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살리기 그리고 죽이기

  德隣 (20160930)

 


이번 달에는 새 봄에 심은 어린 나무가 왜 죽는가? 즉, 어떻게 하여야 잘 사는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제목이 괴상하지만 나무를 죽여본 분은 나무 죽이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안다. 처음으로 나무를 죽여 본 분들의 공통점은, 다소 과장한다면, 자책감과 무지 속에서 한동안 자신을 원망하며 지낸다는 점이다.


본인이 나무의 생리에 눈을 뜨기 이전인 8년 전 이야기이다.
아파트에서 화분 나무들만 키우다가 드디어 2008년에 춘천에 터를 잡고 산수유, 꽃댕강, 좀작살, 라일락 등의 1-2년 생 묘목을 사서 심었다. 첫해 겨울은 그런대로 잘 넘겼다. 모두 잘 자라면서 2년차 봄을 맞이하였다. 나무 기르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 있게 새로 터를 닦은 춘천 집의 정원을 구상하였다.
나무 기르기에 자신감도 붙었기에 욕심을 부려서 조금 돈을 써보았다. 그 동안 늘 기르고 싶은 나무 중에 일 순위이었던 주목 다섯 그루를 거금 30만원을 주고 사서 심었다. 주목이 빨리 크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묘목 대신 5년 생 성목(成木)을 사서 심었다. 수고가 1.5미터 정도 되었으니 심고 나니 매우 뿌듯하였다.
그런데 여름을 넘기고 가을로 들어가면서 나무 꼴이 이상해지지 시작했다. 아마도 생 땅이어서 거름기가 없어서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닭똥을 사다가 뿌려주기도 하고, 물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물도 듬뿍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 다섯 그루는 모두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운명(?) 하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잘 자라던 감나무, 남천이 이듬해 봄에 보니 모두 죽어 있었다.
이렇게 죽어나가는 나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본인의 정원 설계 상 주목이 병풍처럼 서서 옆집과 맞닿은 정원의 한쪽을 우아하게 가려주어야 하는데, 누런 잎사귀를 보이면서 죽어 가는데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모르고 그냥 두고 보아야 하니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결국 다 죽어버렸다. 원망스러운 기분으로 나무를 판 분에게 문의를 하였지만 그 분 왈, 물을 안 주어서 그렇다고 나의 게으름만 책망을 한다.

왜 죽었을까? 참으로 궁금하였다. 정말 나무장수 말대로 내가 더운 여름에 물을 안 주어서 그랬나? 동네 분들 말처럼 포클레인으로 뒤집어놓은 땅에는 거름기가 전혀 없어서 나무들이 살 수 없다는 가설이 맞는가? 죽은 나무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전문가 친구도 없어서 참으로 답답하였다.

주목의 사망은 나의 나무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후 나의 무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도 뒤져보니 나무학교 동호회에도 가보았다. 그리고 나무에 관한 서적들을 탐독하고 나무 관련 블로그 등에 문의도 해 보았다.
어쨌든 지난 8년 동안 춘천 집 정원을 꾸미기 위해 참으로 많은 나무를 심었다. 현재는 모두들 잘 크고 있다. 물론 많이 죽였지만 이제 나무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심은 나무 중에 죽은 나무을 두 그루뿐이고 그 원인도 대략 안다.
그러면 주목은 과연 왜 죽은 것일까?

우선 앞 사례에서 언급한 두 가지 유형의 나무 죽이기를 살펴보자.
감나무, 남천이 죽은 이유는 자명하다. 이런 종류의 나무는 북방한계선을 가지고 있어서 춘천과 같은 지역의 겨울 날씨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나무의 예는 많다. 배롱나무, 동백나무 등 남부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들을 북방지역에 심으면 한해 살고 겨울을 못 나서 이듬해는 죽어버리든가 아니면 밑둥부터 다시 나온다. 감나무는 매우 강한 고욤나무 뿌리에 접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다음 해에 감나무는 없어지고 고욤나무만 남게 된다.
그런데 주목이 죽은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주목이 죽은 지 몇 년 후에 주목을 심었던 땅을 팔 기회가 있었다. 이 때 안 사실은 5 그루를 일렬로 심었는데 이 일렬선을 따라서 건수 (乾水)가 흐르고 있었다. 건수는 일반적인 시기에는 물이 없다가 비가 많이 오면 땅속에 스미었던 물이 잠시 솟아나서 물이 흥건하게 된다. 주목을 물 구덩이에 심어 놓고 비료를 주고, 물을 주고 하였으니 주목은 죽어가면서 무지몽매한 주인을 매우 원망했을 것 같다.

성목이 죽는 이유 매우 많다. 성목을 옮겨 심을 때에는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반면 1-2년 생 묘목은 웬만해서는 잘 죽지 않는다. 특히 포트에 심겨 있거나 분을 뜬 묘목은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간주해도 된다. 그런데도 묘목도 죽어나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이면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나무사망 원인은 죽어가는 나무를 사왔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초보자들이 식목을 생각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따뜻한 봄볕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3월 하순이다. 이 때 슬슬 나무시장에 가본다. 나무시장에서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일단 가지가 많이 뻗어 있는 튼실한 놈을 고르게 된다. 더구나 특정 나무에 대한 상식도 없이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이 때 고른 나무는 튼실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죽을 위험이 높은 놈이다. 뿌리가 튼실하면 절대 위험하지 않다. 그런데 하체는 부실한데 상체만 큰 놈은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
두 번째 문제는 묘목의 상태이다. 이 묘목은 묘목장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은 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대략적으로 굴착한 시점은 3월 초이기 때문에 식목일인 4월 5일이 되면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다. 특히 묘목장이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있기 때문에 2월 중에 이미 땅이 녹아서 삽질이 가능하다. 이때에 굴착된 묘목도 많이 있다. 이런 묘목은 한 달을 거치면서 몇 번씩 흙에서 꺼내졌다 심겼다 했을 것이다. 이미 많은 구매자가 좋은 묘목을 고르려고 초보자용 (?) 묘목을 건드리고 갔을 것이다. 뿌리는 말라서 실뿌리가 다쳤을 것이니 4월의 강력한 햇볕이 내려쬐기 시작할 때 물을 정상적으로 빨아올리지 못하고 죽어 갈 것이다.
묘목의 또 다른 사망원인은 식재 초기의 물주기 게으름이다. 식재 초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땅이 굳고 나면 웬만큼 물을 주어서는 땅 밑 뿌리까지 물이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묘목을 심을 때 흙을 스위스 모자 챙 끝처럼 원주를 만들며 높여 놓아야 한다. 어쨌든 초기에 심할 정도로 물을 많이 주어야 하며, 땅에 꼬챙이로 구멍을 뚫어 놓아서 물이 뿌리에 닫게 해야 한다.
묘목의 초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묘목 주위의 땅을 신문지, 검정비닐 등으로 덮어놓아야 한다. 풀도 안 나고 습도도 유지되어서 물을 덜 주어도 된다. 덮어놓는 것을 멀칭 (mulching)이라고 하는데, 멀칭의 가장 좋은 재료는 낙엽, 왕겨, 지푸라기 등 썩을 수 있는 유기질 물질이다. 얼마 있다가 유기물 멀칭을 들쳐보면 지렁이 등과 같은 벌레들이 토양의 비료성분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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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잘 자란 나무들: 정원과 산이 만나는 지역에 소나무, 단풍나무, 꽃사과, 자목련, 모감주나무, 라일락 등이 심겨져 있고 연못가에 나무수국과 넝쿨 한련화가 수북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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