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회 영림원CEO포럼] “굿 라이프의 부활 – 행복을 넘어“

“행복은 쾌족(快足)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136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겸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이 4일 136회 영림원CEO포럼(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에서 ‘굿 라이프의 부활 – 행복을 넘어’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행복이란 단어의 정의가 모호하다. 쾌족(快足)이란 이름으로 바뀌어야 한다. 쾌족(快足)은 지금 기분이 쾌하고, 삶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에서 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라면서 “무언가에 관심이 있고, 영감을 받고, 경외감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게 바로 쾌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굿 라이프의 중요한 조건은 재미있고(Emotionally Interesting) 의미있는(Personally Meaningful) 일을 하고,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Activity Engaged)이다”라고 강조했다.

◆굿 라이프의 부활 = 경제학자 케인즈는 1928년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후속 세대를 위한 경제 가능성’이란 제목의 장연을 했는데 이 강연은 1930년 에세이로 출간됐다.

케이즈는 이 책에서 100년 후의 세상 즉 2030년에 소득은 4~8배 증가하고, 노동시간은 하루 3시간 주당 15시간이 되어 남는 시간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즐기는 삶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케인즈의 이 예측은 빗나갔다. 소득 증가 속도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지만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특히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바쁘다. 바쁘게 일하는 것이 계층의 상징이 됐다.

그러면 왜 케인즈의 예측은 빗나갔을까? 심리학적인 요소를 놓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요(needs)와 원하는 것(wants)의 구분을 간과했다. 필요는 한번 충족되면 그만이지만 원하는 것은 한번에 충족되지 않고 계속 더 가지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지금 세상은 욕망의 폭주 시대이다. 더 큰 집, 더 좋은 옷을 구입하려고 하고 더 많은 노동으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당연히 여가는 더 줄어들었다.

영국의 케인즈 전문가 스키델스키(Skidelsky) 부자(父子)는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How much is enough?)’라는 책에서 “지금 사람들은 진정한 삶의 목표를 잊어버리고 부의 축적에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닌가?”라면서 행복의 요소로 7가지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건강, 안전, 존중, 우정, 개성, 자연과의 조화, 여가였다. 이 7가지 행복의 요소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좋은 것들로, 이를 늘리기 보다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 현실을 제자리로 돌려 놓여야할 것이라는 게 스키델스키 부자의 주장이었다. 굿 라이프(Good Life)의 부활을 역설한 셈이다.

◆행복의 본질은? = 이름을 바꾼다는 것 곧 개명은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미 국방부의 옛 이름은 전쟁부였으며, 서울대 무기재료학과는 요업공학과였다.

행복(Good Fortune)은 좋은 이름이 아니다. 이 행복이라는 말은 1890년대에 국내에 유입됐다. 행복을 ‘기분 좋은 운수’라는 의미로 해석하다 보니 행복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늘 웃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이런 의미의 행복은 행복 자체의 본질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행복을 느끼는 것(Feeling Happy)’과 ‘행복한 삶(Happy Life)’은 구분해야 한다.

‘행복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행복의 본질을 밝혀내려면 ‘행복’이라는 그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단어는 ‘쾌족(快足)’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쾌족이라는 단어는 지금 기분이 쾌하고 삶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만족스러운 상태이다.

행복이라고 하면 막연하지만 쾌족은 그 본질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해준다. 쾌는 유쾌, 상쾌, 통쾌처럼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포함한다. 멋진 유머, 풍경, 음식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뿐만 아니다. 쾌족은 깊은 감정도 포함한다. 먼저 무언가에 ‘관심’이 있을 때 쾌족해진다. 이 관심이야말로 뭔가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영감을 받았을 때도 쾌족해진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올 때, 위대한 음악을 들을 때, 절대 용서받지 못할 자를 용서하는 위대한 도덕성을 볼 때 영감은 고취된다.

경외감도 쾌족하게 만든다. 경외감이라는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나 그랜드캐넌과 같은 위대한 자연 앞의 느낌이며, 나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한 감정이다. 누구에게 감사를 느끼는 것도 쾌족이다.

이렇게 관심을 갖고, 영감을 고취하고, 경외감과 감사함을 느끼면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쉬워진다. 행복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면 숙제가 된다.

◆‘굿 라이프’로서의 행복, 그 방법은? = 우리나라 헌법 10조는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인지 마땅한 정의가 안 돼 있다. 사람들은 행복에 관한 특강을 들으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뭔가의 묘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 던져야 한다.

행복의 의미에는 감정적 요소 말고 삶의 의미와 가치도 담겨 있다. ‘필링 해피(Feeling Happy)’와 ‘해피 라이프(Happy Life)’는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우연히 찾아온 순간적인 행복인 필링 해피에 너무 치우친 감이 있다,

해피 라이프 곧 ‘굿 라이프’로서의 행복의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심리학에서는 행복의 조건으로 두가지를 꼽는다. 정서적 재미(Emontionaly Interesting)와 개인적 의미(Personally Meaningful)가 그것이다. 여기에 행복의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Activity Engaged)이다. ‘액티비티 인게이지드’는 뭔가에 깊숙이 빠져있는 상태이며, 바로 이것이 쾌족이다.

일반적으로 내면적인 마음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외적인 것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심리학에서는 행복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면 시간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시간의 재분배라는 것은 불행하고 고통을 주는 시간을 빼고, 행복감을 주는 일에 시간을 더 써야 한다는 의미다. 행복감을 주는 일로는 남녀 사랑, 운동, 산책, 대화, 음악, 식사 등이 꼽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여행이 1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어 운동, 산책, 대화, 식사 순이었다. 흥미롭게 자원봉사나 기도 등 영적 활동도 행복감을 주는 일로 꼽혔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늘수록 행복감 높아져” = 나이와 행복간의 관계를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은 낮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대로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40~50대에 행복감은 최저점을 찍고 이후에는 쭉 올라간다는 얘기다. 그래프로 그리자면 U자형 곡선이다.

왜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은 올라갈까?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고, 좋은 일에만 집중한다.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요소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된다. 사회과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관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고 있다, 혼자 볼링을 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운동한다.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수록 행복감은 높아진다는 게 그 요지였다.

만일 우주 외계인이 지구인을 납치해 동물원에 가뒀다고 하자. 그 동물원에 갇힌 사람에게 외적으로 필요한 최적의 조건은 자기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인류의 적이다.

그러면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할까? 가족과 친구가 압도적이다. 반대로 회사 사람들과 같이 공적인 관계나 비즈니스적인 관계의 만남은 줄여야 행복감은 더 높아진다.

◆“좋은 사람이 되자” = 승진을 하면 축하를 해주는데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그냥 축하를 하며, 또다른 부류는 가정에 소홀할지 모르니 꼭 좋아할 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토를 달아 칭찬한다. 영혼 없는 칭찬이다. 그냥 축하만 하면 된다.

영혼을 담은 칭찬은 다른 사람에게 생긴 좋은 일을 자기의 일처럼 생각해주는 것이다. 굿 라이프로서의 행복은 좋은 사람(Good Person)과의 관계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우리 모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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