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HERO] 고객 업무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온 ERP 컨설턴트 김명란
영림원소프트랩 공공사업부 김명란 컨설턴트(수석코치)
“엉킨 것을 그냥 두면 더 복잡해져요. 조금 힘들더라도 제대로 풀어놓으면 모두가 편해지죠.” 영림원소프트랩을 대표하는 ‘회계의 명인’, 공공사업부 김명란 컨설턴트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했습니다. 남들이 짜증내며 잘라버릴 법한 엉킨 실타래를 풀면서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엉킨 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절대 자르지 않았죠. 어디가 시작점인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조심스럽게 끝을 찾아내고, 한 올씩 풀어내서 다시 감았을 때의 그 쾌감. 그건 아는 사람만 아는 엄청난 즐거움이거든요.”
이 ‘풀어내는 즐거움’은 그녀를 ERP 컨설팅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고 흐름을 읽어가며 문제의 핵심을 찾아 풀어내는 일. ERP 프로젝트 현장에서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의 복잡한 업무도 결국 회계라는 실마리를 찾으면 반드시 풀리게 되어 있지요.”
일과 조직의 작동 방식을 회계의 언어로 읽고 쓰다
차가운 겨울 날, 프로젝트 현장을 떠나 잠시 영림원 본사를 찾은 김명란 컨설턴트를 만났습니다. 30년 넘게 IT 솔루션 현장을 누비며 고객의 문제를 풀어온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당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인터뷰 내내 들려주는 업무 철학과 현장 에피소드들은 마치 잘 짜인 분개 구조처럼 명쾌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영림원 ERP 회계모듈의 체계를 다지다
“입사했을 때 영림원 ERP의 회계시스템을 제대로 배울 만한 기회가 없었어요.” 2005년 영림원에 입사한 김명란 님은 한 달 만에 회계 교육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영림원 ERP 내에 회계 기능의 체계가 지금보다 부족했던 시절, 그녀는 스스로 시스템을 파헤치며 배웠습니다. 그리고 배워가며 다른 이들을 가르쳤고 자신의 지식을 체계화해서 ERP 안에 다시 심는 과정을 이어왔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 연동, 금융기관 연결, 비용 부문 확장 등 지금 쓰는 영림원 ERP 회계 모듈의 상당 부분에 그녀의 땀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성은 ERP 프로젝트에서 회계 모듈과 분개 구조를 깊이 있게 설계하는 전문성으로 이어졌습니다.
고객 안의 거대한 실타래를 풀어온 시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업무 프로세스는 겉보기엔 매끄러워 보여도 내부는 수십 년간 쌓인 관행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뒤엉켜 있기 마련입니다. 김명란 님에게 ERP 구축은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실타래를 풀어서 가장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스템 설명보다 먼저 고객의 업무를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승인과 정산은 어떤 흐름을 따르는지, 실제 현장에서 어떤 예외가 발생하는지까지 꼼꼼히 파악합니다. “고객들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각 업무 담당자들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상세하게 인터뷰를 합니다.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없으니까요.”
김명란 님은 ‘할 말은 하는 컨설턴트’입니다. 컨설팅 현장에서는 때로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잘못된 방향 설정에도 ‘을’의 입장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타협이 없습니다. “컨설턴트는 전문가로서 고객에게 가장 이로운 길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잘못된 길로 갈 때는 명확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제 직설적인 말투에 당황하시는 고객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들 제 손을 잡으시죠. 그 결과 결국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업무가 편해졌다는 걸 아시기 때문이에요.”
또 한번의 도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명란 님은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프로젝트의 PM으로 새로운 전장에 서 있습니다. 한국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역시 고유의 복잡한 연구 행정 체계와 회계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녀 특유의 ‘실타래 풀기’ 실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PM이라는 자리는 컨설턴트일 때와는 또 다른 시각이 필요해요. 제가 직접 분개를 설계하던 섬세함도 유지해야 하지만 팀원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고 전체 일정을 조율하는 리더십이 핵심이죠. 복잡한 연구 행정 절차를 어떻게 하면 가장 스마트한 회계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며 문서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인생 프로젝트’였던 코트라
“평생의 커리어를 쏟아부었죠”
고객의 업무를 충분히 이해한 뒤에는 회계 시스템 안에서 어떤 구조로 구현할지 직접 설계합니다. 단순히 기능을 세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개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계정으로 귀속되어야 하는지까지 구조적으로 정리합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시스템 상에서 전표가 생성되고, 완벽한 분개 구조를 설계해 냈을 때 느끼는 보람은 정말 크지요.”
코트라, 사명감으로 해낸 프로젝트
2023년, 영림원 공공사업의 상징적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ERP 전환. 오랜 기간 SAP를 써온 기관의 업무시스템을 전면 새로 구축하는 사업이었습니다. “RFP를 보는 순간 알았어요.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일반적인 프로젝트와 달랐습니다. 코트라의 재무회계팀은 10명이 넘는 인원이 법인카드 담당, 원천세 담당, 전자세금계산서 담당 등으로 나눠 일하고 있었고 각각이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명란 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깊은 지식에 하나하나 대응해야 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무역관의 각기 다른 회계 처리 방식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공기관 특유의 까다로운 기준을 100% 충족시키는 작업은 난이도가 엄청났습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해요? 제대로 해보자 생각했죠”
특히 SAP 특유의 복잡한 업무 구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표준 패키지에 맞지 않는 부분마다 외부 개발을 덧붙여 놓아서 업무 흐름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김명란 님은 외쳤습니다. “이렇게 가지 말고 영림원 시스템에 맞춰서 이렇게 바꿉시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가며 주말에도 출근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우리가 공공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제 인생의 중간 성적표라고 생각했죠.” 프로젝트가 끝나고 1년 후 추가 개발 건으로 코트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빵을 사들고 간 그녀를 재무팀 전원이 일어나 환영했습니다. “결산 한 번 돌렸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SAP 시절에는 밤새 작업해도 문제가 생기기 일쑤였는데 빠르고 안정적이라고 했습니다.
ERP, 가정, 공부까지…’리얼 여전사’
전쟁 같은 현장을 누비는 ‘여전사’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이자 두 살 연하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아내입니다. 거기다 사내 ‘바다 아래’ 동호회 활동에다 최근까지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사과정도 다녔습니다. 일과 엄마 역할에 공부까지. 대단한 에너지의 주인공이 틀림 없습니다.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가족은 제가 현장에서 마음껏 소리를 높일 수 있게 해주는 안전기지”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향후 포부를 묻는 질문에 김명란 님이 이야기했습니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현장에 있고 싶어요. 영림원의 회계 모듈이 전 세계 어느 시스템보다 강력하고 정교하게 진화하는 과정을 제가 끝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김명란과 함께 일하면 고생은 좀 해도 정말 배울 게 많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ERP는 결국 사람의 지혜와 경험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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