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회 영림원CEO포럼]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2026년 경제 키워드는 ‘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
임지원 박사(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주제 강연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가 11일, 21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를 주제로 강연했다.
임 박사는 “2026년 경제의 키워드를 ‘Uncomfortable Complacency(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로 정했다. 잠재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지만 성장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오면서 불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며, 한국 경제는 1.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리스크로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등을 들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2026년 세계 경제 완만한 성장 흐름 이어갈 것
작년 12월 이 자리에서 2025년 경제 전망의 키워드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Predicting Unpredictability)’을 얘기했는데,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어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올 때였다. 돌아보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 2%에서 2025년에는 당초 예상했던 1.9%보다 크게 낮은 1% 언저리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서는 2026년에는 다시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장되어, 경제 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자체는 높지만 성장 모멘텀이 상반기에 집중되고 하반기에는 낮아지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2026년 한국 경제 전망의 제목을 ‘Uncomfortable Complacency’라고 붙였다.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에 대해서 안정감을 느끼는 건 맞지만 즉 숫자는 좋지만 성장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불편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지난 50년간 글로벌 경제의 경기 사이클을 살펴보자. 경기 사이클 판단의 중심은 실질 GDP 성장률이다. 실질 GDP의 장기 추세선을 보면 1981년부터 2008~2009년까지 조금씩 올라가다가 그 이후부터는 약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기 추세선이 올라간 시기는 세계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됐던 때이다. 그러다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중국이 자국 위주로 가게 되고, 2020년 팬데믹 이슈가 터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요 정책으로 펴면서 관세가 다시 올라가고 그 와중에 미·중 무역 갈등 등은 세계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AI다. AI가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AI의 영향력은 몆 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주기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10년 정도이다. 이 주기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 세계 경제는 사람의 나이로 따져 청년기와 장년기 초기를 지나 장년 중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장년기에는 여전히 왕성하게 일을 하고 에너지도 많지만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누적된다. 경기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2026년 세계 경제는 장기 추세선 밑으로 많이 빠지지는 않고 추세선을 왔다갔다 하며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관세 영향 등으로 교역 증가세는 상당히 둔화되겠지만 올해 중반부터 많은 국가들이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쓰고 있는데다 AI 인프라 투자 증가는 교역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을 상쇄하며 2026년 세계 경제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유럽·중국 경제 상황 및 전망
국가별로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2026년에도 내수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상 문제의 진원지이다. 이 때문에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과 고용 여건의 둔화는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책 지원 즉 금리인하, 감세, 산업지원책 및 투자 확대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AI 투자가 집중된 나라로 이에 힘입어 2025년에 투자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올라갔으며, 소비와 GDP는 나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고용은 매우 많이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지출 결정을 할 때 자본 투자는 공격적으로 하지만 고용 투자는 신중하게 한다.
유럽은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 정책 완화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졌다가 지금은 개선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경제의 동인으로 서비스업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2026년 유럽 경제는 지난 2년 평균에 비해 날씨가 개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
또 작년, 올해와 비교해 2026년에는 유럽 내 국가별 경기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독일은 2024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올해 스몰 플러스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경제가 좋았던 스페인은 내년에 좀 내려가게 되면서 유럽 내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여전히 비가 오고 있는 나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경제 지표로 수출은 여전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조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공공 고정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에서 GDP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민간 고정 투자와 부동산 관련 고정 투자에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자가 주택 소유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래서 주택 가격의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주택 가격 하락,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실적이 좋았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 미국 외 수출 지역 다변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수출 다변화 여력이 축소되고 권역별 저항이 커지면서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관세 이슈가 더해지면 수출은 확실히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공급 과잉 이슈는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수출로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다. 그래서 산업 생산이 줄긴 했지만 소매 판매가 크게 떨어지며 그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만약에 내년에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혹시라도 꺾이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 2026년 한국 경제 2% 전후반 성장 전망…상고하저 모습 보일 듯
한국 경제는 올해 1%에서 2026년에는 2% 전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중반 이후부터 경기가 개선되기는 했는데 정책의 영향이 많았다. 금융 시장에서는 전기 대비가 전년 동기 대비보다 경제의 최근 변화와 추세를 더 빠르고 보여주므로 선행 지표로 활용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했다가 2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3분기에는 소비 쿠폰 지급 영향으로 성장률이 더 올라갔다. 소비 쿠폰을 통한 재정 확대는 기본적으로 승수 효과가 적다. 그래서 2026년 재정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다시 정책이 나오면 4분기에 잠깐 빠졌다가 다시 뛰게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경제가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26년 한국의 GDP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을 지나 2027년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산업별 경기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국내 생산을 살펴보면 먼저 서비스업은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은 2024년 중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올라가다가 지금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이 됐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가계 소비, 정부 소비, 민간·비영리 기관 소비 이 세 개를 다 합친 것이다. 여기에서 퍼블릭 머니가 들어가는 부분을 빼면 소비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앞으로도 한동안 확장적 재정 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가계 부채 누증 등 구조적 요인은 가계 소비 성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수출 역시 숫자로는 좋다. 그런데 반도체를 빼면 수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이 잘 되는 이유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수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2026 경제 리스크 #1.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
2026년 경제 성장을 저해할 리스크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책 리스크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5년 전만 해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정책이 계속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기가 쭉 가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그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며, 세 번째는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이다.
먼저 첫 번째 정책 리스크 상시화는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정책 리스크는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정책은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도와주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정책이 어떻게 된다거나 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제 전망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의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2.0의 주요 내용은 △동맹 중시에서 자국 우선주의의 외교안보 정책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산업 정책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통상 정책 △법인세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공제 확대 등의 조세 정책 △성장 중시, 규제 완화의 금융 정책 △반이민 정책 기조 유지 등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걸었던 이 정책들은 놀랍게도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를 보면 1기 때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시장이 좋아하는 정책을 먼저 내놓고 그 다음에 관세 인상을 했다. 그런데 2기에서는 순서를 바꿔, 인기가 없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관세나 무역 정책부터 먼저 시작하고 인기가 있을 정책인 세금 감면 등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나올 전망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내년에 나올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관세 정책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1기 때는 중국만 집중적으로 견제했지만 2기로 넘어오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전방위 고관세 정책의 목표는 무역 수지를 개선하고, 관세 수입을 통한 재정 확충,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이다. 트럼프 2기 들어 또 달라진 것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압박으로 고용 창출과 생산 기반 강화 등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 중국 디커플링으로 첨단 기술 수출 통제와 투자 실사 및 기술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1기 때 관세 인상의 영향이 별로 없었지만 2기 때는 많은 국가들이 당황하는 상황이며 그만큼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관세 조치가 잇따라 발효됐다. 현재 국가별 관세 조치 현황을 보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과 연전히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인도와 브라질에 대해서는 위협·보복성 조치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와는 품목별 관세에 대한 무역 합의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별 관세 조치에 이어 3월 이후부터는 품목별 관세 조치에 들어갔다. 기존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외에 8월에 구리, 10월에 목재, 11월 중대형 차량에 대해 시행됐으며, 반도체, 의약품, 항공기, 기계 등 10여건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평균 유효관세율은 18.3%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관세 인상이 미국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밀어내기 물량 확대, 신속한 무역 전환 및 신규 조치 도입의 지연 등이 그 이유다. 미국의 수입액은 올해 1,2,3월에 급격히 늘었는데 3월 이후 관세를 올리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GDP가 1분기에 엄청 떨어졌다. 반면 다른 나라 수출은 올라가고 세계 교역량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관세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수입액이 뚝 떨어졌다.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실물 경제가 들어오는 것은 올해 4분기부터이며 2026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관세 인상을 앞두고 수입을 크게 늘려 재고를 축적함에 따라 미국 물가 상승은 상당 폭 지체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달러 강세가 재현되지 않는 한 기저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거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4월 2일 대폭적인 관세 인상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크게 상승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주식이 엄청 떨어졌다. 하지만 각종 면제 및 유예 조치, 합의를 통한 인상 폭 조정 등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금융 시장의 민감도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왜 나쁘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첫 번째가 확장적 재정 정책 때문이다. 앞으로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등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쓸 것이다. 미국 재정 적자의 지난 50년간 역사적 평균치는 GDP 대비 약 3.7% 수준인데 최근 수치는 이를 크게 상회하며 부채 비율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세 수입이 재정 수지의 악화를 상쇄해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 수입의 증가가 2026년 재정 정책의 운용을 확대할 여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관세 수입은 2026년 미국 GDP의 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통화 정책의 완화이다.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기대 지속으로 금융 여건의 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 연준은 12월 10일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미국 기준금리는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금리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데 장기 금리는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무역 정책, 재정 정책, 통화 정책 등이 계속해서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특히 거시 경제를 보면서 가야 하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 않다. 여기에다 미 연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지금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전체 소비자 물가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 조금씩 계속 올라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금 서비스 물가는 과거 평균에 비해 1~1.5%포인트 이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 3% 후반대에 있는 미국 전체 물가를 2%대로 내리려면 상품 물가가 마이너스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상품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달러 강세를 통해 수입품 가격을 내려줬는데 이제 그렇지 못하니까 상품 물가가 대부분의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지금 시장에서는 내년도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밑에서 물가 압력이 조금씩 상승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정도에 이르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게 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고 또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장기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부채가 많은 미국 정부는 돈을 갚느라고 지불해야 되는 이자가 늘어나게 되고 재정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즉 수요 측, 공급 측 요인 모두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달러 움직임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최종 귀착점, 중앙은행의 대응 경로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2026 경제 리스크 #2.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
2026년 경제의 두 번째 리스크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다. 이번 경기 사이클은 숫자로는 괜찮은데 부문별로 뜯어보면 소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한 부분에 치우친 성장이 심해지며 모두의 지속가능성에 의심을 낳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기업의 지출이 자본에 대해서는 너그러운데 고용에 대해서는 신중하다는 점이다. 지금 기업의 자본 지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신규 고용은 둔화되고 있다. 바로 K자형 모습이다.
자본 지출도 전통 산업이 아닌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 생산에서 테크 부문은 성장률이 매우 높은데 비 테크 부문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 레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노동 소득과 자산의 격차이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이 내려가고 그래서 노동 소득이 줄어들고 실질 소득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내년에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의 소비가 나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소득 감소를 상쇄해주는 자산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순자산 증가는 당분간 가계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 시장 변동성에 취약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신흥국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 테크 수출은 미약한 증가에 그치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수출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 소비는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업종 및 상품(테크 대 비 테크), 기업 규모별로 경기 상황이 크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에서 테크와 비 테크 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 차이도 매우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숫자들이 나쁘진 않은데 뜯어보면 수혜를 받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항이다.
◆ 2026 경제 리스크 #3.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이 두 번째 리스크와 바로 연결되는 것이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다. 이 리스크는 현재 시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글로벌 부채 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 확장 기조를 채택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인 매크로 레버리지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부문 부채 추이를 보면, 2022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 적자를 축소해왔으나 올해 중반 이후부터 확장적인 재정 정책으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은 GDP의 50% 안팎으로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인구 구조, 생산성 추이, 재정 지출 구조, 보증 채무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 재정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채도 문제다. 지난 2021년 이후 정책 금융 축소, 금리 인상 등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 비율이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의 민간 부문 부채 비율은 글로벌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며, 기업과 가계 부문 모두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이다. 레버리지가 높은 나라는 어떤 충격이 왔을 때 낮은 나라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금융 불균형이 중앙은행의 정책 요인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6년 경제 전망을 요약해보면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부문별 경기 격차가 크고 정책 리스크가 상시화되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의 3.0%와 비슷한 2.9%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국가별 예상 성장률은 미국 2.1, 유럽 1.1%, 중국 4.4%, 일본 0.6% 등이다.
한국 경제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 확장 및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큰 가운데 개선 흐름이 일부 산업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2025년의 1.0%보다 높은 1.8%로 전망했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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