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회 영림원CEO포럼]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먼저 포착해 가장 빨리 행동한 사람”
조원경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주제 강연

조원경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5일, 21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올해 1월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펴낸 바 있는 조원경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격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자산 격차를 만드는 핵심적인 힘은 정보의 양이 아닌 자본주의를 읽는 관점이다. 수요와 공급, 권력과 자본의 흐름, 기술과 정책 변화가 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 격변의 시대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turbulent times)를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격변의 시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불확실성이 더욱더 가중되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 듯싶다. 실제로 우리는 ‘룰’보다는 ‘재량(discretion)’에 의해서 움직이고, 자국의 안보가 자유무역을 대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어제의 동맹도 오늘은 아닐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숲과 나무를 함께 바라보면서 어떻게 우리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자본주의 세상이 매우 엄혹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07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Life is not fair)”라고 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는 불공정하다”는 것을 먼저 깨닫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지금 세계는 전레없는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사회·기술·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동이다. 그래서 정책·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며, 개인과 국가 모두 ‘격변’을 전제로 한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자본주의의 언어로 세상의 규칙을 읽어라
부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규칙을 먼저 읽고 움직인 사람이다. 자본주의는 규칙을 모르는 자에겐 매우 가혹하다. ‘자본주의 언어’를 기본적으로 잘 습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부자가 읽는 세상의 규칙은 우리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수요와 공급 △희소성 △기회비용 △80;20으로 보는 부의 쏠림 △위기를 극복하는 회복탄력성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규칙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본 법칙이다.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일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는 수요와 공급이란 기본 법칙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원칙과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장은 늘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관통하는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 그 원칙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가질 수 있다.
둘째, 희소성은 자본주의의 질서를 파악하는 기본 원칙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의 양은 유한하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경우 그 재화나 서비스는 희소성을 지닌다. 귀금속이 적게 생산되어도 별다른 수요가 없으면 희소성을 띠지 않는다. 희소성은 선택의 문제를 만든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문제는 가장 값비싼 게 아니라 희소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이다. 결국 희소성은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나 자신을 희소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내가 정말 희소한 가치를 가진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희소하니까 가치가 있듯이 희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내 자신이 희소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결국 희소성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키는 원리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다른 선택의 가치다. 기회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선택할 때 매몰비용 즉 이미 투자하거나 지출한 비용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과 부자는 단순히 얼마 벌었는지만 계산하지 않고 내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를 더 생각한다. 기회비용을 이해하게 되면 선택이 훨씬 신중해지고, 투자할 때도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결국 경제란 모든 선택이 가진 숨은 값어치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 위기를 버텨내는 최고의 기술 ‘회복탄력성’
전세계 20% 인구가 80%의 부를 소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있다. 지금은 훨씬 더 적은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랑스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견한 이 법칙은 소수 인원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적 분배 현상을 설명한다. ‘2080’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노력, 투입량, 원인 등의 작은 부분이 대부분의 부, 성과, 산출량, 결과 등을 이뤄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매출의 80%가 전체 상품의 20%에서 발생한다고 할 때, 20%의 상품에 집중해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율적이다.
상위 20% 중심의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법칙이 있다. 바로 ‘롱테일 법칙’이다. 하위 80%의 다수가 20%의 소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파레토 법칙은 인기 상품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반면 롱테일 법칙은 인터넷과 물류 기술의 발달로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급이 증가하는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넷플릭스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영화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영화들의 매출 합계가 상위 20% 흥행작들의 매출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위 80%가 더 큰 생산성을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은 부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쏠리고 있느냐이다. 자본주의에서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며 초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어떤 경제 법칙으로 이 세상에서 양극화를 해소한 적은 그 어느 역사에도 없었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파레토 법칙이든 롱테일 법칙이든 얼마든지 또다른 혁신으로 깨질 수 있다. 그러니 20%에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꼬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시스템이 맞물려 잘 작동할 때 시장과 사회도 더 견고해진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그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업이나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이다. ‘새로운 고생살이, 거기엔 무엇인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시장의 변화와 예기치 않는 위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지금까지 말한 5가지의 자본주의 언어를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다 배웠다. 선생님들이 암기만 시킬 뿐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 산업이 재편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해석하라
지금의 자본주의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대다.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시대를 지나 국가 주도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과 국가 경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 얽혀지면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가지고 경제 질서를 움직이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식의 경제 질서 재편에 대해 점점 중국을 닮아가며 국가자본주의로 가고 있다고 맹공을 펼쳤다.
2025년 7월 발효된 미국의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즉 거대하고 아름다운 법안은 세금 관세를 통한 경제 번영,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재편, 국가 안보 및 국경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자본주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정책과 기업의 시장 전략이 긴밀하게 얽히며 작동하는 신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전쟁은 자본을 움직이는 거대한 위협이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되지만, 불행히도 자본주의의 긴 그림자 아래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쟁은 국방 수단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자본적 계산이 깔린 수단이며, 국가, 시장, 기업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며 자본주의의 가장 어두운 얼굴을 드러낸다.
어러한 격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누구인가? 커피, 뷰티. 바이오, 방위 산업 등은 국경과 관세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이 산업들은 자본 흐름과 경영 판단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건강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바이오 산업은 건강과 자본이 맞물린 산업이다. 인간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경제와 연결해 시장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자본주의 시대에 세계 경제와 시장 구조를 재편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뷰티는 인간의 욕망에서 태어난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현재 뷰티 산업은 소비자의 욕망과 기업의 전략이 맞물리며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문화와 경제, 심리적 만족을 포괄하는 종합 산업으로 성장했다. 커피는 맛을 넘어 ‘문화’가 된 음식이다. 특히 스타벅스라는 커피 브랜드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이해하는 척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돈’은 국가와 기업이 내리는 전략적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언어’가 됐다.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은 단순히 경제 지식을 넘어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무기다. 돈의 흐름과 그 이면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 디지털과 기술 대전환이 불러올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라
AI, 에너지, 스테이블 코인, 양자 컴퓨터 등 혁신 기술들이 자본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제 돈은 물리적 화폐 단위를 넘어 디지털 정보가 넘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서 국경을 넘어 누구나 금융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할 새로운 언어다. 부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읽고 새로운 자본의 길을 가장 먼저 포착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성장 축이 되어 금융, 정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인 자본주의를 넘어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시대를 넘어 돈의 본질과 경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시대다.
AI와 로봇은 생산성과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것들이 만들어낼 효율과 가치의 흐름을 먼저 읽는 게 부자들의 경쟁력이다. 에너지 재편 기술 또한 산업과 자원의 구조적 변화를 선점할 기회를 제공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혁신적인 에너지 자원은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고, 이를 먼저 이해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과거 돈은 실물화폐나 은행 계좌 속 숫자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서 금융 거래 뿐만 아니라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융과 신뢰자산 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여기에서 부자들은 단순한 화폐 가치가 아닌 신뢰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자본을 포착했고, 미래 금융의 판도를 읽고 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는 정보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기존 컴퓨터로 풀 수 없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래의 가치를 조기 포착하는 능력은 부자에겐 필수불가결한 자질이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부자가 되려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와 기회 그리고 그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움직이는 통찰력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서 부와 경쟁력이 결정된다.
◆ 새로운 자본주의의 마인드를 탑재하라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은 이미 값이 매겨진 풍경으로 펼쳐져 있다. 첫울음이 병원비로 기록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모든 삶은 자본주의란 무대에서 화폐란 보이지 않는 실로 촘촘히 엮인다. 이 무대는 누구나 빈손으로 올라 빈손으로 내려가지만 그 사이의 장면이나 조명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왜 어떤 이는 더 넓은 무대를 누비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할까? 쉴 새 없이 값이 정해지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어떤 장면을 남길 것인가?
영어권에서 녹색은 부러움이나 질투를 뜻한다. 워런 버핏의 평생의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는 세상을 살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멍거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 나보다 더 빨리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인 죄악이며,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어리석은 죄 중 하나다.
질투는 부에 관해선 가장 강력한 족쇄다. 질투, 미련, 후회를 버리고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정립하고, 나의 판단을 기준으로 선택할 때만 부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칠해가는 화가다. 선명한 색을 좋아하는 사람, 번지는 수채화를 좋아하는 사람, 한 가지 색을 깊이 있게 사용하는 사람, 여러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어떤 색이 좋은 색이고, 어느 정도의 농도가 적당한지 정답은 없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한 문장이 있다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직접 그려 나가란 말일 것이다. 정답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선택하는 삶을 살자. 남과 다르게 선택하고,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걷는다면 비로소 그 길은 내 이름을 가진 길이 될 것이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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