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 MS 깃허브 재편이 예고하는 소프트웨어 대전환
MS 깃허브 재편이 예고하는 소프트웨어 대전환
코딩하는 AI에서 실행하는 AI로
콘텐츠실장 안경애
마이크로소프트가 쏘아올린 ‘AI 에이전트 네이티브 개발’의 신호탄이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MS는 8월 11일(현지시간) 2018년 75억 달러에 인수한 깃허브를 자사 AI 조직인 ‘코어AI’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이로써 그동안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해온 깃허브가 MS의 AI 전략 중심부로 편입됐다. 이 조치는 AI에이전트발 소프트웨어산업 재편 본격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깃허브, 독립 운영에서 AI 전략 핵심으로
이번 변화로 깃허브 토마스 돔케 CEO는 연말 사임을 예고했으며, MS는 별도 후임 CEO를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깃허브 경영진은 제이 페리크가 이끄는 코어AI 조직에 직접 보고하게 된다.
2024년 1월 신설된 코어AI는 전 메타 글로벌 엔지니어링 총괄 페리크를 영입해 AI 기술과 도구의 통합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재편의 배경에는 ‘깃허브 코파일럿’으로 대표되는 AI 코딩도구의 폭발적 성장이 있다. MS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깃허브 코파일럿 누적 사용자는 2000만 명으로, 전분기의 1500만명에서 약 33% 증가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90%가 깃허브 코파일럿을 쓸 정도로 기업 현장에서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깃허브 플랫폼은 개발자 1억50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특히 지난 1년 사이 AI 프로젝트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AI 활용이 급속히 확산됐다.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AI, 보조에서 주체로
MS의 전략은 깃허브를 중심으로 ‘AI 퍼스트’ 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AI가 보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주도하여 코드를 생성·수정하고 개발자는 이를 감독·조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AI 에이전트 기술의 발전으로 AI는 코딩 작업뿐만 아니라 주어진 조건과 보안규칙 하에서 테스트·배포까지 역할이 확장돼 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간 개발자의 역할은 에이전트를 감독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것으로 바뀔 전망이다.
돔케 깃허브 CEO는 최근 깃허브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개발자, 재창조(Developers, Reinvented)’ 보고서에서 “AI 발전이 개발자의 정체성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더 이상 코드 작성에 머무르지 않고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위임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AI 도입 과정을 크게 4단계로 구분하며 “많은 개발자의 역할이 코드 작성에서 프로젝트 설계와 감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SW의 진화: 도구에서 자동실행 플랫폼으로
이런 흐름 속에 깃허브의 내재화를 통한 기민성 확보는 MS의 전략적인 결정으로 분석된다. MS는 특히 개발 방식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작동방식 자체를 AI에이전트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큰 그림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페리크 코어AI 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MS 개발 플랫폼 전체를 기업 고객들이 에이전트 팩토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모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가 과거 MS를 ‘소프트웨어 팩토리’에 비유했듯이, 이제 기업마다 MS 플랫폼을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대량 개발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MS는 이를 위해 깃허브의 코드 저장소와 협업 기능, 코파일럿의 코딩 지능,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 애저 오픈AI를 비롯한 AI 모델 서비스를 모두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페리크는 “지금까지는 AI를 앱의 부가 기능으로 붙였다면,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을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 위에 나머지 요소를 얹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전체 애플리케이션이 ‘AI 네이티브’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 하에 MS는 윈도우 운영체제부터 오피스365, 다이내믹스365, 깃허브까지 모든 소프트웨어를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재구조화한다는 계획이다.
MS의 변화는 소프트웨어의 구조는 물론 소프트웨어산업의 작동방식이 AI의 등장으로 급변할 것임을 시사한다. 골자는 소프트웨어가 단순 명령 처리 도구에서 한 단계 진화해,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AI·IT 시스템과 협업하며 주어진 규칙 하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동실행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상황과 돌발변수를 실시간 파악하며 운행하는 것처럼, AI 에이전트 기반 솔루션도 인간의 감독과 승인을 받으면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전망이다.
개방형 생태계로 맞서는 구글과 앤스로픽
구글, 앤스로픽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MS의 AI 에이전트 생태계 선점을 지켜보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들 기업은 때로는 개방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AI 에이전트 분야 표준과 주도권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AI 에이전트와 관련해 MS와는 다른 접근법을 펼치고 있다. 키워드는 멀티 에이전트 협업과 멀티모달 AI로, 중심에는 ‘A2A(Agent-to-Agent)’ 프로토콜과 AI 모델 ‘제미나이’가 있다.
A2A는 구글이 지난 4월 업계에 제안한 AI 에이전트 간 연계 규약으로, 이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AI 에이전트들이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작업을 조율할 수 있다.
구글은 A2A를 완전 개방형으로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게 했고, 앤스로픽의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표준화 노력은 AI 시대에 개방형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안전성과 신뢰성을 키워드로 AI 모델을 개발해온 앤스로픽은 개방형 표준인 MCP를 통해 AI 에이전트 연결의 표준규약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앤스로픽은 2024년 11월 MCP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이를 “데이터가 있는 모든 곳에 AI 어시스턴트를 연결하는 표준”이라고 소개했다.
MCP는 마치 범용 USB-C처럼 다양한 데이터 소스와 AI를 이어주며, AI가 가진 ‘지능의 고립과 파편화’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계에서는 MCP가 이미 표준으로 수용되기 시작했다.
한편 오픈AI도 에이전트 관련 전략을 발빠르게 펴고 있다. 개발자들이 다단계 작업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를 쉽게 구축하도록 API와 도구를 내놓은 데 이어 챗GPT에 시각 브라우저, 파일 검색 등의 도구를 통합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챗GPT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등 자체 서비스에 에이전트를 접목해 가고 있다.
AI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기업용 솔루션
SAP,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이들 기업은 AI 시대의 핵심인 ‘기업 데이터’와 산업 및 업무 관련 ‘도메인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B2B AI 생태계에서 중심축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들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 기업, 클라우드 기업, 동종 B2B 솔루션 기업과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SAP 전략의 핵심은 ‘실행형 AI’와 개방형 생태계다. 핵심은 자사 ERP(전사적 자원 관리) 솔루션에 AI를 적용해 구매, 재무, 인사 등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AI 비서인 ‘쥴(Joule)을 개발해 사용자가 자연어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돕는 게 대표적이다. 또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자사 ERP 데이터에 대한 자연어 기반 질의응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 CRM(고객 관계 관리) 플랫폼에 ‘아이슈타인’이라는 자체 AI 기술을 통합하는 데 이어 영업, 마케팅, 서비스 등 고객 경험 전반에 걸쳐 AI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오픈AI 및 앤스로픽의 AI 모델을 자사 플랫폼과 연계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워크데이는 HR(인적 자원)과 재무 관리 영역에 집중해 AI를 적용하는 특화 전략을 펴고있다. AI를 활용해 채용, 급여, 성과 관리 등 HR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재무 보고서 분석을 통해 예측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K-시스템 ACE I&I’를 통해 AI ERP의 흐름을 열어가는 영림원소프트랩을 비롯해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의 AI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특히 단순히 AI를 ERP에 접목하는 것을 넘어서 ERP의 작동방식과 업무방식을 AI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모바일의 편의성까지 더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웨어, MES(제조실행시스템)를 비롯한 기업용 솔루션들을 AI ERP와 연결하거나 통합해 기업들이 맞춤 AX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AI에이전트,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갈 것인가
깃허브 창립자 톰 프레스턴-워너가 2008년 ‘소셜 코딩’을 표방하며 시작한 혁명이 16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AI가 코딩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세 가지 근본적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개발 방식의 혁신, 소프트웨어 구조의 진화, 그리고 산업 경쟁 구도의 재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변화가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MS가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동안 구글과 앤스로픽은 개방형 표준으로 맞서고 있다. 이는 과거 윈도우 대 리눅스, iOS 대 안드로이드 대결을 연상시킨다.
이 흐름은 기업들에 세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개발자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가. 둘째, 기업들이 AI 종속성과 개방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 셋째, 급속한 기술 변화 속에서 보안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핵심은 AI 에이전트 시대를 끌어안는 기술적 성숙도와 보안 체계, 조직 문화를 갖추는 것이다. 현명한 기업이라면 성급함을 경계하면서도 이 거대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화려한 기술보다는 자사의 업무와 산업에 대한 이해 위에서 AI와 데이터 실력을 갖춘 기술기업과 호흡을 맞춰 자사 특성에 맞는 AX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문이 열렸고 이제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