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가는 10가지 열쇠”

김남국 동아비즈니스리뷰 편집장, 141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김남국 동아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이 7일 14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실패학 개론: 실패에서 배우는 혁신 성공의 법칙’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남국 편집장은 “성공사례를 따라하면 성공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실패사례에서 혁신 성공의 법칙을 배울 수 있다”라면서 ‘혁신으로 가는 10가지 열쇠’로 ▲경쟁 모델 대비 가치 ▲고객 가치에 대한 판단(경험관리) ▲적정한 시장 수요 ▲부정적 효과 예측 ▲가격 대비 가치 ▲전략적 관성 탈피 ▲적합한 구매자 확보 ▲조직문화와의 적합성 ▲생태계 차원의 준비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GRIT)를 제시했다.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가치가 혁신 성공의 관건 = K텔레콤이 2014년 야심차게 내놓은 셋톱박스 ‘B Box’는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능, 가격, 디자인 면에서 혁신을 시도한 제품이었지만 결론은 실패로 끝났다. 지금 ‘B Box’는 구글 검색에서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왜 ‘B Box’는 실패했을까?

그 이유는 기존 경쟁 모델을 대체할만한 확실하고 압도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조 조명이나 리모콘 배터리 충전, 홈 모니터링 등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었지만 이는 기존 경쟁 모델에서 이미 제공하는 것으로 ‘B Box’를 꼭 구매해야겠다는 의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했다.

미국의 어느 안경테 제조사는 안경테의 가격을 1/3로 낮추고, 또 그 안경테의 모델 5가지를 주문 고객에게 배송해 그 중 1개를 선택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 이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라한 업체가 있었는데 3개월 만에 망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안경점 생태계가 다르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한 탓이었다. 미국은 땅이 넓어 안경 한번 맞추려면 마음먹고 나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집에서 5분 정도 걸어 나가면 안경점이 있다. 오프라인 안경매장과 경쟁해야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 문제였던 셈이다.

국내의 이 업체는 실패를 겪고 난 후 안경점과 협업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전환하고, 천송이 선글라스 등을 만들어 마침내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한경희생할과학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단기간에 매우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경쟁 모델보다 압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못하면서 회사 자체가 어려움에 빠졌다.

◆“고객 경험 관리 없이 혁신 성공 없다” = 고객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판단, 그 중에서도 특히 고객 경험관리는 혁신 성공에 이르는 중요한 길이다.

고객 경험 관리에 실패한 사례를 살펴본다.

농심이 내놓은 ‘강글리오 커피’는 건강까지 생각한 새로운 커피라는 콘셉트로 커피에 녹용을 섞었다. 커피에서 기대하는 것은 맛과 향인데 한약 냄새가 나는이 커피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채 사라졌다.

멕시카나에서 새 메뉴로 개발한 딸기, 바나나, 메론 등 3가지 과일 색깔의 치킨, 이른바 ‘신호등 치킨’은 그 색깔이 선명하지 않아 마치 곰팡이가 낀 것처럼 보이고, 그 맛도 불량 식품 같았다.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 신호등 키친을 꼬집으려고 고통스럽게 다 먹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BBQ도 아이스 치킨이라는 혁신 제품을 출시했지만 닭의 냉동 사체를 씹는 것 같다는 네티즌의 평가 속에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4는 방수 기능을 적극 내세웠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삼성 갤럭시 위기의 서막이 됐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방수 기능이 좋긴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방수 기능만을 너무 고려해 설계하다보니 외형이 두꺼워진 것도 문제였다.

LG전자의 스마트폰 G5는 여러 기능의 기기로 변신이 자유롭다는 ‘트랜스포머’ 콘셉트로 출시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면 배터리를 빼야 하는 등 탈부착 과정이 번거롭고, 가격대비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의 어느 세제업체는 친환경을 표방하며 거품이 나지 않는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거품이 나지 않으니 안 닦이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패로 끝나는 듯 했다. 나중에 거품이 나는 제품으로 만들어 결국 성공했다.

가치 있는 제품도 팔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보험 상품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의 강압으로 보험을 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험을 잘 파는 사람의 사례는 주목해볼 만하다. 어느 성공한 보험 영업맨의 고객 경험의 시작은 고객이 계약서에 사인한 순간부터였다. 그 영업맨이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보낸 편지는 감동적이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너희가 성장하는 데 엄마, 아빠로서 도리를 다할 것이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우리가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하게 됐을 때는 이 증서가 우리 대신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말고, 바른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아빠, 엄마는 너희를 영원히 사랑한다.

제가 말씀 드린 보험금 1억, 2억원은 아마 직접 구경하실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망보험금이니까요. 그런데도 가입한 이유는 사랑하는 자녀분들을 위해서겠죠. 그런데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신 적이 별로 없으시죠. 그래서 제가 고객님을 대시해서 적어봤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보험을 통해 고객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보험 계약 체결 후 값비싼 선물이나 리베이트가 아니라 보험의 의미와 가치를 전당하고 싶어 유서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시장수요 부족’과 ‘부정적 효과의 계산 부재’도 혁신 성공의 걸림돌 = 혁신 성공에 이르는데 걸림돌은 여러 가지다. 시장수요의 부족이나 부정적 효과의 예측 부재, 가격대비 낮은 가치 등이 그것이다.

델타항공은 멋을 중시하는 전문직 여성을 겨냥해 유기농 음식, 맞춤형 칵테일, 다양한 오락, 요가와 같은 다양한 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무원들에게는 고급 의류 브랜드를 제공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실패했다.

국내 여성 월간지 마리안느는 섹스, 스캔들, 루머 등 3가지가 없는 3무 정책을 표방하며 창간했지만 16호 발행 이후 폐간했다. 창간 전 설문조사에서 95%가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면 구독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정적 효과의 계산 부재의 적절한 예로 ‘코브라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도 정부는 코브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많아서 코브라를 잡아오면 상금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 정책 이후 코브라의 수는 훨씬 더 많아졌다. 돈을 벌려고 너도나도 코브라 사육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참새가 벼농사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참새 소탕 작전을 펼쳐 무려 2억마리를 잡아 죽였다. 참새라는 천적이 사라지자 메뚜기와 해충들이 엄청나게 번식해 쌀 수확량이 크게 줄고 2년 동안 4천만명이 기근으로 사망하는 재앙이 벌어졌다. 이는 기네스북에 최악의 기근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항공기 A380은 엔진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방음장치를 장착했지만 고객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너무 조용하다보니 아이 우는 소리, 천식 환자의 기침 소리, 화장실의 물 내려가는 소리 등이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가격 대비 가치가 낮은 것은 문제이지만 무조건 싼 것도 전부는 아니다. 농심 짜장라면 짜왕은 일반 라면보다 비싼 1500원이지만 중국집 짜장면 수준의 품질로 높은 고객 가치를 제공했다.

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초마짬뽕은 홍대 근처에서 성업 중인 짬뽕 맛집인 초마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가격이 8천원으로 약간 고가이다. 하지만 그 맛의 수준이 초마 수준으로, 홍대에 가는 시간이나 가서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

C형 간염은 완치율이 낮을 뿐더러 치료 기간도 길다. 미국의 어느 제약회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100알 정도만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한 소발디(Sovaldi)라는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소발디 한 알의 가격이 자그마치 100만원이다. C형 간염 환자가 이 약을 먹고 완치하려면 1억원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고객이 느끼는 가격대비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소발디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략적 관성에서 탈피하고, 적합한 구매자도 있어야 = 기업이 혁신 성공을 하려면 기존의 전략적 관성에서 탈피하고, 적합한 구매자도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혼자만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준비를 해야 하며,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텔은 PC나 노트북용 CPU 시장을 지배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모바일 기기에 중요한 크기, 발열, 저전력 등의 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9CM(29센티미터)라는 모바일 쇼핑 앱은 많은 상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PC 기반 쇼핑몰과 달리 오직 한 가지 콘텐츠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해 혁신에 성공했다.

미국의 제오(ZEO)라는 벤처가 개발한 수면 분석기기는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굳이 구매해야만 하는 이유를 고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데다 40만원대의 높은 가격 등의 문제로 실패했다.

이스라엘의 전기차 스타트업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는 간편한 충전과 값싼 차량 가격 등의 아이디어로 사업을 펼쳤지만 차량 모델이 하나에 불과하고 그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고, 특히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생태계 차원의 준비 미흡이 실패에 이르게 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도 혁신 성공으로 가는 길에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이면서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노키아의 실패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를 가진 자가 최후의 승리자 = 혁신으로 가는 10가지 열쇠의 마지막은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GRIT)이다. 집념을 가진 자가 최후의 승리자이다.

에어비앤비 청소 서비스에서 출발한 가사도우미 서비스 홈클은 한 때 잘 나가다가 결국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홈클의 관계자는 실패의 변으로 “가사도우미 업에 대한 가슴 떨림이나 사명감은 없었다. 어렵고 모두가 기피하는 비즈니스에서 큰 획을 그어보자는 결연한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힘든 외부 상황이 계속되니 사명감 없는 결연한 의지는 봄날 눈 녹듯 녹아내렸다”고 밝혔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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