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AI가 요약이라든지 팩트의 나열은 잘 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모든 영역에 있어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인간을 보조해주고 인간이 좀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도구로서 인식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근본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다시 한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쓰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는 교수들이 많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무엇을 조사해서 서론, 본론, 결론을 만드는 유의 리포트를 요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AI가 더 잘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고민하고 어떤 과제를 줘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식, 일, 노동에 대한 것들도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책임감 있는 AI란? = 아까 AI가 말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고 했는데 만약에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 종교 차별과 같은 윤리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되면 단순하게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보다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전에 딥러닝 기반의 챗봇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일주일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챗봇에게 욕을 해 보라고 가르쳤는데 한두 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해서 챗봇은 결국 욕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를 캡처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챗봇은 욕을 한다고 떠들어 댔다. 이 영상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떠돌아 다닌다. 또 전 세계에 50% 이상 공급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회사 사장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자기는 동성애자를 혐오한다고 얘기하자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 매출이 반토막 났다. 두 달 뒤에 그 사장이 다시 방송에 나와 잘못했다고 눈물로 호소를 했지만 이 회사가 원래 매출을 회복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책임감 있는 AI 원칙에는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 프라이버시 및 보안 등이 있다. 만약에 이런 원칙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LLM이라는 생성형 AI는 어디서 학습을 했냐는 것이다. 인터넷 콘텐츠로 학습했다. 인터넷에 좋은 말과 이미지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챗GPT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가 폭탄 만드는 법, 무기 만드는 법, 총 만드는 법, 누구를 괴롭히는 방법 등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물론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AI가 0.1%라도 비슷하게 답변하면 어떠하겠나?

또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느 글로벌 AI 회사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이미지를 그려달라는 질문에 대답했는데 독일군 복장을 한 사람들의 얼굴이 독일군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던 국가의 사람들이었다. 서비스는 바로 중단됐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만큼 생성형 AI는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확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사용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7년 동안 책임감 있는 AI라는 팀을 운영했다. 많은 직원들을 채용해 어떻게 하면 AI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 아직 완벽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잘못된 콘텐츠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사실은 해서는 안되지만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내부 테스트를 해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사무라이 복장을 한 이순신 장군을 그려주라고 했는데 AI는 ”이 프롬프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 다른 프롬프트를 시도하라“고 답변했다. 이래야만 한다.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음식의 맛은 재료” = 요즘 LLM(라지 랭기지 모델)과 SLM(스몰 랭기지 모델)을 비교하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SLM은 LLM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SLM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복잡한 말을 알아듣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SLM과 LLM을 혼용해서 써야 한다.

SLM을 활용할 수 시나리오는 개인 정보가 들어있는 PC나 스마트폰, 그리고 키오스크, 자동차 등이다. 이런 장비에 SLM이 들어가서 사람의 언어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럼 SLM은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지난달에 나한테 전화를 가장 많이 했던 5명을 알려달라거나 자동차 안이 답답해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라거나 그리고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음식 사진만 골라서 보여주라는 것 등이다. 내가 매일 쓰고 있는 언어를 통해 명령하면 AI가 알아듣고 결과를 보여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를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버튼을 크게 만들기보다는 말로 주문하는 것이 가장 쓰기 쉬운 방법일 것이다. 키오스크에게 톨스토이가 어떻고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대해 논할 것이 아니라면 LLM은 필요없다.

생성형 AI는 좋은 도구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데이터이다. 어떻게 보면 레시피랑 똑같다. 맛있는 요리를 하는 레시피를 인터넷 또는 방송에서 봤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재료가 하나도 없으면 요리를 해서 먹을 수가 없다.

AI를 적용하려고 하는데 그동안 모아 놓은 데이터가 일정하지 않고, 잘못돼 있거나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이면 AI에게 제대로 된 재료를 줄 수 없을뿐더러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잘 도입하려면 회사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잘 정비돼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정리해본다. 먼저 A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담팀이나 전담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 실무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생성형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내가 이 질문에 대해 하는 답변은 먼저 도입한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먼저 도입한 사람에게 오히려 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뭔가를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혜택은 적다 보니까 굳이 앞장서서 하지 않으려는 특성이 강하다. 그래서 생성형 AI를 먼저 도입할 사람을 지정해 혜택을 주고 설령 잘못되더라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AI 도입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도입하고자 한다면 이런 식의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조금 잘못되더라도 100% 완벽하게 답을 주지 못할지라도 이를 수용하고 감내할 수 있는 그런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 관리자에게 경영자적 마인드가 어떻게 보면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AI 에이전트가 나올 것이다. 인간끼리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같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시키던 일만 하던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며 지시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관리자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지시를 해본 적이 없는 직원이 관리자적 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

AI를 도입할 때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한 인프라를 적용해 운영하고 특정 LLM이 아닌 다양한 LLM 모델을 여러 업무에 적용해 볼 것을 권장한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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