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쓰는 글] Chapter 3. 축가
[음악이 쓰는 글] Chapter 3. 축가
Schumann · Widmung Op.25 No.1 (F. Liszt)
(words & design 마케팅 오지연)
울보는 아닌데 결혼식에서 잘 운다.
친구 따라 간 친구의 선배 결혼식에서까지 눈물이 났을 때 문제의식(?)이 생겼다.
두 어머니가 서로의 손을 잡고 긴장한 얼굴로 걸어 나가기 시작하면 관자놀이에서 우르릉 소리가 들리고 신랑 입장에 목구멍이 조여오다가
하얀 신부의 얼굴을 보면 마침내 눈물이 터지고 만다.
조심스레 꽃길에 올라선 이들은 아기의 얼굴이 되어 있다.
사랑과 믿음으로 결실을 맺는 순수한 순간을 목격하는 일이 감격스러운 거였다.
대학생 때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열성 팬이었다.
2012년 어느날, 그가 결혼을 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 그리고 축가는 신부를 위해 직접 슈만의 헌정을 연주했다는 걸 그와 친한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다.
슈만이 결혼식 전날 신부가 될 클라라에게 바친 가곡집 <미르테의 꽃>의 첫 번째 작품 <헌정>을 프란츠 리스트가 피아노 솔로 곡으로 편곡한 곡이다.
음악을 크게 틀어 반복해 듣다가 이내 그 누구의 결혼식에서처럼 울었다.
사랑의 시작부터 순수한 서약까지 모든 장면이 연상되는,
내 특유의 ‘결혼식 울음’을 유발해내는, 그야말로 축가였던 거다.
슈만은 당대 유럽의 슈퍼스타였던 9살 연하의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와 3년 간 법정 투쟁을 불사하며 싸웠다.
그럼에도 작품 어디에도 불안이 없다.
확신에 찬 멜로디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 노래에는 사랑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 당신의 아름다움에 물드는 기쁨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마음 함께 추는 춤,
심장이 터질 듯 달려가는 환희가 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한다면, 그날 모두와 함께 듣고 싶다.
무수한 진실의 순간을 거쳐 낯선 문 앞에 순수로 함께 선 동지 한아름 꽃처럼 서로를 향해 한달음에 달려온,
우리를 축복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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