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永-Way 단상 44 “결국은 리더의 책임인 것입니다” (2023.09.01)

결국은 리더의 책임인 것입니다

2023.09.01

“왕관을 쓴 자들 가운데 최악으로 비겁하고 최하급인 황제는 궁전 속에 움츠리고 자기가 저지른 잘못으로 타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황제는 외부대신에게 조약에 서명하라고 지시하고서는 자기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또 지시했다. 그래서 외부대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 미국 부영사 윌라드 스트레이트

 

위의 내용은 1905년도 코넬대학교에서 발간된 문서 중에 있는 글입니다. 윌라드는 대한제국에 부영사로 부임했었고, 겪었던 일들을 문서로 남겼습니다. 여기서 황제는 고종이고, 조약은 을사조약이고, 외부대신은 박제순입니다.

지난 화요일(8월 29일)은 1910년 나라가 일본에 병합되는 조약을 맺은 치욕적인 (경술)국치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배워 다시는 동일한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개인적인 출세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의 얘기 너머의 객관적인 사실과 보편적인 진리에 근거한 역사를 보는 혜안을 갖추어야 합니다.

1910년 나라가 망하기 전후의 고종의 행보를 고찰해 보면 누가 나라를 망하게 한 주범인지가 명확해질 것입니다. 1904년 3월 20일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을 알현했다고 실록엔 딱 한 줄 기록만 있는데 3월 31일 영국공사관을 방문한 민영환의 면담 기록이 영국 외교일지에 명확히 남아 있고, 그 중 일부 내용에 “ 이토 대사가 천황 선물이라며 30만엔을 고종 황제에게 줬다. 그리고 경부선 철도에 고종이 가지는 지분을 보장한다…”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을사조약 체결 6일 전인 1905년 11월 11일 주한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는 일본 외무성 기밀 제119호에 의거해 기밀비 10만원을 집행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황제에게 2만원, 3,000원을 시종대신 구완희에게, 3,000원을 법부대신 이하영에게 지급하고 2만원은 선후책으로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에 지급할 것이고,참정 박제순과 기타 한두대신에게 1만5,00원을 지급…’ 당시 목수 연봉이 200원이었다고 합니다.

 

1905년 11월 17일 을사조약 후 고종이 내린 첫 조치가 대신들 가운데 유일하게 조약을 반대했던 영의정 격인 의정대신 한규설을 파면하고, 조약 체결 당사자인 외부대신 박제순을 의정대신으로 임명했습니다.

 

실록에 고종 태도를 성토하는 상소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졌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 중 예를 든다면, ‘11월 27일 원로대신 조병세 무리가 궁중에 들어 와 농성을 하며 상소를 하자 고종은 “반복하여 타이른 것이 서너 번만이 아닌데 왜 말을 받지 않는가”라며 이들을 궐 밖으로 쫓아 버렸다. 조병세는 일본 헌병대에 끌려 갔다. 28일 무관장 민영환이 뒤를 이었다, 고종은 “번거로우니 속히 불러가라”고 답했다. 고종은 이들을 체포해 징계를 내리라고 명했다. 이틀 뒤 민영환이 자결했다. 그 다음 날 조병세는 자결했다.’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조약’ 8개조 중에 3조는 한국 황실 지위 유지 및 상응하는 세비 지급, 4조는 황실에 기타 자금 제공으로 황실의 신분, 경제적 보장항목이 2개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11년부터 세비 150만원, 1921년부터 180만원의 세비가 1945년까지 지급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망했어도 황실 그 일족은 배부르게 떵떵거리며 잘 살았던 것입니다.

위 내용들을 종합해서 유추해 보면 고종이 나라를 팔아먹은 주범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였기에 충효사상에 철두철미했던 유생들이 임금을 직접 공격하지 못하고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은 원흉이라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고종의 치사하고, 비겁하고 탐욕스러웠던 조치에 대한 사실들이 슬그머니 묻혀 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고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나라도 외부의 침입으로 나라가 망하기 전에 반드시 내부의 문제로 먼저 조직이 붕괴되고, 그 후에 망하게 된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부 조직의 붕괴는 지도자의 공공윤리 의식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 등의 역량 부족으로 인하여 나타나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 반드시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YB

Share your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