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 CEO포럼] “2014년 한국 경제, 지루하지만 나쁘진 않을 것”
“2014년 한국 경제, 지루하지만 나쁘진 않을 것”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영림원CEO포럼서 강연
2014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2013년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월 12일 열린 9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14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2.8%(예상치)보다 높은 3.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2013년 12월 현재 수출과 소비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그 근거로 들었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도 “2가지 숙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하나는 수출과 관련해 선진국의 제조업 투자가 늘어나야 하며, 또다른 하나는 국내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내용
“한국경제
안정성 인정, 역동성 상실 우려” = 2013년 국내 경제 성장률에 대한 JP모건의 전망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JP모건은 2013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최대 3%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13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한국 경제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안정성은 인정되지만 이러다가는 역동성을 잃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JP모건이 당초 전망한대로 2.9~3.0%의 성장도 가능했지만 2.8%의 성장에 그친 것은 바로 이러한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2014년 한국 경제는 이러한 기조대로 “지루하지만 나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국내 경제는 뚜렷한 ‘상저하고’ 현상을 보였다. 상반기에 소비, 투자, 수출은 너무 실망스러울 정도로 부진했다. 2013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향상한 것은 경기 사이클 때문이 아니라 정부 지출 확대와 세종시 혁신도시 등 건설경기 활성화에 힘입은 것이다. 2014년 국내 경제는 최근 수출, 소비의 움직임으로 볼 때 2013년과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보다 더 높은 성장이 당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얼마만큼 성장할 지가 관심거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이 실현되려면 2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수출 환경의 개선이다. 그 관건은 선진국 경제 환경이 얼마나 호전될지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려면 선진국의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숙제는 국내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이다. 부동산 경기 없이는 내수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4년에 어떠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부동산 비관주의를 없애는 쪽으로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거의 10년 주기로 침체기 겪어” = 세계 경제는 거의 10년에 한번 씩 침체기가 있었다. IMF에 따르면 1980~1983년, 1990~1993년, 1998년, 2002년, 2008~2009년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평균 이하를 보인 시기였다.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 경제는 경제학 교과서에 기록할 만한 이벤트를 남겼다. 1970년대에는 오일 위기, 1980년대는 오일 위기와 라틴 아메리카 부채 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전반기에는 미국 부동산 버블이 터지고, 스웨덴에서는 은행 부실 대출에 따라 고객들이 줄을 서서 돈을 되찾는 뱅크런 사건이 벌어졌다. 1990년대 후반기와 2000년대 전반기에는 아시아의 용 4개 국가의 과잉 투자에 따른 버블이 터지고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러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는 20년마다 한번 씩 지역을 바꾸며 나타났다. 1980년대는 라틴아메리카, 1990년대 전반기에는 미국과 스웨덴, 1990년대 후반기와 2000년대 전반기에는 아시아, 2000년대 후반기에는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다음번에 금융 위기가 발생할 지역은 ‘신흥국’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3년에 인도,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 신흥국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2014년 세계 경제 성장률, 2013년보다 나을 듯” = 10년 주기로 금융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2009년에 시작한 세계 금융위기는 2014년이 되면 5년째가 된다.
JP모건은 2014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3년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09~2012년까지 4년 동안 세계 경제는 많은 리스크를 겪었으며 그 때마다 그 대응 방안으로 여러 정책이 나왔다. 이 시기의 세계 산업 활동의 변동폭은 과거 사이클보다 훨씬 컸다.
2010년 그리스 재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그리스 구제금융,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이 나왔다. 2011년에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5개국) 재정 문제에 이어 일본 지진, 미국 재정 협상 등의 이벤트가 벌어졌다. 이의 대응책으로 나온 것은 ECB(유럽중앙은행) 금리인하, ECB LTRO(저금리 장기 대출 프로그램), 미국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동시에 단기 채권을 파는 식으로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 등이었다.
이같은 정책은 그동안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2012년에는 유로 위기(Grexit, 유럽의 그리스(Greece)와 출구(Exit)의 합성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칭하는 신조어)와 미국 재정 감축 등의 일이 벌어지자
ECB의 금리인하, ECB OMT(단기국채무제한매입),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의 정책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ECB OMT는 유로 위기를 막으려고 단기 국채를 무제한 매입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세계 경제는 경기 부침과 이에 따른 정책 수립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행됐다.
“2014년 각국 경제 상황, 선진국 좋고 신흥국 나쁠 듯” = JP모건은 2014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3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나라별 경제 상황을 전망해보면 선진국은 좋고 신흥국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성장률 수치로만 따지면 선진국은 2013년 1.0%에서 2014년에는 1.9%, 신흥국은 4.4%에서 4.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2014년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년 평균(1.5~1.6%)보다 높은 편이며, 신흥국은 20년 평균보다
낮은 수치이다.
나라별 성장률을 전망해보면 미국은 2013년 1.6%에서 2014년 2.4%, 유로는 마이너스 0.5%에서 1.1%, 일본은 1.8%에서 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신흥국 가운데 중국은 7.6%에서 7.4%, 한국은 2.8%에서
3.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주목해야할 핵심 사안은 미국 연준의 양적 완화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정책 축소), 유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럽 은행의 통합 진전, 일본의 장기 성장 전략, 중국의 장기 개혁 속의 단기 성장 전략의 균형 조절
등이다.
2014년에 선진국의 경기가 신흥국보다 나을 것이라는 분석은 구매업자 지수에서 나타난다. 구매업자 지수란 JP모건이 기업의 원료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것으로,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훨씬 좋은 모멘텀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선진국이 제조 비중이 큰 신흥국보다 경기가 더 나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이다.
2009년 시작한 새로운 세계 경제 사이클 속에서 신흥국은 초반에는 좋았지만 2012년부터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투자 위축, 구조적인가 경제 사이클인가? = 경제 전망을 할 때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향후 1년 반의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고용은 늘고 있지만 투자는 정체되어 있다. 특히 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투자 위축이 구조적인 것인지 아니면 경제 사이클 때문인지 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적이라는 시각은 금융 위기를 겪은 국가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예전보다 줄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미국과 유럽은 과거보다 투자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기업의 투자 위축에 따른 공백은 정부 지출의 확대로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전 세계의 투자 위축 현상이 경기 사이클에 따른 것이라면서 앞으로 잠재력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4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 다행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 낮을 것이라는 점이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평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만약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통화 정책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더욱 나쁜 뉴스이다.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 헤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인플레이션은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다.
2014년은 ‘말(HORSE)의 해’ = 2014년은 말의 해이다. HORSE에 맞춰 2014년 세계 경제를 요약해 전망해본다. H는 Healthier global economy(상대적으로 건강한 성장 환경), O는 Optimism in equities(주식에 대한 상대적 낙관), R은 Re-positioning portfolio for rising rate(포트폴리오 조정), S는 Selective in fixed income(채권 상품 차별화), E는 Emerging markets differentiation(신흥국 차별화)이다. 여기에 하나 더 주목해야할 핵심 사항은 인플레이션 경로(Inflation path)이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한 3.7%보다 높은 4%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2013년에 비해 인위적인 정책 외에 수출, 소비 등 시장 평가 지수가 나아지고 경제 관련 이슈도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우 하이테크 산업은 여전히 높은 성과를 내겠지만 비 하이테크의 전통적인 산업은 모멘텀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국내 경제성장률 4%도 불가능하지 않다” = 내수 경기는 좋아지고 있는 편이다. 소비 지수가 늘고 고용도 늘고 있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고용의 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2013년 고용의 70% 이상이 저임금 직종에서 발생했다. 또 나이별로는 50대 이상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30대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러한 고용 증가 현상은 경기 사이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렇게 고용이 늘면서 소비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또 생필품 가격의 하락은 소비의 풀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전세 가격이 오르는 상황은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규제 완화 소지가 많아서 앞으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 많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극단적인 정책으로 공급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지난 2년간 투자는 늘어났지만 과거 사이클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업종별 투자 상황을 보면 제조 부문이 늘고 서비스 부문이 떨어졌다. 2013년 경제성장률 향상에 기여한 건설경기는 2014년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수주가 2012년부터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 구조를 유지하겠지만 그 증가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은 정부의 엄청난 개입이 이뤄지고 상황인데 2014년에도 이러한 방향은 바꿔지지 않을 것이다. 환율은 2013년 평균 1095원에서 2014년에는
1050원을 형성할 전망이다.
박시현 편집장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