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음악실] 8월, Mendelssohn A Midsummer Night’s Dream


여름을 떠올리면 설렙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운동이 활발해지듯 자연도 저마다의 활기를 띱니다.
낮이 길고 옷차림이 가볍기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선풍기 바람을 쐬며 수박을 먹다 아무렇게나 뻗어 잠드는 것
미지근한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것
우렁찬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생동하는 자연을 느끼는 것
더워서 어쩔 줄 모르다 차가운 물로 샤워하며 몸부림치는 것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샌들로 물 웅덩이를 첨벙이는 것
기분 내키는 대로 잠옷바람으로 나가 선선한 바람을 쐬며 산책하는 것
그러다 좋은 사람과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
거리낌없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렘, 모두 여름의 매력입니다.

특히 한낮의 열기가 가신 여름의 밤은 하얀 달같기도, 붉은 장미같기도 하여 더욱 매력적입니다.

 

여름 밤에 대한 낭만은 동서양을 막론하나 봅니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일 년 중 가장 낮이 긴 하지의 전날 밤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이 점에 착안한 셰익스피어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작품을 씁니다.

이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입니다.


인간 세계 아테네에서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허미아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고, 그녀의 아버지가 신랑감으로 점 찍은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아를 짝사랑하며, 드미트리우스의 전 여자친구 헬레나는 그를 잊지 못하고 쫓아다닙니다.


허미아와 라이샌더 


변심한 드미트리우스에게 매달리는 헬레나 

한편, 요정세계에서는 요정의 왕 오베론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에게 앙갚음을 하려 시종 요정 퍼크를 시켜 그녀의 눈에 사랑의 묘약인 꽃즙을 넣습니다.
잠든 사이 눈꺼풀에 이 꽃즙을 바르면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는 당나귀 머리를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집니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요정…퍼크. 흔히 생각하는 요정의 이미지와 사뭇 달라 재미있습니다.
이 둘 사이에 있는 꽃이 바로 그 문제의 꽃입니다.
 


티타니아와 저주로 머리가 당나귀로 변한 바텀 

그러던 중,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라이샌더와 허미아가 요정의 숲을 지나게 되고, 이들을 쫓는 드미트리우스, 그리고 그를 쫓는 헬레나 또한 함께 따라오게 됩니다.

헬레나의 슬픈 짝사랑을 본 오베론은 퍼크를 시켜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꽃즙을 바르라 하지만, 퍼크는 실수로 라이샌더의 눈에 꽃즙을 바릅니다.
잠에서 깨어 우연히 헬레나를 보게 된 라이샌더는 그의 연인 허미아를 배신하고 헬레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여 관계가 완전히 꼬여버립니다.

퍼크의 실수를 알아챈 오베론이 다시 이를 바로잡게 하여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꽃즙을 바르고 헬레나를 보게 하는데, 더 큰 말썽이 생깁니다.

헬레나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두 남성이 결투를 벌이고 두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받던 허미아는 혼자 남아 배신감에 휩싸이고,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헬레나는 이들 셋이 짜고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하여 분노합니다.

결국 이 둘 또한 진흙탕으로 뛰어들어 싸웁니다.

 


1분 51초부터 본격 싸웁니다.

 

이를 본 퍼크가 라이샌더의 눈에서 꽃즙을 없애 이들을 다시 정상적인 관계로 되돌립니다.
오베론 또한 티타니아의 눈에 꽃즙을 다시 바르고 잠에서 깬 후 자신을 보게 하여 다시 좋은 부부사이로 돌아갑니다.

결국 라이샌더는 다시 허미아와, 드미트리우스는 옛 연인 헬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풀립니다.
이들은 요정의 마법에 의해 잠이 들고, 요정의 숲에서 겪은 기묘한 일들은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기억에 남게 됩니다.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는 히폴리타와의 결혼식에서 이 두 쌍의 연인을 초대하여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요정들은 세 커플의 백년해로와 다산을 기원해주며 행복한 결말을 맺습니다.

 


요정세계 그리고 화해한 오베론과 티타니아 

영화, 연극 등으로 볼 수 있는 한여름 밤의 꿈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전개되다 세 커플의 결혼식 장면에서 아주 익숙한 곡을 들려줍니다.

바로 ‘결혼’ 하면 떠오르는 곡, 멘델스존의 축혼행진곡입니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 ~ 1847)

 


한여름 밤의 꿈 결혼행진곡_ 세계 3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
 

세계 곳곳의 결혼식에 쓰여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행진곡은 사실 극의 시작부터 나오는 멘델스존의 연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의 마지막 곡입니다.

1826년 17세의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감동하여 서곡을 작곡합니다.

 


한여름 밤의 꿈 서곡_ 러시아 필하모닉의 연주

 

그 후 17년이 흐르고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요청으로 생일 축하 공연의 연극 음악으로
한여름 밤의 꿈 전곡을 완성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열정으로 시도한 작업을 인간으로서, 음악가로서 더욱 성숙해진 후 완성하여 명작을 남긴 것입니다.
이 놀라운 음악에 감격한 슈만도 “마치 요정들이 직접 연주를 하는 듯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합니다.

 

서곡, 스케르초, 간주곡, 녹턴, 결혼행진곡 등의 열 세곡으로 구성된 이 연극음악은 극 전체적으로 주요하게 깔려 작품의 신비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서곡은 극의 도입에서 목관악기들이 신비로운 화음을 연주하여 마치 요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작품의 분위기를 살립니다. 극에서 요정의 반딧불이 점점 많아지면서 분주히 날아다니는데, 음악 또한 그 움직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각각의 곡은 극의 내용에 따라 진행되며, 악기 소리의 질감을 살려 신비롭고 동화적인 느낌을 자아내어 극의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줍니다.

그러다 극 후반 결혼 장면에서 너무나 친숙한 금관악기의 셋잇단음 팡파르가 시작됩니다.
이 화려한 행진곡은 결혼을 축제분위기로 만들며 활기찬 출발을 기원합니다.

오늘날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전곡에서 주요 다섯 곡을 발췌하여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고, 연극이나 영화에서도 감독의 의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곡을 사용합니다.

 

<스케르초>
서곡의 연장으로 요정의 유희을 연상케 하는 섬세한 곡입니다.


마린스키 시어터 오케스트라의 연주

 

<간주곡>
전반에서는 허미아가 라이샌더를 찾아 숲속을 방황할 때의 정경을 나타내고,
후반에는 연극 연습을 하러 숲에 가는 직공들을 유쾌하게 표현합니다.


연주회에서 비교적 드물게 연주되는 곡이기에 연주 영상이 없습니다.

 

<녹턴>
두 커플이 요정의 마법으로 잠들 때의 평온한 분위기를 그립니다.


러시아 필하모닉의 연주

 

벌써 낮이 짧아지고 있어 아쉽습니다.

예술의전당에 가면 공연이 끝난 후 잔디광장에 앉아 음악분수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연의 여운을 느끼며 감상하는 음악분수는 다른 계절에도 좋지만 여름에는 자유로운 기분에 신비롭고 청명한 느낌까지 더해져 더욱 좋습니다. (겨울엔 엄청 춥습니다)

여름 밤, 한여름 밤의 꿈을 시원한 분수 앞에서 귀로, 눈으로 느끼며 풀냄새를 맡아보세요.
행복이 가까이에 있을 겁니다.

 

<13곡 전곡 영상>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참고자료
네이버 캐스트 영화 속 클래식 – 한여름 밤의 꿈
네이버 캐스트 클래식 명곡 명연주 –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이미지 출처
한여름 밤의 꿈
허미아와 라이샌더
드미트리어스에게 매달리는 헬레나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
테세우스와 히폴리타
티타니아와 머리가 당나귀로 변한 바텀, 허미아와 라이샌더
네이버영화
화해한 오베론과 티타니아
멘델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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