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회 영림원CEO포럼] 정부는 왜 실패하는가? 기업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제언

[영림원CEO포럼] “정권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신념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김태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71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우리가 기억하는 역대 정권의 실패 요인은 경제 성장과 산업 정책의 실패가 주를 이룬다. 리더가 국가발전의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약속할 수 있다. 자유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국가정책으로 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만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태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7일, 17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정부는 왜 실패하는가? 기업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렇게 밝히고 “국가발전을 위해 지도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올바른 국가발전 원리를 역사적 사례에 기반해 설명했다.

이번 강연은 △정권은 왜 실패하는가? △국가발전의 기본원리는? △정권은 어떻게 성공하는가?의 순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강연 내용

◆정권의 실패는 경제성장의 실패이다 =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은 임기 초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30년 가까이 6명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 곡선이 경제성장률 그래프와 일치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경제성장은 누가 주도하는가? 바로 기업이다. 이번 강연의 주제인 ‘국가전략’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기업이 잘되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는 왜 성장해야 하는가?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의 삶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산업혁명은 경제성장과 같은 말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세계 인구와 1인당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구는 5억명에서 60억명으로, 1인당 소득은 500달러에서 6000달러로 각각 약 10배가 늘었으며, 연간 총생산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물론 평균 신장은 최소 10cm 이상 커졌으며 유아사망률도 크게 낮아지고 수인성 질병도 퇴치했다. 그야말로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헐벗고 굶주리는 절대빈곤자가 10명 중 9명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점차 줄어들어 2010년에는 절대빈곤율이 13.3%에 그쳤다.

산업혁명은 세상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누었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국가는 지배자가 되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경제적 식민지 상황을 면하지 못했다. 1차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바꾼, 인류역사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첫 번째 대분기였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강대국은 있었지만 부유한 국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부터이다.

1차 대분기에 이어 2차 대분기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지식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2차 대분기는 1차 대분기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인류문명을 바꿔 놓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3포 세대의 등장,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하는 자살공화국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국가의 존립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들은 결국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서 빚어진 것이다.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경제성장도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권의 실패는 경제성장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내외생적 혁신으로 선진국과의 격차 줄여 =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경제성장을 가속시킬 수 있을까? 열심히 노오~력하면 되는가, 또 모방에서 창조로 상상력을 키우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국가발전 원리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

국가발전의 원리 즉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유형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확대재생산 체제에 의한 ‘내생적 성장’과 국가가 산업정책으로 경제성장 속도를 가속화 하는 ‘외생적 성장’, 그리고 이 2가지 방법을 혼합한 ‘내외생적 성장’이 있다.

이를테면 내생적 성장이 어린이가 자생적 생체리듬에 따라 성장하는 것이라면, 외생적 성장은 발육이 느린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고 영양제를 처방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관리해주고 지원해주는 것과 같다.

창의성 측면에서 내생적 성장이 이윤 추구형이라면 외생적 성장은 목적 지향형이다.

국가경제 발전의 역사적 사례는 △아프리카의 농업국가 △영국, 미국 등 선발산업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의 자유경제 후발산업국 △한국, 대만 등 혼합경제 후발산업국 등 4개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발산업국의 경제는 내생적 혁신에 의해 가속적으로 성장했다. 남미의 자유경제 후발산업국은 내생적 성장만을 하다가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져 후진국형 경제로 전락했다. 후발산업국이 내생적 성장만 지속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선발산업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후발산업국이 내생적 혁신만으로 선발산업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이유는 기술 수준, 자본 축적과 경영 기법, 시장과 원자재 장악 등에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한 후발산업국은 자유시장을 기반으로 한 내생적 혁신에 추가로 정부가 주도하는 외생적 혁신을 도입했다. 내외생적 혁신은 선발산업국 대비 후발산업국의 부족한 내생적 혁신 역량을 국가의 계획경제 정책의 외생적 혁신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가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려 준다든가, 자본축적, 수출시장 개척 등 기업과 경제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은 내외생적 혁신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었다, 즉 후발국은 내생적 혁신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을 통한 외생적 혁신을 해야만 선발국을 추월하지는 못하더라도 추격이마나 꿈꿀 수 있다.

선발국은 후발국과의 상대적인 격차가 축소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후발국이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도록 WTO 체제를 출범시켜 후발국의 외생적 혁신을 불허했다. 이것이 바로 후발국이 중진국 함정으로 빠진 이유다. 대만이 자신들의 처지를 귀신들린 섬(귀도)이라고 하고, 한국이 헬조선이 된 것은 선진국의 WTO 체제에 의해 외생적 성장이 금지된 것이 컸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미국은 아주 고차원적으로 기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인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비롯해 엄청난 연방 예산을 대학이나 연구소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기술 80% 정도가 연방 예산으로 개발됐다.

◆정권의 성공은 국익 중심의 국론 통합에 있다 = 국론통일과 국력결집은 어떻게 하는가? 정반합의 변증법적 발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에 대해 사회민주주의라는 반이 나왔다. 이 둘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가는데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신념으로 굳어져 갈등, 분열,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국익을 생각한다면 합을 이룰 수 있다.

그 역사적 사례가 있다. 1867년 영국의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선거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허용했다. 당시 집권 보수당의 지도자로서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내린 정책은 매우 급진적인 것이었다. 정치적 신념을 꺾고 국익을 위한 결정으로 새로운 합을 만든 사례였다. 그는 하나의 국민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기득권층의 이기적 행태가 영국을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진보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보수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다른 사례로 아브라함 링컨은 1864년 대선에서 자신이 공화당 소속임에도 러닝메이트로 상대당인 민주당의 앤드루 존슨을 지명해 당선되고 미국을 통일국가로 만들었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자유당과 보수당이 당파를 넘어 힘을 합쳐 전시거국내각을 형성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타협이었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때도 보수당의 처칠, 노동당의 애틀리 등이 전시거국내각을 만들었다.

조선왕조 500여년 역사에서 한 번도 볼 수 없는 사례들이다. 조선의 정치인은 국익은 뒷전에 두고 정치적 명분과 신념을 우선시했다. 조선의 탕평책은 애당초 성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파 간의 타협은 변절이고 배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익은 경제성장…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 지금 우리나라에 국익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이다. 경제성장의 지속적인 길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에 달려있다. 그만큼 정부와 정책의 역할이 막중하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과거에는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였다면 현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

다산 정약용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사서오경 공부에만 빠져 언제 모내기를 하고 추수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주인이 머슴의 일을 모르니 국가발전의 원리를 모른다는 것에 일침을 날린 셈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했지만 조선은 위정척사로 주자학에 집착하며 산업혁명을 거부했다. 그 결과 일본과 조선 두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 수준은 정반대로 결정됐다. 메이지 유신 시절에 일본이 근대로 나아가는데 큰 역할을 한 후쿠자와 유키치가 쓴 책은 20만부 넘게 팔렸는데 당시 일본의 지식인 대부분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반면 같은 시기에 조선에 서양문물을 소개한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고작 1천부 배포에 그쳤으며 심지어 금서로 지정됐다.

결론적으로 정권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신념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하며,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두고 미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일본은 소사이어티 5.0이라고 하는데 다 같은 의미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정책은 전문가에 맡기는 게 정권의 성공비결 = 독일을 통일국가로 이끈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차선의 예술이라고 했다. 정치의 한계를 인정한 말이다. 조선 시대에 세종의 태평성세는 태종의 결단과 세종의 선택에 의해 이뤄졌다. 공신과 외척을 제거하는 것이 태종의 결단이었다면, 세종의 선택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전문가를 등용한 일이었다.

태종은 세종 4년에 “나는 이 세상에 잔재해 있는 모든 악몽들과 슬픔을 뒤집어쓰고 갈 것이니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어진 성군이 되어라”고 했다.

태종이 공신과 외척에 대한 토사구팽은 배신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훌륭한 통치술이었다. 세종은 경기도 화성, 광주, 부평, 인천 수령에 천문관 즉 테크노크라트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승정원의 반대 상소에 부딪혔지만 천재지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설득했다.

100달러로 채 안 되던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을 1만달러 대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을 이끈 일등공신은 엘리트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정치인이 아니었으며 혁명에도 관여하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정책은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정권의 성공비결이다.

네덜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나라이지만 상업혁명으로 세계의 패권국이 되었으며, 영국은 1차 산업혁명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제패했다.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전 국민이 다 함께 잘사는 패권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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