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산업의 실상과 허상 1. 돼지고기와 중국 빅데이터 산업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남영호 교수

 

진짜로 중국이 대세이다.
본인은 지난 3월에 책을 출판하려고 출판사를 접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SW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관한 책으로 ‘Korean SW, 세계가 무대다’라고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은 상태이었다. 그런데 만난 출판사마다 해외시장 대신에 중국시장에 집중한 책을 만들면 어떻겠냐? 또는 제목에 중국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 등등의 제안을 받았다. 결국 현재 우리 사회의 핫 코드는 중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본인도 대세를 따라서 중국의 IT산업, 특히 사회변화의 격동 속에 있는 중국의 SW기업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향후 글의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1편 돼지고기와 중국 빅데이터 산업
2편 去 IOT 추세와 중국 SW기업의 인해전술
3편 Internet+ 정책의 득과 실
4편 IT산업에서도 꽌시가 통할까?
5편 우리의 오해와 편견의 근원지: 중국공산당
6편 해외 기술탈취 유형분석

 

 

1편 돼지고기와 중국 빅데이터 산업

 

세계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카오스이론에서는 나비효과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단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가 1972년에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사회를 연구하다보면 진짜 여러 가지 유형의 나비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 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파동은 글로벌 나비효과의 한 단면이다. 2011년도의 중국의 돼지고기 품귀 및 가격 급등이 브라질의 자동차 연료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하면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사실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꾸준히 오른 국제 유가 덕분에 석유의 대체제인 에타놀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브라질은 에타놀 위주의 대체연료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였다. 2008년 에타놀의 원료인 사탕수수와 옥수수의 가격이 급등하였고, 특히 옥수수의 가격은 3배나 폭등하였다.
옥수수 가격 상승은 태평양 건너에 있는 중국 돼지사육 농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돼지사육의 주된 사료가 옥수수인데 옥수수가격이 오르니 농가는 채산성이 안 맞게 되고, 결국 돼지사육을 포기하면서 농가들이 종돈 암퇘지까지 시장에 내다 팔게 되었다. 그 후 만 3년 후인 2011년에 암퇘지를 시장에 내다 판 결과가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중국의 인민들은 돼지고기 품귀현상에 직면하게 되었고 중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는데 매우 고생을 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돼지고기는 여러 방면에서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이다.
전 세계의 돼지고기의 절반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하루라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이라 중국 내 생산량의 98%를 소비한다.
중국정부는 소강 (小康)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즉 중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게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돼지고기 가격이 3-4년 주기로 요동을 치고 있으니 중국 정부도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국 정부를 괴롭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성인병이다. 특히 당뇨병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당뇨병 인구는 1억 1천만 명에 육박한다. 한국 인구의 2배를 넘는 숫자의 당뇨병 환자가 있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 꼴이다. 또한 현재 중국에서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합치면 중국 전체 인구의 45%에 달하는 약 6억명이 당뇨병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 당뇨병인 제 2형 당뇨병은 중국인의 육류 섭취 위주의 식생활과 운동부족에서 발생한 비만이 주원인이다. 특히 돼지고기 선호가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육개장의 예에서 보듯이 고기 육자(肉)가 기본적으로 쇠고기를 가리키는데 반해, 중국에서 음식에 육(肉)자가 들어가면 돼지고기 요리를 가리킨다. 쇠고기는 따로 우육(牛肉)이라고 칭한다.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1위로서 국민 일인당 한 해에 먹는 돼지고기 양은 40㎏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당뇨병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당뇨병 환자관리를 위해 매년 1,734억 위안 (약 32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 따른 직접 의료지출은 중국 전체 의료지출의 13%를 차지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빅데이터가 의료 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6월 8일에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건강의료 빅테이터 응용발전 촉진과 규범에 대한 지도의견’을 통과되었으며, 6월 21일에 정식 발효되었다. 건강의료 빅데이터, 즉 헬스케어 빅데이터의 구축을 통하여 공중보건·출산·의료보험·의약품에 관련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17년까지 국가급과 성급(省級)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0년에는 시급(市級), 현급(縣級)까지 완성하겠다는 의지이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지역 임상의학 데이터 시범센터 (총 100곳)에서 헬스케어 데이터 통합계획이 수립되고, 도시와 촌락 모두 표준화된 전자차트와 개인건강카드를 사용해서 헬스케어 빅데이터 발전에 필요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한다.
저장대학교 제1부속병원장인 리란주엔여사는 ”머지않아 헬스케어 클라우드가 가정과 병원을 비롯하여 의료 전반을 모두 아우를 것이며, 이미 시범 운영하는 몇몇 성에서는 클라우드에서 검사결과가 공유되어 중복검사율을 낮추고 있다“ 라고 빅데이터 정책의 효과성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형 의료시스템 빅뱅 계획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능력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계획이 선전용 과시전략처럼 들리지 않는다. 식생활로 인한 성인병 해결을 위해 또다시 만병통치약으로 인정받고 있는 IT기술이 동원된 것이다. 아직 가시화된 정책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대담한 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추진력이 부러울 뿐이다.
브라질 연료정책과 돼지고기 파동의 사례가 지역간 나비효과의 예이라면, 돼지고기와 헬스케어 빅데이터 구축이 이종 산업간 나비효과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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