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회 영림원CEO포럼] 일본 초격차 기업의 세가지 원칙

“초격차 기업,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한다”

최원석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149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20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던 일본 경제가 부활한 것은 ‘초격차 기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초격차 기업은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한다는 3가지 원칙으로 경제적 불황이나 정치적 위기 요소에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최원석 이코노미조선 편집장이 7일 149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일본 초격차 기업의 세가지 원칙’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편집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 등 초격차 기업 CEO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호황이든 불황이든 경기와 상관없이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본질을 파고드는 기업이야말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일본의 부활, 순이익·매출·자기자본이익률 사상 최고 = 2018년 3월 결산 기준(2017년 4월~2018년 3월)으로 일본 상장기업 전체의 순이익, 매출액,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8% 늘어난 557조엔(한화 약 5627조원)이었으며, 특히 자기자본이익률은 2%포인트 상승한 10.4%로 1980년 이후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넘어서지 못한 마의 10% 벽을 처음 돌파했다.

반면 한국은 위기로 가고 있다. 불과 수년만에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역전됐다. 2018년 2분기 한국과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전년동기 대비 0.3% 감소한 반면 일본은 무려 27.9%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1.27% 감소했다.

일본의 부활은 ‘초격차 기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초격차 기업이란 동종업계 경쟁사와 압도적인 격차를 벌려 추격이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초격차의 가치는 실적 등 각종 수치적 지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의 실력과 경쟁력은 수치 그 이상의 것에서 나오기 마련이며, 기업의 철학, 지향점, 인재관 등을 포괄한다.

즉 진정한 초격차 기업은 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모두에서 큰 격차를 벌려나가는 이들이다.

◆“일본의 부활, 초격차 기업에 그 이유 있다” = 일본 초격차 기업의 세가지 원칙은 ‘당연한 것을 하기,’ 멈추지 않기‘, ’제대로 하기’이다.

아주 뻔한 것 같지만 이를 실천해 성공한 기업이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회사인 화낙(FANUC), 일본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회사 중 한 곳인 키엔스(KEYENCE), 세계 3위의 패스트 패션 회사인 유니클로, 소프트뱅크, 도요타 등이다.

이들 초격차 기업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부터 혁신하고, 조급함과 ‘손실 회피’ 능력을 넘어서고, 조금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넘볼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냈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인터뷰에서 지금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자신이 꼭 해야 할 것들을 대충하고 끝낸다. 심지어는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실패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경쟁 상대와 싸우고 있다.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경쟁자들과 같은 수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당연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기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나바 회장은 천년가는 영속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야망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그는 “화낙이 영속성을 유지하려면 시장에서 계속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시장에서만 승부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자다. 재무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도 재테크도 전혀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장자동화와 산업용 로봇으로만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낙이 주력하는 제품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스마트폰 등의 정밀 제작에 필수인 로보드릴 80%, NC(수치제어) 공작기계 50%, 산업용 로봇 20%로 1위다. 화낙의 영업이익률은 적으면 30%, 많으면 40%에 달하며, 제품 100%를 일본 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실패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 =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검출·계측제어기 전문기업인 키엔스의 명예회장인 다키자키 다케미스도 “키엔스가 엄청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키엔스는 제조업체이면서도 50%가 넘는 압도적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기업으로 평균 연봉이 2천만엔 이상으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기업 중 한 곳이다. 생산은 일본내 공장에 외주를 주고 기술개발과 영업에 집중한다.

다키자키 회장은 1960년대 ‘전공투’ 세대로, 당시 고등학교의 리더였다. 공고만 졸업하고 대학은 다니지 않은 그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상을 바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키엔스의 사명”이다라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다키자키 회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유행이지만 사업가의 첫째 조건은 총자산을 잘 쓰고 높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익을 못 올리는 것 즉 사업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일밖에 시키지 못하는 것은 사업가로서는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이 월급보다 낮은 부가가치를 내면 과감히 알바나 외주로 돌린다.

그는 특히 “영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경영철학으로 고객의 요구를 맞추는 그 이상의 것을 미리 예측하고 제안함으로써 경쟁 상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입지를 만들어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상을 바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 인디텍스(자라의 모기업), H&M에 이어 세계 3위의 SPA(제조·판매 통합 의류기업)로 자리잡은 유니클로도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한 기업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의류 원자재 가격이 반으로 떨어졌는데도 옷값은 떨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유니클로의 시작이었다.

일본에서 사양사업으로 치부되던 의류 사업에 집중해 현재 일본 1위, 한국 1위 등 아시아 시장을 제패하고 유럽·미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자라, H&M을 누르고 세계 1위의 SPA가 되는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인터뷰에서 “고객 입장에서 당연한 것을 한 것 뿐이다.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유니클로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다”라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대답이 될 수 없다. 경영은 결단이고 실행이다. 아무리 배워도 실제로 적용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휴대통신사업을 펼치고, 산하에 야후재팬, ARM, 100조원 짜리 4차산업 펀드인 비전펀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 공유자동차 업체 디디추싱 등의 최대 주주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오로지 앞으로의 일에만 관심이 있는 인물이다.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성공의 비결에 대해 묻자 “말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의 것만 얘기하자”고 했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싱글래리티’에 집착하고 있다. 그는 “인류 역사에 거대한 패러다임이 오고 있는데 그것은 싱글래리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기본적인 비전이다”라고 밝혔다. 싱글래리티는 기술적 특이점 및 변곡점이며, 이를테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것이다.

손 회장이 연매출 1조4000억원짜리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36조원에 샀을 당시 주변 반응은 싸늘했다. ARM 인수 발표 날 소프트뱅크 주가가 10% 하락했다. 하지만 2년 넘게 지난 2018년 10월 소프트뱅크 주가는 ARM 매수 직전의 배가 됐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회사 만들기 = 손 회장은 “바둑에서 이기려면 열 수, 스무 수, 서른 수 앞을 내다보고 ‘왜 지금 여기에 한 점을 놓아야 하는가’ 고민하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목숨 걸고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서로 아는 내용 아닐까. ARM은 IoT 세계에서 승부하는데 중요한 도비이시(飛石)인 셈이다”라고 했다.

도요타는 2009년 1000만대 리콜과 300만대 재고 사태 등을 겪으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세계 1위에 복귀했다. 최근엔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자하면서 사업 영역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인터뷰에서 “내가 2009년 사장 취임 후 한 일은 도요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작업이었다. 도요타도 처음엔 벤처였다. 당시 회사의 목표는 아주 심플했다. (완벽한 차나 최고의 차가 아니라)더 좋은 차를 만들자였다. 도요타는 자동직기에서 자동차로 그룹 전체를 모델 체인지했던 과거의 DNA가 남아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 DNA가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 또 자동차 이외의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요타 직원들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그 DNA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경영 지론이다.

이밖에 일본의 초격차 기업으로는 일본 최대 농기계 회사인 구보타. 가구 회사인 니토리, 적층 세라믹 콘덴서 세계 1위 회사인 무라타제작소, 경차·소형차·오토바이 회사인 스즈끼,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회사인 야스카와전기, 위생도기 회사인 토토, 자동차 회사인 혼다, 액정기기 회사인 후지필름 등이 있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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