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 CEO포럼] “브랜드는 ‘다름’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

“브랜드는 ‘다름’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

제이오에이치 조수용 대표 영림원CEO포럼에서 ‘Right Design for Right Brand’ 주제 강연

    

네이버 녹색창과 NHN 사옥 그린팩토리를 디자인한 조수용 (주)제이오에이치의 대표가 2월 6월 열린 93회 영림원 CEO포럼에서 ‘Right Design for Right Brand’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 중인 조수용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브랜드는 크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달라 보이고 싶은 그 무엇이다. 브랜드는 곧 다름에 대한 이야기이다”라면서 “우리 회사를 ‘사람’이라고 여기고 그림을 그려 차곡차곡 모으면 회사 브랜드가 완성된다”며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조 대표는 또 “원래는 큰데 작아 보이고 싶은 것이 브랜드 차별화의 열쇠이며, 균형 잡힌 브랜드는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비용이 합리적이라는 3박자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 브랜드에 ”의식이 있다”라는 것은 이 모든 것을 훌쩍 뛰어넘게 해준다고 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좋은 디자인이 바른 디자인 것은 아니다” = 요즘은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시대이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케팅, 광고, PR, 브랜드가 어떻게 다른지 남녀 관계를 통해 비교해보면 마케팅은 남자가 여자에게 “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며, 광고는 남자가 여자에게 “저 괜찮은 사람이에요. 저 괜찮은 사람이에요. 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며, PR은 제3자가 여자에게 “그 남자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인가. 남자가 말하기 전에 여자가 먼저 “당신이 좋은 사람인거 알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하면 이건희 회장이 떠오르면 그것이 브랜드이다. 무엇에 대해 알고 있는 이미지 “아! 그것”이 바로 브랜드라는 얘기다. 그래서 브랜드는 전략으로 만들기 어렵다.

옛날에 파스퇴르 우유의 광고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창업자였던 그 회사 회장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색깔과 많은 문구로 이뤄진 그 광고는 디자인적으로 촌스러웠다. 하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했다. 왜 그랬을까? 다른 경쟁 우유 제품인 남양이나 매일이 디자인적으로 오히려 예뻤음에도 파스퇴르 우유가 잘 팔린 것은 그 촌스러운 광고에 창업자의 우유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쟁사 제품은 마치 공장에서 만든 것 같았지만 파스퇴르 우유는 신경 써서 만든 그래서 정성이 듬뿍 담긴 그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파스퇴르 우유의 광고에서 우리는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우유 회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친환경 농부의 말이나 글이 너무 세련되게 보이면 잘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에 앞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어하는지 고민해야” = 화장품 ‘키엘’도 파스퇴르 우유와 유사한 감성을 담은 브랜드였다. 뉴욕에서 출발한 키엘은 약사들이 만든 화장품으로 기존 미용 위주의 화장품과는 달리 과학성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상품의 전면에 성분 등을 표시하는 글자를 촘촘하게 박았다. 그리고 키엘 매장의 종업원은 약사 가운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으며,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매장에 진열하였다.

키엘의 이런 이미지는 로레알에 인수되어 희석되었지만 파스퇴르 우유와 더불어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사실 좋은 디자인보다는 바른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디자인을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어하는지, 무슨 감정을 전달할지를 정해야만 바른 디자인이 나온다.

브랜드는 로고나 심볼이 아니다. 과거에는 구별이나 식별의 장치로서 브랜드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키엘의 로고는 5~6가지나 되었다. 잘 되어 있는 브랜드는 로고나 심볼을 바꾸어 써도, 그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네이버의 로고에는 날개 달린 모자가 있는데 언젠가 이 모자를 빼고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몰라봤다. 지금 네이버의 날개달린 모자 로고는 홈페이지에만 상징적으로 남아있다. 삼성의 로고 역시 타원형을 빼도, 소문자로 써도 소비자들은 모를 뿐만 아니라 놀란 적도 없었다.

    

“브랜드는 크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달라 보이고 싶어해” = 결국 브랜드는 차별화하는 그 무엇인가이며, 그래서 ‘다름’에 대한 이야기가 브랜드이다. 구별은 작은 것을 크게 보이려고 하지만 브랜드는 크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달라 보이고 싶어한다. 이것이 브랜드를 바로 보는 시각이다. 브랜드와 마케팅은 완전히 다른 얘기이다. 브랜드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고, 그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 브랜드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외모, 말투, 생각, 과거 행적, 친분에서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기업의 브랜드도 그러하다.

우리 회사를 ‘사람’으로 여기고 그림을 그려보면 어떠할까? 그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면 마침내 회사 브랜드가 완성된다.

인지도, 호감도, 충성도는 무엇일까? 회사는 고객이 자기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을 자기 회사를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은 고객이 그 회사를 사랑한 적이 없으며 단지 필요해서 구입했을 뿐이다. 만일 그 회사가 사랑스러웠다면 가슴에 그 회사의 로고를 새기고 시내를 활보했을 것이다. 필요해서 쓴다는 말을 전문용어로 말하면 최초 상기이며, 이것이 호감도이다. 하지만 호감도가 충성도인 것은 아니다. 호감도는 더 좋은 것이 나오면 바로 바꿔 쓰지만 충성도는 비록 쓰기 불편하고 그 회사가 무슨 실수를 해도 앞장서서 대변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

    

“작아 보이고 싶은 큰 브랜드가 오래가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 = 여러 분의 회사는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3가지 부류의 브랜드가 있다. 첫째 부류는 원래 크고 강한 것을 그대로 커 보이고, 강해 보이려고 한다. 1차원적인 지향이다. 둘째는 적은 것을 크게 보이고 싶어하는 브랜드이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세째는 원래는 큰 것인데 작아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브랜드 차별화의 힌트가 숨겨 있다. 애플은 이 세째 부류의  회사로 아직도 작은 회사 시절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작아 보이고 싶은 큰 브랜드가 오래가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좋은 브랜드는 가치관이 뚜렷한 인간과 동일하다. 어떤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훌륭하면 좋아하는 것처럼 브랜드도 그러하다. 디자인이 크리에이티브한 것이 아니다. 생각이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 생각은 새롭게 창조하고 행위는 최고를 선택한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되지 하는 것도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다.

일반적인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의뢰받으면 시안을 여러 개 만들어 내놓는다, 그래 놓고 이 시안 중에 무엇이 좋지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투표를 거쳐 하나를 결정한다. 이런 디자인은 생각하지 않고 한 것이며, 거꾸로 디자인한 것이다.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이런 생각을 하면 쉽게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인은 크리에이티브한 것이 아니다. 생각을 잘 집어내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브랜드는 창조하고 디자인은 선택한다.

    

“생각이 있고 의식이 있는 브랜드가 최고의 브랜드” = 조수용 대표는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곤란하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건축가, 디자이너, 마케터, 개발자, 사업가 등등 다양해서이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세상에는 3가지 직종이 있다고 말한다. 인베스터(Inverstor), 크리에이터(Creator), 워커(Worker)가 그것이다.

조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인베스터는 투자해 지지하는 사람이며, 크리에이터는 창조하는 사람이며, 워커는 크리에이터를 존경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조 대표는 이 3가지 일을 나눠 수행하고 있다. 최대한 단순하게 바른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게 자신의 일이란다.

조 대표는 이 대목에서 바른 브랜드는 3가지가 균형을 잡고 있다면서 그 3가지란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비용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3박자를 갖춘 균형잡힌 브랜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의식이 있다”라는 것이다. 어느 브랜드가 “생각이 있다” “의식이 있다”라는 느낌을 준다면 예쁘지 않아도 가격이 비싸도 후져도 버티게 해준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한편 조 대표는 (주)제이오에이치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B>를 소개하고, 좋은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설명했다. 매거진 <B>는 한 호당 하나의 브랜드만을 깊이있게 다루는 월간지인데 특이하게도 광고가 없어 과월호는 단행본 같다.

    

“성공한 브랜드는 마케팅을 싫어해” = 국문과 영문판으로 발행되는 매거진 <B>가 지금까지 다룬 브랜드는 창간호의 프라이탁( FREITAG)을 비롯해 비브람, BIC 등 모두 23가지이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제조 회사로, 이 회사의 제품은 루이비통급 가격이지만 그 신선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이다.

비브람은 신발 밑창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로 그 기술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명품 신발에 자사의 브랜드를 붙이는 것을 고집하는 전략으로 고객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BIC는 볼펜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라이터도 제조하고 있다.

매거진 <B>가 소개한 23개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첫째, 별로 마케팅을 하지 않거나 본능적으로 마케팅을 싫어하며 둘째, 잘 되는 기업으로 소비자나 종업원 모두 위너이며 루저가 없다는 점이었다. 또 브랜드 전문가가 없는 것도 공통적이었다.

    

Share your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