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STORY] 지식의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
“생각하는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이 질문을 화두로 제213회 영림원CEO포럼이 열렸습니다. 강연자로 나선 제주대학교 철학과 이명곤 교수님은 생각하고 사랑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인간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AI시대.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지혜는 인생을 잘 사는 실천적인 앎이다
강연은 철학의 어원에서 시작됐습니다. 철학(Philosophy)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 즉 ‘지혜를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교수님은 지식과 지혜를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지식은 정보입니다. 사회적 성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인생을 잘 사는 데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혜는 체험을 통해 얻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실천적인 앎입니다.” 철학이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학문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개인이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결국 인간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유하지 않으면 나답게 존재할 수 없다
이 교수님은 데카르트의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살아있지만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사유가 곧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것입니다.”
분재 나무 비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재는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크지 않습니다. 나무를 크게 키우고 싶다면 뿌리를 깊게 해줘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되려면 뿌리가 깊어야 하는데, 그 뿌리가 바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게 이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데카르트는 “사람마다 재능이나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다 똑같이 타고난다. 생각하는 것을 깊이 하면 할수록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도덕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강연에서 가장 밀도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행복과 도덕의 관계였습니다. “도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도덕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행복은 불가능합니다.” 이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도덕, 즉 모럴은 ‘정신적인 것’을 뜻하는 멘탈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본성적으로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하거나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행복은 즐거움과 다르다. 즐거움은 순간적인 것이지만 행복은 지속적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포도주 한 잔의 즐거움, 여행의 즐거움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다릅니다.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온 무언가와 연결될 때 비로소 기쁨이 찾아옵니다. 이 교수님은 “행복은 특정 조건만 갖추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장인이 그 일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듯, 진정한 예술가가 돈이 아니라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듯 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곧 당신이다
이 교수님은 욕망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바로 욕망과 사랑의 대상이다”라고 했습니다.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게 이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치 있게 하는 ‘가치들의 가치’
욕망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면 비극을 낳지만 올바른 길을 걸으면 사랑으로 변모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 교수님은 퀴리 부인을 들었습니다. 퀴리 부인은 모국 정부로부터 라듐 기술에 대한 국제특허를 신청하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연구기록물을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보내며 이렇게 썼습니다. “이것은 전 인류를 위해 자연이 준 신의 선물이므로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그녀가 존경받는 위인이 된 것은 과학적 업적뿐만이 아니라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숭고한 도덕성 때문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말했습니다. “네가 사랑하는 것을 나에게 말해 다오, 그러면 네가 누구인가를 말해주겠다.” 무엇을 사랑하는가가 곧 그 사람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치 있게 하는 ‘가치들의 가치’이며,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많은 것이 보이고 삶이 충만해집니다.
진정한 소통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깊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린 아기들은 생존하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 우유와 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소통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입니다.
이 교수님은 진정한 소통의 조건을 ‘상호주관성’에서 찾았습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과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상대방이 처해있는 상황에 나 자신을 함께 위치시킬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섬세하게 감지하려는 노력, 그것이 진정한 소통입니다.” 서로에게 선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절반의 소통이 이루어진 셈이라는 것입니다.
예술은 잠들어 있는 세계를 일깨우는 것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예술입니다.” 베토벤은 “내가 음악을 작곡하는 이유는 내 영혼이 감동하는 무엇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고, 빅토르 위고는 “감동한다는 것은 삶을 배운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반 고흐의 ‘슬퍼하는 노인’을 두고 프랑스 사회학자 나탈리 에니히는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흐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그림을 통해 “울지 마세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고흐. 예술은 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닿는 탁월한 소통의 방식입니다.
진실이 삶의 제1 원칙이 되어야 한다
강연 후반부는 진실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링컨은 “누구도 거짓으로 성공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기억력이 좋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님은 프랑스에서 자주 들었던 ‘오네뜨망’이라는 표현을 소개했습니다. 깨끗함, 정당함, 진실함을 뜻하는 이 단어처럼, 불합리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것이 있을 때 주저 없이 “오네뜨망하게 하자”라고 말하는 문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거짓 인생은 손쉬우나 거짓 행복을 주고, 진짜 인생은 힘겨우나 진짜 행복을 줍니다.” 이 교수님은 이어서 말했습니다. “철학은 인간의 삶을 올바르고 참되고 풍요롭게 해주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유용한 학문입니다. 가끔 틈을 내어 철학적으로 사유해 보는 것, 그것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 것. 그것이 인간답게 사는 삶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Young.February 2026년 2월 pdf 내려받기
Young.February 2026년 2월 오디오파일 내려받기
위 파일들 다운로드해서 활용하세요~~
Copyright ⓒ 영림원소프트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