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포럼] 제16회, 장문정 엠제이소비자연구소 대표, “설득의 기술, 고객을 이해하는 힘” 강연 요약

“‘듣지 않고 보는’ 소비 트렌드, 기업은 상품 언어에 주목해야”

장문정 엠제이소비자연구소 대표, ‘설득의 기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고객을 이해하는 힘’ 주제 강연

장문정 엠제이소비자연구소 대표가 29일 열여섯 번째 영림원차세대리더포럼에서 ‘설득의 기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고객을 이해하는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베스트셀러 <팔지 마라 사게 하라>, <보는 순간 사게 되는 1초 문구>의 저자인 장문정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코로나 이후 ‘듣지 않고 보는’ 소비자의 특성을 들어 기업은 상품 언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대가 변해도 마케팅과 영업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기업이 원하는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더욱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비즈니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메시지 내보내는 것”

이번 강연을 위해 받은 주제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하면 ‘소통’을 생각하는데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영역이 좀 다르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이 답일까?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일례로 지난 2019년 7월 남미 대륙의 축구 선수권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3~4위전에서 맞붙었다. 아르헨티나의 영웅 메시와 칠레 영웅 메델이 몸싸움을 벌이다 둘 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두 선수는 심판을 쫓아다니면서 계속 얘기를 하고 심판은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면서 두 선수를 피하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졌다. 경기는 10분 정도 진행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정답은 세 나라 사람이 국적은 다르지만 똑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 대화가 잘 되었기 때문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잘 되면 이처럼 심판에게 피곤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비즈니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메시지를 내보낸다. 엠제이소비자연구소는 상품 언어를 만들고 있다. 상품 언어라는 것은 모든 상품, 서비스에 들어가는 ‘리딩 프레이즈’이다. 상품 언어는 즉 기본적으로 상품과 관련된 표시, 도안, 문구를 뜻한다. 소비자는 바로 상품 언어를 보고 그 상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상품 언어는 곧 상품의 얼굴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세일즈 언어, 상품 언어에 초점을 맞춰 사례들을 설명해보겠다. 나는 박사 과정에서 소비심리학을 전공했다. 요즘 소비심리학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먼저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의 반발 심리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판매원이 다가가면 고객은 부담스러워하며 자리를 피했다. 근래에는 따라다니는 점원을 피해 다닐 뿐만 아니라 “쫓아오지 마라,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판매원이 고객 곁에 바짝 다가가 말로 설득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코로나 이후 시대 소비자의 특징은 언어를 듣지 않고 ‘본다’는 것이다. 더 이상 말로 설득되지 않는 시대이다.

‘전달 오차’라는 말을 아는가? 과거 모 증권사 PB 4명의 PT를 녹화한 적이 있다. 이를 금융 지식이 거의 없는 고객 100명에게 보여줬다. PB들에게 당신들이 한 말이 고객에게 몇 퍼센트 정도 전달됐을 것으로 보느냐고 물으니 70% 정도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해한 고객은 5%도 안됐다.

예거 르쿨트르라는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의 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다. 시계 판매 업자가 쓰는 전문 용어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꿨다. 그런데 현장 피드백이 어떻게 나왔냐면 자기 회사 시계를 찬 사람은 굳이 용어를 안 바꿔도 다 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지식 격차 때문이다. 고객의 지적 수준이 자신과 동일할 것이라 착각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남발하거나 설명을 생략한다. 내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있다고 해서 상대방 머리에도 똑같은 지식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해 상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LTE는 LTE, LTE-A, 광대역 LTE, 광대역 LTE-A, 광대역 쓰리밴드 LTE 등으로 발전했다. 이동통신 3사는 광대역 LTE까지 12조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하지만 소비자 이해도는 어떠한가? 지금 핸드폰 우상단에 5G가 돌고 있지만 5G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식품에서도 지식 격차를 보여주는 문구가 있다. 제분화는 ‘맷돌로 갈았다’로, 밀기울과 배아는 ‘속껍질과 씨눈’으로 바꾸면 된다.

자연스럽고 쉬운 말은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는 풀어서 말하고, 고객의 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또 복잡하지 않고 쉽게 말하고, 고객이 친근감을 느끼는 표현을 써야 한다. 한마디로 쉽게 가야 한다.

◆ 확증 편향에 빠진 시대, 현실보다 믿음 쫓는 경향 높아져

‘확증 편향’도 요즘 트렌드이다. 확증 편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다. 불경기와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면서 현실보다 믿음을 쫓는 경향이 월등하게 높아졌다.

오래 전에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끼 식사비가 1인당 70만원이나 되는 레스토랑에 많은 손님들이 몰렸는데 표정이 매우 밝았다. 그날 음식은 공짜였기 때문이었다. 미국 전역의 음식 평론가들한테 초청장을 보내 품평회를 진행한 것이다. 손님들의 머릿속은 확증 편향으로 가득찼다. 음식 먹기 전에 굉장한 거 먹겠구나라고 기대했으며 품평 결과는 당연히 최고였다. 그런데 이들이 먹은 것은 피자헛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이 만든 것이었다. 콜롬비아 대학 교수가 실험한 거였다.

이런 확증 편향이 시사하는 것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객들한테 믿음을 심어주면 그런 줄 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꽃을 줄 때 오다가 길에서 꺾어왔다며 주는 것과 네덜란드 품종인데 매우 귀한 것으로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며 주는 것은 다르다.

화제를 바꿔 싼 커피, 비싼 커피 2개를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키면 비싼 커피를 고를 수 있겠는가? 쉽지 않다. 커피 전문가들도 절대 못 고른다. 우리 회사는 5년 이상 커피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퍼실리테이터를 고용해 실험을 했다. 당시 실험한 커피는 카페베네,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그리고 당시 320원 하는 봉지 커피 카누였다. 결과는 3명이 카누를 골랐다.

맥주도 마찬가지였다. 세대별, 주당 음주 횟수 등 여러 방법으로 실험을 해봤는데 여러 브랜드의 맥주 맛을 구별하지 못했다. 이는 기술의 고유 속성에 대해 의외로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얘기로, 어떻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현업에서 이용할 수 있을까? 확증 편향을 이용하면 누구나 우리 회사가 세계 1위, 최초, 원조, 1등이라고 만들 수 있다. 히스토리 기법이라는 게 있는데 메시지에 히스토리를 담으면 된다. 똑같은 물도 사연있는 물이 훨씬 맛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불소수지 코팅을 한 냄비는 1년이면 속이 벗겨진다. 벗겨진 중금속은 뱃속으로 들어간다. 르크루제 무쇠 냄비는 10년을 써도 거의 안 벗겨진다. 그 비밀은 특수 에나멜 코팅에 있다. 르크루제는 이것을 특수 비법으로 만드는데 30년 넘은 장인들이 직접 수제 손으로 한다. 르크루제는 이런 식으로 히스토리를 공개했다. 히스토리만 밝혀도 여기 뭐가 있구나라고 알아듣는다.

누구나 최초, 1등,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기준점을 달리하면 된다. 모든 기준에서 1등, 최초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제약사는 어디일까? 1897년에 세워진 동화약품이다. 그런데 유한양행은 한참 늦었음에도 1926년에 최초의 근대적 제약 공장을 설립했다고 말한다.

최초의 은행은 어디일까? 이거 은행 직원들한테 물어봐도 대답못한다. 신한은행도 우리은행도 최초라고 한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보다 2년 늦었지만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은행이라고 외친다. 최초의 보험사는 어디일까? 메리츠도 한화도 최초라고 얘기한다. 메리츠는 손보 최초이며 한화는 생보 최초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오래된 보험사가 있다. 1920년에 세워진 조선생명인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폐업한 회사이다. 폐업한 회사까지 기준으로 하면 둘 다 틀렸다. 이렇게 기준을 달리하면 수도권 지역 1등, 서울 지역 1등, 서울 강남구 1등, 서울 강남구 8월 첫째 주 1등, 서울 강남구 8월 첫째 주 중견기업 50대 기업 1등 등을 만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 상품인 ‘1837 TWG TEA’, ‘1910 BACHA COFFEE(바샤 커피)’는 언제 나왔을까? TWG TEA는 2008년에 생긴 것으로 15년밖에 되지 않았다. 1837은 그냥 적어놓은 것이다. 법에 걸리지 않는다. 연속된 네자리 숫자가 제품 네이밍과 같이 쓰였을 때 그것은 창립 연도를 의미해야 된다는 법이 없다. 1837은 싱가포르의 상공회의소 설립 연도이다. 바샤 커피도 2020년에 나왔다. 바샤 커피의 모회사가 TWG TEA이다.

네이버의 제2 사옥의 이름은 ‘1784 네이버’다. 1784는 건물 주소인 분당구 178-4번지에서 유래했다. 이것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4년을 상징하기도 한다. 후손들은 1784를 네이버의 연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누구나 히스토리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일방향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 소비자, 브랜드와 제품이 주는 이미지에 끌려 선택하는 경향 강해

이미지 선언 효과를 살펴보자. 들국화나 참나무를 본 적이 있는가? 들국화라는 품종은 없고 그냥 상상 속의 꽃이다. 참나무라는 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상수리나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 봤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에 갇혀 산다는 얘기다. 이미지를 선언하면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는 상품의 매력이다. 그래서 기술력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실제로 상품 언어만으로 매출이 달라진다.

회사들은 물리적 차이와 인식상 차이 가운데 무엇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가? 우리 고객사들을 보면 모두 다 물리적 차이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높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수입 맥주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이다. 그런데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수입 맥주는 일본산이다. 물리적인 승리는 일본이 하고 있지만 인식상의 승리는 독일이 하고 있다. 이런 인식상의 승리는 프로모션에서도 반응이 빠르고 가격 저항력도 적다는 이점이 있다. 맥주를 샀는데 왜 이렇게 비싸지 하고 봤는데 독일 맥주이면 그래 독일 맥주이니까 비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다른 예로 국내의 대표적인 식이음료 A에 비해 경쟁 제품인 B는 식이섬유가 2배 많고 맛도 월등히 좋지만 A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이미지 선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제품의 물리적 특징이나 기술적 기능보다 브랜드와 제품이 주는 이미지에 끌려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테면 피곤할 때 박카스, 불안할 때 우황청심원을 떠올린다. 사실 피곤하면 쉬거나 링거를 맞고, 불안하면 정신과를 가는 게 맞지 않는가. 그런데 특정 상품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 에쿼티가 잘 갖춰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미지 선언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네이밍’이라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네이밍 전략이라는 것이 없었다. 예를 들면 여의도에 시범 아파트가 있는데 모래 위에 시범적으로 지었다고 해서 시범 아파트였다. 이어 백조 아파트, 목화 아파트, 장미 아파트 등등이 지어졌다. 요즘 건설회사들은 네이밍 자체로 승부를 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네이밍 전략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기업이 출시하는 상품의 이름 ‘네이밍’은 법과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면 금융 상품의 경우 ‘무조건 100배 불려주는 펀드’, ‘10배 보장되는 보험’ 같은 이름을 짓지 못한다. 만일 내가 네이밍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건강 식품 분야에서 1등할 자신이 있다. 제품명을 ‘고혈압 낮춰주는’, ‘당뇨 낮춰주는’, ‘100일만에 암세포 죽이는’, ‘시력 2.0으로 올려주는’으로 바꿔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마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소비자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둘째, 네이밍은 보통 마케팅 부서에서 짓는데. 그 상품 이름으로 세일즈를 하는 건 영업 부서이다. 이 격차가 굉장히 심하다. 어느 회사나 영업과 마케팅이 사이 좋은 경우는 별로 못 봤다.

셋째, 트렌드가 계속 바뀐다. 서울 송파구에 헬리오시티라는 아파트가 있다. 그 이름 지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건데 나중에 헬조선 등이 유행어가 되면서 헬은 부정적 이미지가 돼버렸다.

넷째, 기억의 휘발성이다. 쿠키폰, 톡톡폰, 잼밴드폰, 오마쥬폰, 옵티머스원폰…내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홈쇼핑에서 방송했던 폰의 이름 또는 애칭이다. 이 가운데 기억나는 이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낯선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

물론 네이밍이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서해 꽃게를 연평도 꽃게로 바꿨더니 매출이 2배나 올랐다. 돈 쓴 것 없이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일방적인 메시지로 이미지 선언을 하면 먹힌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시절은 끝났다.

◆ 네이밍 시대는 가고 애칭 시대가 왔다

지금 트렌드는 네이밍 시대에서 애칭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상품 이름에 별도로 애칭 또는 별칭을 다는 것이 추세다. 상품 이름을 바꿀 여력은 없지만 애칭은 내 마음에 쏙 들 때까지 원 없이 만들 수 있다.

펫네임 즉 애칭을 쓰면 큰 효과가 있다. △관련 법규의 적용을 덜 받는다. △ 세일즈 현장 상황에 맞는 애칭을 달 수 있다. △트렌드가 바뀌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긴밀한 대처가 가능하다. △감성적 기운을 북돋운다.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소비자 친밀도가 높아진다. △소비자 기억 회상력을 높인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신속히 심어준다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피부과에서 쓰는 레이저 시술 이른바 토닝이라 불리는 기기의 종류는 매우 많다. 그 본칭을 쓰는 피부과는 전국에 단 하나도 없으며 지우개토닝, 기미제로토닝, 물광토닝, 미백토닝 등 전부 애칭을 쓴다. 내가 지은 애칭의 사례로는 멧돼지를 쫓는 농약 이름 ‘멧돼지 가라’, 코로나 때 가정용으로 개발된 염도·당도 측정기 이름 ‘기미 상궁’ 등이 있다. 또 ‘U+스마트홈 팻커어란? 이런 개 펫라이프의 묘미’의 애칭으로 ‘내 손안의 상황실’을 만들었다. 현장 사원에게 필요한 것은 예쁜 문구가 아니라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세일즈 지향 문구이다.

우리 회사의 고객사에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특별한 기계를 만든 중소기업이 있다. 이 기계를 쓰면 우울증은 물론 불면증도 치료되고 IQ도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기계가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이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 단어를 쓰면 광고법 위반이 되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컨성팅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래서 쓴 것이 애칭과 우회 전략이었다. “감정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감정의 쓰레기통 청소부 엔돌핀을 활성화시키자”, “뇌에 운동화를 신기세요”라고 했다. 절대 우울증이나 머리가 좋아진다는 얘기는 안했다, 그렇지만 이 제품의 목적에 대해 할 말은 다 했다. 이렇게 해서 재작년에 CES에 출품을 했는데 지금 미국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요지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어사전 단어는 50만개이다.

이미지 선언 효과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시장에는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는 독보적이고 유일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다. 다 똑같아서 변별성이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컨셉 전략이며, 이를 통해 나만의 이미지 선언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맥주 회사들은 이미지 선언을 위해 해마다 맥주 카피를 바꾼다. 다음 해에 광고 모델 바꾸고 다른 카피를 쓴다. 그 이유는 주류 회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건 때문이다. 70~80년대 맥주 브랜드는 OB 하나였다. 그 대항마로 조선맥주의 크라운 맥주가 있었지만 점유율에서 상대가 안됐다. 식당에 가면 맥주 주세요가 아니라 OB 하나 주세요라고 할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OB 입장에서는 브랜딩 작업을 할 필요도 없고 시장 점유율 조사를 하거나 관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1993년도에 새로운 맥주가 하나 나오는데 하이트 맥주였다. 그 카피는 ‘지하 150m 천연 암반수’였다. 나온지 3년 만에 OB를 제치고 1등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OB는 제대로 당했다. OB 역시 똑같이 지하수를 썼다. 이 하이트 맥주를 만든 회사는 조선맥주였다. OB가 다시 1등을 찾는 데 15년이 걸렸다. OB 맥주는 다시 입지가 굳건해졌지만 컨셉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인물 사진에 강한 카메라하면 캐논이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 각기 다른 6개의 카메라로 찍은 인물 사진이 있는데 캐논으로 찍은 사진을 찾아볼 수 있는가. 다른 카메라도 다 인물 사진에 강하다. 월마트의 컨셉은 최저가이기 때문에 세일을 하면 안된다. 반대로 다이소는 가격을 올리면 끝장이다. 컨셉을 잘못 잡아서 망하고, 컨셉을 잘 잡아서 성공하는 기업이 있다. 그만큼 컨셉은 기업에게 중요하다.

요즘 자동차는 세단보다 SUV가 인기다. SUV는 소형, 주영, 대형으로 분류한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배기량, 차 크기, 가격이 아니다. 정답은 제조사 마음이다. 그냥 컨셉이다. 2008년에 출시된 쏘울은 애매하게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닌 CUV라는 희한한 애칭을 달았다. 쏘울의 이 애칭은 국내 판매 부진에 한몫을 했다. 자동차 판매 50위 안에 든 적도 없고 단종됐다. 만일 소형 SUV라고 포지셔닝했다면 매출이 달라졌을 것이다. 북미에서는 쏘울이 매우 인기있는 차종이다. 광활한 서부에서도 쏘울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브리칭’ 전략을 세워야

요즘의 시대 트렌드는 영업과 마케팅이다. 기술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혹시 ‘브리칭’이라는 말을 아는가? 고래가 물 밖에 올라와서 물을 때리는 현상을 브리칭이라고 한다. 고래는 물 밖에 나와야 고래인 줄 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나와서 자랑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라고 해서 이제 영업은 끝난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마케팅과 영업은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농사가 아니다. 천수답 농사처럼 언제쯤 고객이 나를 봐주려나 하고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바라듯 마냥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영업의 시대는 가지 않았다. 미국은 전체 근로자 1억 5천만명 가운데 9%가 영업을 하고 있다. AI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의 영업 인력은 오히려 더 늘었다. OECD 국가 중에 영업 인력이 줄어든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장인의 나라 일본의 영업 인력은 지금 13%이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여전히 마케팅과 영업은 살아 있다. 시대가 변해서 마케팅과 영업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1930년대에 미국에서 전화가 나왔을 때 영업은 끝났다고 했지만 더 늘었다. 1960년대에 주요 도로망이 확충됐을 때도 영업은 끝났다고 했지만 더 늘었다. 1995년에 인터넷이 나왔을 때 영업 끝났다고 했지만 더 늘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브리칭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스로 드러내고 알리고 어필해야 알아주는 시대니까 더욱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차세대리더포럼 강연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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