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회 영림원CEO포럼]“트럼프노믹스와 미국 경제“

“美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한미FTA 폐기할 수도”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연구소장, 영림원CEO포럼 강연

 

법무법인 율촌 연구소장 하태형 박사가 6일 제131회 영림원CEO포럼(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에서 ‘트럼프노믹스와 미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하태형 박사는 ‘트럼프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강연에서 “미국은 보호무역 강화로 한미FTA를 폐기할 가능성도 있다”라면서 이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 순항 중, 실업률 1975년 이후 최저 = 미국 경제는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7%였는데 5월에 1.2%로, 7월에 1.4%로 수정해 확정 발표했다.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며 고용 시장이 안정적인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실업률이 4.3%까지 떨어졌는데 197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줄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2015년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비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민간 소비의 확대는 미국 경제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제조업의 재고증감률은 하락하고 출하증감률은 증가하면서 경제 상승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

하지만 대외 무역수지 적자가 다시 늘고 있다. 미국은 무역수지 최대 적자국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2015년에 7,526억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 흑자국은 중국이 1위로 3,470억달러, 이어 일본이 689억달러, 독일이 649억달러, 멕시코가 584억달러, 한국이 277억달러였다.

무역수지 적자는 기축통화 발행국의 숙명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나야 달러가 밖으로 나간다. 위안화, 유로화, 엔화는 기축 통화 발행이 불가능하다. 기축통화는 통화의 신뢰도가 떨어져도 그 신뢰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 유일한 통화는 달러이다.

트럼프가 무역수지 적자를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미국이 풍요로운 나라가 된 것은 기축통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풍요로움의 힘은 통화 발권력이다. 트럼프가 무역수지를 낮추겠다고 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에너지가 그 기반이 됐다. 19세기에 에너지원은 석탄이었다. 석탄을 처음 발굴해 사용한 영국은 파운드가 기축 통화로 자리잡으면서 19세기에 가장 강한 나라가 됐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석유가 등장하면서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됐는데 그 배경에는 미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을 만나 달러로만 석유거래를 하기로 담판을 지었다는 일화가 있다.

◆한미FTA, 미국 보호무역주의 주된 공격 대상으로 = 물가상승률은 미 연준이 정한 2%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미 연준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과열에 대해 금리인상으로 대처하는데 올해 들어 이미 두번 올렸는데 올 하반기 9월, 12월 두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1.25%로 한국과 같다. 미 연준이 하반기에 금리를 또 인상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 배경으로 1970년대 이후 미국 중산층 비중의 지속적인 감소와 빈부 격차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중산층 비중은 1971년 61%에서 1981년 59%, 1991년 56%, 2001년 54%, 2011년 51%, 2015년 50%로 계속 줄어들었다.

교통, 항공, 도로 등 노후한 인프라는 미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인프라 평가 결과, 거의 모든 평가 항목이 최하점을 받았다. 트럼프 정부는 중산층 복원 및 인프라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제조업의 미국 회귀 현상인 리쇼어링으로 제조업의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시작된 리쇼어링은 2016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무역수지의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 대상국과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현재 총 14개, 20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무역수지 측면에서 손해를 입은 협정은 NAFTA(1994년), 이스라엘FTA(1985년), 한국FTA(2012년) 등이었다.

미 트럼프 정부는 환율조작국 평가, 반덤핑 관세 등으로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특정 국가들을 견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율조작국 블랙리스트에 중국, 한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이 올라있다. 그 기준은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초과 ▲환율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입 비중 2% 초과) 등 3가지이다.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국, 2개 요건 충족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미FTA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의 실현 가능 공약은 ‘보호무역주의’ 뿐 = 트럼프는 공약으로 먼저 ‘미국 인프라 퍼스트 정책’으로 교통, 상수도, 에너지 등 인프라 현대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공약은 용두사미가 되기 쉽다. 의회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주에 투자할지 그 조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10년간 1조달러의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재원 문제는 재정 적자와도 직결돼 있다.

트럼프는 또 불법 이민자 1100만명 중 200만명 추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법원에서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법인세의 대폭 감세와 소득세의 간소화를 약속했지만 역시 재원 확충 문제로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

이밖에 트럼프는 주요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백지화, 상속세 폐지, 오바마 케어 폐지 등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기후 변화 및 의료복지 부문에서 일부 수정을 예고했지만 무역 및 통상 부문에서는 아직도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은 보호무역주의뿐이다. 트럼프는 이미 체결한 FTA의 전면 재검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반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로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액 약 15조원 전망 = 트럼프노믹스의 3각축은 감세와 규제 개혁, 보호무역, 대규모 인프라 투자이다.

무디스는 오는 2020년까지 트럼프 집권기의 미국 경제 성장률이 공약으로 걸었던 4% 달성은 힘들 것이며, 올해는 2.3~2.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축인 보호무역주의는 중국, 한국 등에 그 타깃이 맞춰져 있다. 이미 오바마 시절에 미국의 대 세계 보호 무역 조치 가운데 80% 이상이 한국에 해당됐다. 또 오바마 재임 기간동안 한국 상위 10대 수출 품목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는 클린턴 때에 비해 약 20배 증가했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 건수의 90%는 기술장벽(TBT) 조치였다.

미국 대통령이 직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역제재 조치는 통상법 232(b)조, 통상법 201조, 통상법, 통상법 301조가 있다. 이 가운데 통상법 201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발동하는데 최대 150일 동안 15% 관세 부과, 수입물량 제한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한국에게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 시장이다. 2015년에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6%, 대미국 수출은 13%를 차지했다. 그런데 대미국 수출의 70%는 중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이 가장 수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같은 반열에 놓을 수는 없다.

만일 트럼프 집권 기간동안 한미FTA 재협상 또는 폐기가 이뤄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3% 중반으로 상승하면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수출 총 손실액은 약 130억1천만달러(약 15조원), 총 고용감소분은 약 12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보호무역주의, 통상마찰 등 리스크 경영관리 필요 = 우리 정부나 기업은 한미FTA가 폐기되거나 재협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통상 마찰로 인해 국내 수출 품목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리스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위생 및 검역, 기술 장벽의 경우 미리 국제 기준에 맞는 품질 조건을 충족하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앞으로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특히 환리스크에 약한 중소기업에서는 환변동보험 제도의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 정부, 민간 부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소통 및 협력으로 통상 마찰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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