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실 by Frank ] <국보> 야쿠자의 운명을 벗어나 가부키의 정점을 꿈꾸다
[영사실 by Frank ] <국보> 야쿠자의 운명을 벗어나 가부키의 정점을 꿈꾸다
야쿠자였던 아버지가 상대 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기 전부터, 이미 ‘키쿠오’는 온나가타(가부키에 서 여성 역할을 하는 남자 배우)에 두각을 드러내던 14살 소년이었다. 그 재능을 알아보았던 가부키 명문가의 ‘하나이 한지로’는 혼자가 된 키쿠오를 집안에 들이고 본격적으로 가부키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하나이 한지로에게는 이미 온나가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친아들 ‘슌스케’가 있었고, 슌스케는 갑자기 집안에 들어와 같이 가부키 수업을 듣게 된 키쿠오를 견제한다. 그것도 잠시일 뿐, 둘은 함께 꿈을 키우며 자연스럽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간다. 하지만 슌스케는 명문가의 피를 타고난 소위 금수저였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집안에서 이방인이라고 느끼는 키쿠오는 오로지 재능 하나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키쿠오와 슌스케는 한 무대에 오르며 이름을 떨치고 극장가에는 이 둘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한다. 가부키에 대한 열정,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함께 빛나는 나날만 보낼 것 같았던 이 둘 사이에는 결국 ‘최고’라는 한 자리를 두고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슌스케에게 가부키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길이었다면, 키쿠오에게 가부키는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겨우 머물기라도 할 수 있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키쿠오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하고, 누구보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내지만, 그럴수록 점점 무대 밖의 삶으로부터 멀어져간다. 정작 키쿠오 자신은 인간 ‘키쿠오’가 아니라 무대 위의 ‘온나가타’로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더 완벽한 몸짓과 표정, 더 아름다운 움직임을 갈망하고, 오랜 시간 함께했던 여자친구, 심지어 슌스케와도 점점 멀어지는 등 가부키 이외의 것들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키쿠오는 불행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가족, 친구와의 평온한 삶만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저 키쿠오의 우선순위가 남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만약 키쿠오가 남들처럼 일보다 가정에 충실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이야말로 그에게 불행한 삶이었을 것이다. 극중에는 키쿠오가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그저 최고의 가부키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악마에게 빌었다는 장면까지 나온다.
영화는 단순히 한 예술가의 성공담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국보’라는 칭호에 도달 하기 위해 한 사람이 무엇을 포기해야 했는지를 집요할 정도로 보여준다. 가족, 사랑, 인간다운 삶,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도 예술을 위해 조금씩 깎아내야 했던 키쿠오의 삶 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그 슬픔마저도 경이롭게 느껴질 만큼 그의 열정은 누구도 꺾 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알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도 명예도 아닌 사랑이었다’는 다소 클리셰적인 결말을 맺지 않는 <국보>는 결국 묻는다. 이처럼 모든 것을 바쳐 도달한 자리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지나온 길에 두고 온 모든 것에 미련이 없는가? 하나의 정답으로 귀결되는 영화는 아니다. 키쿠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절절하며 그 과정 하나하나가 후회이며 찬란함이다. 끝내 그가 얻어내는 삶의 끝이 어떤 의미인지는 오로지 본인만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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