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회 영림원CEO포럼] 기술혁신을 이끄는 리더

“국내 기업 CEO, 기술혁신을 잘 이끌려면…”

배성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147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배성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3일 147회 영림원CEO포럼(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에서 ‘기술혁신을 이끄는 리더’를 주제로 강연했다.

배 교수는 리더 입장에서 기술혁신을 잘 이끌려면 ▲기술 변화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기업이 갖춘 역량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알고 ▲기술 역량의 증대를 위해 내부 조직의 혁신과 외부와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기술 기업 리더들의 네가지 특성 =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기술 기업의 리더들은 일반 기업의 리더와는 달리 경영학적인 지식은 물론 신제품, 연구개발, 기술 전략 등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들 기술 기업 리더들은 네가지 특성을 갖추고 있다. 기술 변화의 흐름과 기업의 역량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알고, 기술 역량의 증대를 위해 조직 안팎으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네가지만 되면 기업은 성공적인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다. 경영학 용어로 ‘S커브’라는 게 있다. 기술이 처음에는 천천히 발전(Ferment)하다가 급격한 발전(Takeoff)을 거쳐 성숙기(Maturity)기에 접어들면 그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에는 기술 발전의 불연속면(Discontinuity)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 불연속성면이 나타나는 때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기업은 실패에 이르게 된다. 경영학에서 초기 기술의 도약과 성숙에 관한 연구는 많지만 발전 속도의 퇴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기술혁신은 진화론적 시각에서 변화(Variation)->선택(Selection)->유지(Retention)라는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 기술들이 서로 경쟁을 거쳐 특정 기술이 선택되고, 이 선택된 특정 기술만이 유지된다.

◆한국의 기술개발 과정은 정부 주도적…선진국과 달리 = 한국은 경제 지표상으로 볼 때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기술 혁신은 서구처럼 진화론적으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구의 ‘VSR’ 기술개발 과정과는 달리 한국은 국가적 차원 또는 기업 차원에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나중에 기업들이 참여해 새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식의 ‘SVR’ 모델이 주류를 이뤄왔다. 먼저 선택을 하고 나중에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를 ‘기술의 역진화 이론(Reverse Technological Innovation)’이라고 한다.

이 기술의 역진화 이론에서는 초기에 정부의 선택적 역할이 커지고, 소수의 기업이나 연구소가 연구를 실행하고, 이후 변화 단계를 거쳐 참여 주체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역진화 이론은 한국의 기술 개발 방식의 77%가 하향식(Top-down)이라는 조사 결과에서도 뒷받침한다. 미국의 경우 상향식(Bottom-up)이 75%이며, 일본은 반반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와 소수의 연구 주체 즉 기업, 대학, 출연연구소가 국가의 기술 발전의 방향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델은 기술개발 과정의 시간을 절약하고, 시장에서의 중복투자를 줄여 집중 투자가 가능하며, 유망한 혁신을 미리 예측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의 기술발전 모델 단점 드러내 = 하지만 한국의 이 기술 발전 모델은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변화-선택-유지(VSR)’ 프로세스에서 선택은 시장의 오랜 기간의 평가를 통해 이뤄지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변화에 앞서 선택 과정이 먼저 행해지면 시장의 평가 과정이 생략될 뿐만 아니라 기술 학습 과정도 생략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실험이 줄어들게 되고, 기술의 폭도 좁아지고 궁극적으로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는 변화와 실험의 과정 없이 소수의 연구 주체에 의해 행해지는 인위적인 선택에 집중할 때 빚어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비는 GDP 기준으로 전 세계 나라 가운데 상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그 연구개발의 대부분이 현재 활용 기술이나 향후 5년에 활용할 기술에만 집중돼 있다.

역진화 과정으로 발전해온 한국의 기술 혁신 모델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필요가 있다.

기존 기술이 성숙기를 지나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에는 기술 발전의 불연속성(Discontinuity)이 나타날 경우 R&D의 역할은 신기술에 대한 대비와 대처, 기술 융합에 대한 대응, 기업 환경을 둘러싼 기술적 불확실성 대응 등에 모아져야 한다. 찾는 것(Search)은 넓게, 실행은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적인 R&D 전략과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아디다스 서비스 팩토리(Adidas Service Factory)’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아디다스 서비스 팩토리’ 모델 = 2018년에 시작한 아디다스 서비스 팩토리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의 접목을 위해 여러 외부 기업이나 대학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내부의 부족한 역량을 외부에서 찾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이 모델은 사용자에 관한 기본정보 즉 개인 신체 정보, 습관 정보, 신체 특성, 운동 특성 등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사용자 혁신 툴킷(User Innovation Toolkit)을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다.

이 아디다스 서비스 팩토리 모델에는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모든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아디다스는 이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데 엄청난 비용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황은 선진국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기본부터 확실하게 기술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역량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내부 조직의 혁신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이 성공적인 기술혁신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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