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회 영림원CEO포럼]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경제와 기업 경영환경 변화 전망

“한국경제, 기술과 조직의 혁신 역량 강화와 혁신 전략의 적극적인 실행 필요”

김현욱 KDI국제정책연구원 교수, 167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미국을 중심으로 완화되고 있으나 아직은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악화 등으로 인해 국가 간 경제 성장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각 국가 내에서도 일자리와 교육 기회의 차별화 제공으로 인한 소득 및 양극화가 심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G20 국가 중에서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악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이다.”

김현욱 KDI국제정책연구원 교수가 1일 16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경제와 기업 경영환경 변화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그동안 우려됐던 장기 저성장 또는 구조적 장기 침체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장기적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기술과 조직 측면에서 혁신 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글로벌 경제, 작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지만 불확실성 상존 = 코로나19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만큼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는 데 2년 반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세계 교역량의 지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 덕분이다. 주요 국가의 정부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백신 보급으로 글로벌 경기 충격은 대부분 완화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 정책의 여력에 대한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민간 소비에 힘입어 양호한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 민간 소비 촉진 요인의 지표가 되는 ‘초과 저축액‘ 면에서 미국은 전세계의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은 2019년부터 11년간 최장기 호황을 누렸다,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칠만한 여력이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의 상황은 다르다. 유로존은 수출 및 생산이 반등했으나 최근 서비스업과 소비가 부진한 편이다.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방역 통제의 실패로 경기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국가이다. IMF 등의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일본은 회복세가 가장 더딘 국가로 나타났다.

중국은 내수 및 수출 증가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입이 부진해 코로나19 이전처럼 교역 상대국에 미쳤던 긍정적인 영향이 낮아진 상태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의 회복 속도는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진다. 특히 러시아와 브라질은 올해 3월에 정책 금리를 인상하는 등 정책적으로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은 앞으로 나라별로 차별화가 더욱 심해지며 불균형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 =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를 들자면 첫째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최근에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과연 통제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의 반복이 글로벌 경제의 큰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백신 보급이 지체되거나 대응 여력이 부족한 국가의 내수 회복은 제한될 것이다.

둘째는 글로벌 물가 상승에 따른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빠르지만 고용 시장은 충분히 회복이 안된 상태다. 섣불리 금리를 인상했다가는 고용 회복에 타격을 끼칠 우려가 있다. 미국 외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 고용 시장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정책금리의 빠른 인상은 없을 것이다.

셋째는 미국의 경제 정책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후 가계 현금 추가 지급, 실업수당 기간 연장 등 미국인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에 1조9천억달러를 투자하며 경기 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재건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4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부양책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층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세 인상은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당분간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넷째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양국의 갈등 해소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신냉전이라고 할 만큼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기원설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며 중국에 대한 응징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반도체 등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 기조를 오히려 강화하며, ‘기술 경쟁력의 우위로 글로벌 경제 패권의 지속 유지’라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다섯째는 기후 변화 대응과 통상 정책 연계이다. 기후 위기 대응이 통상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미국과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해외에 수출하는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탄소국경세는 규제가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적용되는 일종의 무역관세이다.

RE100 운동 등 기업 차원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들도 통상 환경을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RE100은 참여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약속이다.

RE100 가입 기업들은 전체 공급망에 걸쳐 협력사들의 가입 및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2020년 12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276개사이다.

여섯째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약화이다.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보건 위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 국경 간 통제,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리쇼어링, 교역 급감, 디지털화 확산 등의 현상을 가속화했다. 10년 넘게 걸릴 구조적 변화가 불과 1~2년 사이에 벌어졌다.

특히 국가 간 거리두기는 글로벌 공조 체계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 질서에 최대 위험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각자도생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경제, 산업별 경기 양극화 뚜렷 = 작년 2분기에 큰 충격을 받았던 한국경제는 3분기부터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산업별로 회복세는 천차만별이다. 제조업은 수출 증가로 회복세가 양호하지만, 서비스업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별로 회복세의 양극화가 뚜렷한 셈이다.

작년 3분기 이후 제조업의 회복세에 대해서도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ICT, 전자기기 제조사 등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 제조사는 그 회복세가 미약한 편이다. 서비스업 내에서도 경기 양극화가 확연하다. 보험업 등 금융 분야를 빼면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항공운송업 등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매우 힘들게 버티고 있다.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은 현저히 저하된 상태이다. 특히 민간 소비의 둔화로 내수 경기가 극도로 부진하다. 미국이 민간 소비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반도체 등 수출 증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민간 소비가 위축됐지만 자동차, PC 등 오래 쓰는 것이 특성인 내구재 소비는 늘어났다. 온라인 수업이나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 우려 등이 그 이유다. 이 흐름이 지나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기업의 설비 투자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장비가 포함된 특수산업용 기계 분야만 그러할 뿐 나머지 분야의 설비 투자는 부진한 상황이다. 건설이나 토목 부문의 투자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이 비교적 빠른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그렇지만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이를 빼면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 상승했는데 내수 회복세가 미약해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경제의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출 확대와 국민들의 충실한 방역 협조에 따른 성과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정부의 재정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경제 회복의 관건이다. 경기 회복 시점에 재정 지출 측면에서 출구 전략의 우선적 실시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피해 및 취약 계층만을 수혜 대상으로 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축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한 것도 한국경제의 단기 이슈다. 기업 수익성 개선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주가 등 자산 가격들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의 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버블 가능성도 상존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 전국주택매매 가격과 소비자 물가는 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100% 미만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서울의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지만 다른 지역의 아파트 비중과 비교하면 가장 낮다. 우리나라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 61.4%이며, 서울은 58.0%이다. 심각한 것은 준공 아파트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비율이 15.5%로 아주 낮다는 점이다. 서울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 부실 위험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단기 리스크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적으로 운용됐던 정책 기조가 정상화되면 차입을 확대했던 일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부실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과거 위기 경험에서 볼 때 기업 금융의 건전성 악화는 위기 당시보다 경기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축소되면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유동성이 광범위하게 공급되면서 기업 부채 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도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경제의 단기 이슈로 환율은 완만한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한국은 앞으로 1~2년간 환율을 통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산업 간 성장 불균형 가시화 =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단기 이슈를 설명했는데 장기 이슈로는 먼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장기 저성장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번째 장기 위험은 잠재 성장률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고령화 및 생산성 저하 등으로 장기적으로 실질 성장 전망은 이미 불투명한 상태이다. 2014년 이후부터 한국 수출의 대외 경쟁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앞으로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전개되는 것도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한국경제에서 산업 간 성장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높은 성장세인 반도체와 비교해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석유화학, 섬유, 가전,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식음료 등 다른 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확연하게 떨어진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투자 위축에 따른 생산 능력 저하로 이어져 추가적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코로나19는 한국경제에 저주인가? =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약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악화로 G20 국가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한국경제에 저주인가? 환경과 역량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이지만 역량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을 보면 디지털화, 탈세계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식과 기술 등에서 한국경제의 역량은 아직 저하되거나 상실되지 않은 상태이다. 경제 활동의 환경은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수요는 존재한다. 위축된 국내외 시장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그 이전에 제기됐던 장기 저성장 또는 구조적 장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장기적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조직 등 모든 면에서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 전략의 적극적인 실행 노력이 필요하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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