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소프트랩 클라우드마케팅팀 최인영

 

 

인도 여행의 시작.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인도지?

글쎄, 인도를 가겠다 결정한 건 불과 몇 주 전이다. 전부터 궁금했던 나라 중 한 곳이지만, 인도여행을 목표로 돈을 모으거나 계획을 짠 적은 없었다.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한 조금은 무리한 도전이긴 하다. 무엇보다 계획을 짜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안 될 이유를 찾고 포기할 것 같은 불안감도 나를 자극했다.

인도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류시화 작가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그 시작 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인도가 정말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다. 아름답게(?)라고 한 까닭은 이 책에서 인도는 길바닥에는 소똥이 즐비하고, 더럽고, 거지도 많고,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묘사되지만, 분명 결론은 미친듯이 아름다운 나라였다. 아니 어째서 이것이 가능할까?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이 궁금함을 해소 하기 위함도 있다.

인도 여행에 펌프질을 한 또 다른 이들은, 해병대와 마라톤으로 연을 맺은 두 동생들이다. 이 두 친구는 나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인도 여행을 통해 부러울 정도로 친해졌다. 우리 셋의 ‘정모’에서 인도이야기로 이야기의 꽃을 피우면 나는 항상 외톨이가 된다. 셋 뿐인 ‘정모’에서 외톨이라니…

5월 징검다리 휴가,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위의 이유를 짜맞추었다. 한 마디로 ‘先휴가 後계획’ 나의 인도 여행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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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함께 관련 사진을 첨부하면 좋으련만, 초기에는 경황이 없어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이해해 주시기바란다.>

Day 1.

10년짜리 여권이 내년에 만료가 된다. 거의 10년만에 처음 나가는 해외가 인도 라니. 난 참 무식해서 용감하다. 어찌됐든 계획대로 결국 인도에 도착했다. 자 그럼 먼저 내가 도착한 인도 뉴델리를 만들어보자.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내가 본 부분이 도시 전체의 모습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뉴델리 만들기>

1. 준비물: 무너진 건물, 난잡한 전선, 일반인 100명, 노숙자 20명, 바지를 입지 않은 거지 1명(문화 충격 용), 소 15마리, 개 20마리, 소똥, 개똥,  쓰레기.
그리고 여행객의 혼을 빼는 끊임없는 경적 소리(1초라도 경적소리가 끊기면 그건 인도가 아니다.)

2. 준비가 완료되면 커다란 봉지에 넣고 잘 섞어준다. 심하게 흔들어 섞다가 부딪혀 깨지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

3. 끝.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들다 귀찮아 접어둔 뉴델리 완성.

이것이 내가 처음 인도에서 받은 인상이다. 질서도 없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40도가 넘는 더위. 길바닥에는 넘쳐나는 각종 쓰레기, 소변을 볼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은 인도(pavement) 한 복판에 노출되어 있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이를 찾는 소와 개, 그리고 그 놈들의 똥.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라니… 오래된 건물은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고 길에는 소도 개도 사람도 누워서 자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 이것은 마치 신이 세상을 창조하다 귀찮아서 인도는 대충 꾸깃꾸깃 만들어 집어 던져 놓은 듯 하다. 뉴델리 꼴이야 어쨌든 오래 머물 곳은 아니다. 난 이곳을 기착지로 해발 3200m 천해 자연을 품고 있는 ‘레’라는 곳을 시작으로 블루시티라는 별명의 브라만(카스트 계급의 상위 층)의 도시 ‘조드푸르’까지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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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판공초 (영화: 세 얼간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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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 블루시티와 메랑가 요새 (영화: 더 폴 中)>

 

그래도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이런 식으로 접어두는 것은 여행객으로서 도리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인 ‘찬드니 초크’로 나갔다. 저녁 6시에 도착해 ‘찬드니 초크’까지 가니 이미 해는 지고 어두웠다. 어둠과 끊임없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깔린 이곳에서 아마추어 여행객의 티를 내면 범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난 더 힘찬 발걸음과 당당한 시선으로 거침없이 ‘찬드니 초크’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물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살피며 왔던 길을 다시 밟아 무사히 지하철 역으로 복귀하였다. ‘우훗, 첫날부터 이정도의 적응력이라니!’ 10년간 여권에 쌓인 먼지는 이렇게 털어버렸다. 첫번째 목적지인 ‘레’로 가는 비행기는 내일 새벽 5시 55분이다. 굳이 숙소를 찾는 것 보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편이 안전하고 숙박비도 아낄 수 있다. ‘찬드니 초크’의 기분 좋은 혼란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돌아왔다. 적당히 노숙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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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찬드니 초크 (구글 이미지)>

 

Day 2.

10분씩 쪽잠으로 밤을 새운다. 공항 의자에서 편하게 잠이 올 리가 없다. 새벽 3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체크인을 한다.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공항검색대도 가볍게 통과한다. 비행기를 탈 게이트앞에서 공항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다시 한 번 게이트를 확인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게이트 옆에 여행객의 피로를 잠시 달래줄 1인용 침대형 의자가 있다. ‘잠시 저기에 누워있자!’ 게이트가 코 앞이고 시간 여유도 넘친다. 너무 피곤했던 터라 다시 10분씩 쪽잠에 빠진다. 자다 깨다 서너 번 반복하다가 5시 45분에 벌떡 잠에서 깬다. 큰일이다! 내 비행기는 5시 55분! 게이트로 달려가 티켓을 보여준다. ‘뭐라고? 다른 게이트로 가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분명 티켓을 보여주고 게이트 확인까지 하지 않았는가? 따질 틈이 없다. 안내해준 게이트로 뛰어간다. 티켓을 보여준다. ‘뭐라고? 뭐?? 뭐라고??? 비행기가 떠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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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침대형 의자와 문제의 33번 게이트 앞에서>

‘분명 방법이 있겠지… 다음 비행기가 있겠지… 자리가 있겠지… 이들이 해결해 주겠지… 일단 앉아 있으라고? 그래, 말을 잘 들어야 잘 해결해 주겠지. 따라오라고? 어디로? 내 비행기는? 다른 방법은? 카운터로 가서 항공사 직원과 얘기하라고? 그들이 해결해 줄까?’

게이트에서 출구로 나오는 것은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직원을 따라가 서류에 서명하고 나갈 수 있었다. 난 인도에서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정신이 멍해지는 패닉상태를 경험했다. 공항에서 내 비행기 항공사를 찾았다. 항공사 직원 왈, ‘네 비행기표는 취소되었고, 내일 비행기는 만석이며, 다른 항공사를 알아봐야 할거 같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다른 비행기표를 알아봤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표는 없다. 옆에 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나같은 바보가 태국에도 있다니…

방법을 찾자!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진정한 척을 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안되는 영어로 물어본다. ‘다른 방법이 있느냐?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최대한 가까운 다른 도시로 비행기로 이동 후 기차는? 버스는? 빌어먹을 ‘레’에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냐 말이다.’ 대답은 No였다…

이 사단을 내었는데 아직도 시간은 아침 8시도 안되었다. ‘안돼. 정신을 차리자. 진정하자. 방법을 찾자.’ 공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빌어먹을 인디아!! 날 이 수렁에 몰아 넣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의 저자 류시화에게 욕을 한 사발 퍼 먹인다. 우선, 인터넷이 필요하다.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가자. 서울은 서울역, 델리는 뉴델리역이겠지? 뉴델리역으로 가자.’ 참고로 인도는 지하철을 탈 때도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공항검색대와 똑같다. 파키스탄과 분쟁중이어서 지하철 테러를 막기 위함 같다. 하지만 이런 안정장치도 패닉에 빠진 한국인에겐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하철검색대를 통과 한 후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막 도착한 지하철에 몸을 던지며, 타고 있는 승객에게 물었다. “New Delhi? New Delhi?” 그런데 이게 뭔가. 이 버르장머리 없는 인도인은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마치 ‘어? 이 외국인아, 이건 글쎄? 이 열차는 뉴델리를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고, 모르겠는데?’ 라는 제스처를 취하는게 아닌가. 열 받는다. 매너 없는 인도인.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인도인이 “Yes, Yes”를 외쳐 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지만, 난 외국인이 아닌가, 여기선 절대적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분하지만 참자.

여담으로, 이 일이 있고 며칠 뒤 인도에 오기 전 지인이 알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인도는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는게 Yes라는 뜻이에요, 웃기죠? 호호호’

뉴델리역 도착. 여기서 위의 <뉴델리 만들기>레시피로 만든 뉴델리를 꺼내면 된다. 일요일 아침 9시의 뉴델리. 아무것도 없다. 아니, USIM 카드를 파는 핸드폰 가게가 없다. 아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점처럼 생긴 게 없다.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는 아침 10시~11시에 상점 문을 연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버스들이 델리역 앞에 줄지어 서있다. 바닥엔 거지인지 일반인인지 누워서 자고 있다. 개는 자동차 위에 누워 자고 있다. 릭샤(자전거) 운전기사는 릭샤 위에서 자고 있다. 길바닥엔 쓰레기와 오물로 너무 더럽다. 오줌과 똥 냄새가 난다. 휠체어 같이 생긴 의자에 앉은 거지는… 아니… 이 거지는 바지를 안 입고 앉아 있다… 아…… 패닉이다! 패닉! 사람 살려!!!

어제 ‘찬드니 초크’처럼 뉴델리역을 기준으로 근처를 돌아다닌다. 어제부터 잠을 못 잔 터라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날씨는 덥고, 정신은 혼미하다. 하지만 난 반드시 인도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가나안 땅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끈 모세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대한민국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낡은 건물들은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고, 마치 전쟁이 끝난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풍경에 외국인은 나 혼자다. 뉴델리를 기착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는지 라, 델리의 정보 따위는 없다. 인도인에게 섣불리 정보를 물었 다가는 이 ‘건장한 아시안 몽키’를 아무도 모르는 어떤 곳으로 팔아 넘길 것만 같다. 평범한 인도 시민들이 사는 델리에서 난 너무 무서웠다.

번화가처럼 보이는 길의 끝까지 갔으나, 문을 연 상점은 없다. 당시엔 신이 버린 도시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일요일 아침 9시였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델리역으로 돌아온다. 패닉! 어떻게 하지? 인터넷도 안되고,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나의 불안함을 노출시켜서도 안되고, 그렇게 델리 지하철역에 주저 앉아 챙겨간 인도가이드북을 뒤졌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던 그때, 눈앞에 배낭을 맨 백인여자가 지나간다. “God! Excuse Me?! 캔 유 헬프 미?”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그녀의 ‘혹’이 되어 그녀를 따라가기로 한다. ‘어디로 가니? 어디라고? 모르겠는데, 돈 줄게 지하철 표 좀 사 줘. 나 너 따라 갈게. 땡큐, 땡큐!’ 표정이 밝을 리가 없다. 그렇게 난 그녀가 묵을 호스텔까지 따라갔다. 그 여신의 이름은 ‘마야’였다. “땡큐, 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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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여신 ‘마야’와 친절한 호스텔 주인 ‘바두’, 가운데가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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