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 AI 에이전트 시대, 기업의 ‘일머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일의 재설계 시대…’코어’는 단단하십니까?

 

안경애  영림원소프트랩 콘텐츠실장

 

Executive Summary

  • AI는 직무별로 일을 나누던 기존 분업의 단위를 흔들며, 한 사람과 작은 팀이 여러 기능을 연결해 최종 성과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일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다양한 도구를 다루는 능력 자체가 아니라,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성과 경험, 판단력이라는 단단한 ‘코어’입니다.
  • 개인과 기업은 자신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직접 수행할 일과 외부와 협업할 영역을 다시 구분하며, 일과 업의 경계를 능동적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 본 콘텐츠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접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총괄의 인터뷰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과거 인스타그램의 전형적인 제품팀은 안드로이드와 iOS 개발자, 서버 엔지니어, PM,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등 12명 안팎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4~6명의 제너럴리스트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스태프’ 한 명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프로덕트 스태프라는 직함이다. 이들은 AI 도구를 지렛대 삼아 디자인, 데이터 분석, 리서치 등의 영역을 직접 소화하는 일종의 확장형 기획자다. 독창적인 사용자 경험 설계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과제에는 선임 데이터 과학자나 제품 디자이너가 합류한다. 팀의 규모를 줄임으로써 내부 조율에 드는 수고를 줄이고 의사결정과 작업 수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실험이다.

이 같은 직무와 조직 구분의 변화는 특히 지식노동 영역에서 뚜렷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개발자의 역할이 기획자, 컨설턴트로 확장되고 UI/UX 디자이너가 과거 개발자와 기획자가 하던 일까지 한다. 마케팅과 콘텐츠 영역에서도 과거의 역할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250년 된 분업 공식이 다시 쓰인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핀 공장’을 예로 들며 일을 잘게 나눌수록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설파했다. 지난 250년 동안 기업들은 이 이론적 토대 위에서 조직을 운영해 왔다. 기획, 디자인, 개발, 영업, 마케팅 등 우리가 아는 모든 직무 구분이 그 산물이다.

분업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가져왔다. 일을 반복할수록 직원의 숙련도가 높아지니 기업은 더 많은 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부작용도 있다. 직무를 세분화하고 부서별로 쪼개다 보니, 이들이 서로 조율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다.

 

AI는 이 분업의 공식을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며칠씩 걸렸던 시장조사와 데이터 분석, 화면 설계, 문서 작성, 프로그래밍 같은 일을 이제 한 사람이 AI와 함께 해낸다. 옆자리 동료나 옆 팀에 협조를 구하는 시간과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에서 AI가 바꿔놓는 것은 분업 자체라기보다 일을 나누는 단위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비용과 타 직무의 영역을 넘나드는 비용이 크게 떨어지고 도구의 민주화가 이뤄진 덕분이다. 그 결과 작은 팀 혹은 단 한 사람이 여러 기능을 유기적으로 엮어 최종 결과물까지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 가능해졌다. 일의 단위가 ‘기능’에서 ‘문제 해결’로, ‘직무’에서 ‘최종 성과’로 바뀌는 것이다.

 

 

코어’를 중심에 둔 일의 재설계

이처럼 일의 단위가 바뀌면서 기존의 직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함만으로 개인의 역할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모세리 본인도 한동안 코드와 멀어졌지만, AI의 도움으로 10여 년 만에 코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그가 개발자로 변신했다기보다 제품 기획력과 디자인 감각이라는 자신의 코어를 가진 상황에서 AI를 통해 잃어버렸던 손발을 되찾은 것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주위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25년 넘게 IT와 과학기술 현장에서 기자로 일하며 텍스트와 씨름해온 필자 역시 기업에서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며 매일 경계의 붕괴를 실감하고 있다. 취재와 글쓰기를 중심에 두고 AI와 협업해 편집과 이미지 디자인을 하는 한편 AI를 이용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확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AI를 비서 삼아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 고객 서비스까지 홀로 책임지는 ‘솔로프리너(1인 기업가)’의 약진도 같은 맥락이다.

 

AI는 개인을 만능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일의 반경을 넓혀주는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코어는 단순히 오래 해온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에게는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과 인사이트이자,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의 수준을 판별하는 판단력이다.  기업에는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고유의 문제해결 능력이자 오랜 기간 축적한 집단지성과 현장 경험이다.

 

기업의 경계도 다시 그어진다

개인의 직(職)뿐만 아니라 기업의 업(業)을 둘러싼 경계 또한 재편되고 있다.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시장에서 매번 거래하는 것보다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저렴할 때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오늘날 AI는 시장조사, 디자인, 개발, 분석 등에 드는 내·외부 비용을 동시에 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기업은 으레 외부에 맡겼던 일들을 내부 구성원이 AI를 활용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굳이 정규 조직 안에 둘 필요도 줄어든다. 소수의 핵심 인력과 AI를 중심으로 민첩하게 일하면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때만 외부 전문가와 유연하게 협업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AI의 등장으로 기업은 어디까지 직접 하고 어디부터 외부와 협력해야 하는지 그 경계를 다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외주의 내재화는 일부 산업의 수요가 축소되거나 재편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코어를 남기고 일과 업을 재설계하라

AI의 등장이 가져오는 분업의 재설계와 일의 재통합이 ‘어설픈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빛을 발하는 것은 한 분야의 확고한 강점을 축으로 삼아 AI를 통해 역량을 넓히는 ‘코어를 가진 제너럴리스트’들이다. 핵심 무기 없이 도구만 많이 다루는 사람과는 다르다.

지금 개인과 기업이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일과 업의 재설계’다. 그에 앞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조직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수많은 AI 대체재의 범람 속에서도 고객이 우리를 찾는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중심에 두고 경계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이들이 AI 시대에 기술과 경쟁자에 대체되지 않고 변화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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