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웅과 현재 성공한 기업가, “닮았다”

이지훈 세종대 교수 144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이지훈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4일 14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결국 이기는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2009년 ‘혼 창 통(魂 創 通)’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 이지훈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현재 경영 대가들은 과거 영웅의 모습과 닮았다”라면서 영웅의 여정을 들어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례를 분석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영웅의 여정 12단계 중 한국은 9단계 = 9년 전 펴낸 ‘혼 창 통’은 경영 대가나 CE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통찰력을 축약한 책이었다. 기업에 적용하면 혼은 ‘소명의식’으로 기업의 존재 이유이며, 창은 실행을 통해 매일 새로워지는 것이며, 그리고 통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공유하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가를 만나면서 받은 느낌은 과거 영웅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영웅은 전투 속에서 탄생했는데 현재의 전투는 경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성공한 기업가와 과거 영웅의 비슷한 점은 무엇이며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신화 분석가 조지프 켐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저서에서 영웅의 여정을 17단계로 나눴다. 이를 12단계로 축약하면 1. 모험을 떠나기 전의 일상 세계에 머문 단계->2. 모험을 떠나야 하는 소명의 부름을 받는 단계->3. 소명을 거부하는 단계->4. 정신적 스승과 만나는 단계->5. 모험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단계->6. 협력자, 적대자를 만나는 단계->7.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진입하는 단계->8. 시련을 맞는 단계->9. 시련을 이기고 보상을 얻는 단계->10. 보상을 얻었지만 더 큰 사명을 받고 다시한번 모험의 세계로 나가는 단계->11. 부활의 단계->12. 영약을 가지고 귀환해 일상 세계로 복귀하는 단계이다.

이 영웅의 여정을 기업 말고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가. 바로 9단계이다. 여기서 머물 것이냐 아니면 한발 더 딛고 10단계로 나아갈 것이냐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시대의 기업에게 희소한 자원은 무엇일까. 보통 자금이나 사람이라고 말하겠지만 정답은 ‘에너지’이다. 기업가 정신 또는 젊은 세대들의 분투 정신 곧 에너지가 없으면 10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기업인들의 고민 #1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할 때’ = 요즘 기업인들의 고민은 어디에 있는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할 때 둘째,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할 때 셋째, 믿고 맡기자니 불안할 때이다.

먼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할 때’는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불안한 때이다. 외로운 결단으로 모험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딘 영웅의 전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이 사례의 적합한 인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를 들 수 있다. 손정의는 2016년에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33조원에 인수했다. 일본 M&A 역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왜 손정의는 막대한 금액을 들여 ARM을 인수했을까.

손정의가 벤치마킹한 모델은 일본 전국시대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1534~1582)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결정적인 전투에서 승리하고 패권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 원인은 철포(鐵砲) 곧 조총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에 걸쳐 철포 3천자루를 모아 1만2천여명의 상대편의 기마대를 섬멸했다. 전쟁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손정의에게 그 철포는 야후, 아이폰, 알리바바, ARM이었다. 손정의가 발굴한 이들 벤처기업들은 나중에 모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손정의와 스티브 잡스의 일화가 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이었는데 손정의는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휴대폰이 결합된 새로운 기기의 개발을 스티브 잡스에게 제안했다. 스티브 잡스는 놀라워하며 물러섰다. 손정의는 스티브 잡스가 세계를 바꿀 모바일 기기를 만들고 있음을 감지하고 손을 잡자고 제의했다.

이는 훗날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의 일본 독점 판매권을 따낸 계기가 됐다. 애플은 해당 국가의 1위 통신사와 아이폰의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3위였던 소프트뱅크가 1위 NTT도코모 대신 판매권을 따낸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려는 새로운 기기 곧 스마트폰은 컴퓨터처럼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했으며, 높은 전력이 요구되는 까닭에 배터리가 커야만 했다. 그래서들고 다니기에 불편하고 볼품 없는 휴대폰이 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이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당시 ARM은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아무도 ARM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때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 33조원에 ARM을 인수한 까닭은 = 손정의는 그 때 ARM의 인수를 마음먹었지만 자금이 없어 포기하고 10년이 지나 마침내 그 꿈을 실현했다.

손정의는 ARM을 인수하면서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전원과 연결될 필요가 없는 초저소비 전력 반도체칩을 대량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20년 안에 ARM이 설계한 반도체가 지구상에 1조개 이상 뿌려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ARM의 저전력 반도체는 아이폰은 물론 현재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손정의는 스스로 패러다임 시프트의 방향성과 시기를 읽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300년 동안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 빅뱅이 일어날 것이며 지금은 아직 그 초입”이라고 했다.

손정의는 ARM의 인수를 위해 1000억달러의 펀드를 만들려고 했다. 그는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황태자와의 만남에서 “20세기에 신은 폐하에게 석유라는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 21세기에 신이 손정의에게도 선물을 준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슬을 받고 싶다”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얼마 후 손정의가 만드는 1000억달러 펀드에 540억 달러를 출자했다.

손정의는 “1조개의 반도체에서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정보가 수정구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정의는 ARM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외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는데 “승률이 90%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고 70%의 승산이 보일 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라면서 “앞으로는 플랫폼이 게임의 룰을 지배할 것이며,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그 플랫폼을 손에 넣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손정의는 지난 2010년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하면서 “비전이 없는 사람은 본인은 열심히 땀 흘리며 산을 오르지만 제자리를 맴돌고만 있는 꼴이지. 그런 자세로는 자신을 둘러싼 원을 벗어나기 힘들어. 하지만 비전이 있으면 재빨리 높은 데까지 올라갈 수 있어. 결국 높은 산 정상까지도 정복할 수 있지”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한번 묻고 싶다. 10년 후 여러분들의 철포는 무엇인가?

◆기업인들의 고민 #2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할 때’ = 기업인들의 두번째 고민은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할 때이다. 지금 편히 잘 살고 있는데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 사레의 적합한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거대한 공룡 기업이었다. MS-DOS, 윈도우, 오피스 등이 그 무기였다. 하지만 10단계의 다시한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PC 시대를 지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실패로 구성원들의 불만이 팽배했으며, 거기에다 구성원들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했다. 거대 공룡 기업이 멸종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클라우드,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과 더불어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2년 사이에 구글보다 더욱 빠른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공룡의 완전한 부활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변화의 힘은 사티아 나델라 CEO의 리더십에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재건의 주인공이었다. 사티아 나델라는 카리마스형 CEO가 아니며 성격도 조용조용한 사람이다.

그가 클라우드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하자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래서 그는 “관료주의, 부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자”며 회사 문화의 변화를 호소했다. 미국의 어느 삽화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총을 겨누는 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폄하할 정도였다.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첫 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가정에 PC를 보급하는데 앞장섰던 것처럼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명으로 삼자”라면서 회사 고위 관리자들과의 워크숍에서 “화두는 기술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자. 여러 분은 누구이며 왜 사는가. 일터에서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개인의 삶과 일터의 삶은 공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의 이러한 가치관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 감동적이다. 그는 두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한명이 뇌성마비였다. 애를 키우는 과정에서 삶이 변모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소통을 배운 것이다.

◆MS 사티아 나델라 CEO, 소통의 리더십으로 MS 재건 =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가 쓴 ‘마인드셋(Mindset)’이라는 책에서는 세상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자와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자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자는 항상 배우며 자신을 향상시키려 노력하는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자는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시도를 꺼린다.

이 두 부류를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평가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당신의 발전을 돕고 있는지가 그것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 마인드셋에 주목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고정 마인드셋에 사로잡혀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제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집중하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조직의 사일로를 부수어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 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그 결과 5단계로 이뤄진 성과 측정 시스템을 변경해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했으며, 평가는 피드백과 코칭 방식으로 바꾸었다. 고객 방문 시에도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가도록 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CEO의 회사 내 지지도를 평가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사티아 나델라는 최근 96%를 받았다, 이전 CEO 스티브 발머는 25%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는 문화의 중요성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일을 하려면 3가지의 C 곧 Concept(아이디어), Capability(역량), Culture(문화)가 필요하다”라면서 “CEO는 C는 바로 문화의 C를 나타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이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영혼의 총화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기업인들의 고민 #3 ‘믿고 맡기자니 불안할 때’ = 조지프 켐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고대의 상징체계에 따르면 빛과 어두움을 표방하는 자매 즉 이난나와 에레쉬키같은 두 얼굴을 한 여신이다….이윽고 영웅은 자신과 적대자가 사실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영웅은 극과 극이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자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픽사의 사례는 기업인들의 세 번째 고민 ‘믿고 맡기자니 불안할 때’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CEO로 재직 시 CFO로 스카우트된 로렌스 레비는 2016년 펴낸 저서 ‘To Pixar and Beyond’에서 “픽사의 성공은 창조적인 정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성장 동력을 부여해줄 전략, 질서, 행정체계를 계발했다는데 있다”라면서 자유와 질서의 조화를 성공 비결로 들었다. 자유는 예술성을, 질서는 사업적 규율을 의미한다.

로렌스 레비는 이 책에서 “픽사는 중도의 개념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예술성과 사업적 규율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모험을 무릅썼다. 중도는 질서와 자유, 효율성과 예술성, 관료주의와 영혼 사이에서 벌이는 춤판이다. 픽사가 만든 모든 영화는 이러한 긴장 속의 고투를 거쳐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30여년간 픽사의 회장으로 재직중인 에드 캣멀은 “배고픈 짐승은 규율(질서), 못난이 아기는 창의성(자유)에 비유할 수 있다”라면서 “엄격한 질서 속에서 창의성을 품을 수 있는 문화가 픽사를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픽사, 자유와 질서의 조화가 성공 비결 = 참고로 스티브 잡스는 한 때 픽사의 CEO로 재직했는데 이 때의 경험이 스티브 잡스를 바꾸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배우고 협상의 기술을 연마하고 융합의 지혜를 체득했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등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

이번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할 때 10년 후 철포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라.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할 때는 성장 마인드셋을 고취하라. 믿고 맡기자니 불안할 때는 영웅은 극과 극을 포용해 녹이는 자임을 묵상하라.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 © BI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