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회 영림원CEO포럼]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경영학과 철학으로 이해하기

“기업 혁신의 동력은 ‘철학’에 있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주제 강연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0일, 19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경영학과 철학으로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양준호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아메바 경영을 독립채산제형의 조직 관리 형태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심층에 깔려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특유의 철학 특히 분권과 내려놓음의 철학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내려놓음의 철학이 현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전원참여형 경영을 실현하는 경영기법적 제도로서의 아메바 경영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며 “기업 혁신의 동력은 ‘철학’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이나모리 가즈오는 누구인가?

2011년, 2014년에 일본 내각부가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금 살아 있는 일본인들 중에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2011년에 21.4%, 2014년에 21%가 이나모리 가즈오를 꼽았다.

미국에서는 이나모리 가즈오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표현할 정도로 그의 경영기법인 아메바 경영에 주목했다. 일본 교토에 뿌리를 둔 세계적인 기업들 즉 호리바제작소, 무라타제작소, 닌텐도, 교세라 등의 공통점은 바로 아메바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닌텐도의 고 이와타 사장은 “아메바 경영이 있었기에 지금의 닌텐도가 존재한다”고 했다. 또 무너질 뻔했던 월드 디즈니가 V자 곡선을 그리며 완전 회복한 것은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밥 아이거 사장이 구사한 아메바 경영이 그 원동력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그룹 창업자, 혼다 소이치 혼다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꼽힌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1932년 가고시마현 출신으로 가고시마대학 공학부(응용화학)를 졸업했다. 1959년 교토세라믹(교세라)을 창업하고 이 회사를 1970년대에 세계 최고의 전자부품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1984년에 설립한 통신 회사 DDI는 지금 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KDDI로 성장했다. 특히 2011년에는 파산 직전까지 갔던 일본의 국민기업 일본항공의 지휘봉을 잡은지 2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그는 일본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의와 이타심 때문이라고 했다. 우장춘 박사의 사위였던 이나모리 가즈오는 친한적이었으며 리버럴리스트였다. 67세에는 불교 승려로 출가하기도 했다. 2022년 노환으로 사망했다.

◆ 아메바 경영의 핵심은 ‘조직 세분화’와 ‘분권형 경영’

아메바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즉 온도, 압력 등이 변화하면 자신의 모양을 신속하게 바꾸는데 잘게 쪼개거나 처음처럼 통합하기도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아메바의 이런 생물학적 속성으로부터 기업도 시장의 변화, 규제 상황의 변화, 심지어 외환 시장의 변화 등 여러 상황이 변할 때마다 조직의 모습을 임기응변적으로 유연하게 바꾸어 나가면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아메바 경영이다.

아메바 경영의 첫 번째 핵심은 모듈화 또는 세분화이다. 예컨대 생산라인을 공정별로 기술별로 상품별로 쪼갠다든지, 영업 파트를 상품별로 지역별로 대상 기업별로 나눔으로써 기업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해 아주 신속하고 유연하게 기업 조직의 모습을 변형시켜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 핵심은 자그마한 아메바의 리더는 모든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자기 완결적인 자치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윗선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필요하면 직접 인재를 뽑거나 아메바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땅도 재량껏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30대 초반에 이같은 아메바 경영을 선포했는데 1960년대 들어 교세라의 조직이 커지면서 오너 경영자인 본인과 같은 수준의 경영자 의식을 갖춘 소사장들이 복수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쪼개져 있는 조직을 복수의 소사장들이 경영해 나갈 수 있도록 권한과 권력을 위임할 테니 자기 완결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분권형 경영’이 그 출발이었다.

2004년에 삼성전자의 임원과 함께 교세라 본사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데 삼성전자는 교세라의 최대 고객이었다. 그때 우리를 마중나온 사람은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 직원으로 명함에는 ‘국제부 47 아메바 리더’라고 적혀 있었다. 그 여성 직원의 말에 따르면 국제부에는 모두 50개의 아메바가 있으며 47번째 아메바는 삼성전자만 담당하는 아메바였다. 그러니까 영업 대상 기업별로 아메바를 쪼갠 것이었다. 교세라 본사 방문시 보았던 각 아메바 별로 비용 감축 노력이나 오너 경영자 못지않은 투철한 소사장 정신이 떠오른다. 다수의 소사장 조직 체제를 구축해서 전원 참여형 경영을 위한 독립채산제적 조직 관리를 하는 아메바 경영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 ‘시간당 채산’으로 부문별 채산성 도출, 전 직원 경영자 의식 체화

아메바 경영은 회사 전체 조직을 기능별, 역할별로 세분화해 경영 환경에 변화에 따라 그 세분화된 조직을 임기웅변식으로 변형시켜, 각 조직이 ‘시간당 채산’으로 불리는 통일된 평가 기준으로 부문별로 채산성을 도출해 전 직원이 경영자 의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세라 고유의 경영시스템이다.

시간당 채산은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이걸 노동시간으로 나누는 것으로 교세라의 모든 아메바들이 경쟁해야 하는 지표다. 이 지표를 끌어 올리려면 영업 파트는 매출액을 올리고 비용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생산 파트는 생산액을 늘리고 생산 비용을 줄이고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시간당 채산은 비용 절감책이면서도 생산성 관리 방책이다. 회사 전체가 뭉뚱그려서 이익을 처리한다면 내가 이익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체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작은 아메바가 매출 또는 생산을 집계하고 비용을 처리하고 노동시간을 집계한다면 자기가 어느 정도 이익에 일조했는지를 가시화된 형태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에서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회사 내부의 채산 부문과 비채산 부문을 잘 파악해야 한다. 다른 말로 라인 부문과 스탭 부문이다. 즉 수익 센터가 어디고 비용 센터가 어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현대의 기업 조직에는 하이브리드 한 조직들이 많다. 예컨대 R&D와 관련된 조직들은 전형적인 비채산 부문으로 비용을 쓰는 조직이다. 그러나 R&D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비채산 부문이면서 채산 부문이기도 하다. 교세라는 스탭 부문 즉 간접 부문마저도 아메바 경영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간접 부문에서 생산된 리포트 한 편이 생산이나 판매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를 정량화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6,700여개, 중국에서는 1만 3천여개 기업들이 아메바 경영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는데 99% 이상이 비채산 부문은 예외로 하고 있다.

아메바는 적은 인원일수록 멤버 전원이 경영자 의식을 가지기 쉽다. 교세라는 그래서 독립적인 채산 관리가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라면 가능한 한 아메바를 작게 만들고 있다. 교세라의 각 아메바의 리더는 자신이 담당하는 아메바의 해당연도 채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멤버를 통솔해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는데 노력을 다하며, 또 아메바간의 사내 거래의 교섭을 책임지는 역할도 수행한다.

해당연도 채산 목표 즉 마스터플랜은 12개월분의 월별 목표치와 1년간의 누계 목표치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매출, 경비, 노동시간 등이 기재된다. 마스터플랜에 기입하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당 채산’이라는 지표이다.

각 아메바의 사명은 이러한 ‘시간당 채산’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세라의 각 아메바들은 매출 증대, 경비 축소, 노동시간 단축을 지상과제로 설정해 노력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다음에 아메바 리더는 새해에 매 월말에 그 달의 실적채산표를 작성한다. 실적채산표 역시 마스터플랜과 같은 양식으로 작성하는데 특히 경비 기입란은 매우 구체적으로 세분화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비용 항목을 현장 종사자들이 쉽게 생각해낼 수 있도록 한다. 이어 리더와 멤버는 해당 월의 실적채산표와 마스터플랜을 비교해 다음 달의 ‘예산채산표’를 작성한다. 즉 아메바 경영은 마스터플랜 작성->실적채산표 작성->예산채산표라는 사이클이 철저하게 작동한다. 각 아메바 별로 PDCA(계획, 실행, 검증, 개선)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돌려 어떻게든 연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회장실의 아메바이든 생산라인의 아메바이든 기업 전체의 모든 아메바의 실적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를 통해 현장에 채산 의식 및 업무 개선 풍토가 생겨나 리더는 경영 능력을 높이게 되고, 또 경영자는 적시에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교세라의 리더는 헤드헌팅을 통한 전문 경영인들보다는 20대 때부터 아메바 리더로서 소사장 역할을 해본 직원들이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아메바 경영의 철학적 가치는 ‘공동 경영’과 ‘전면 공개’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의 출발점은 매출 증대, 경비 절감, 생산성 증대가 아니라 공동경영자에 대한 절심함이었다. 고락을 함께 하며 경영 책임을 같이 나누는 공동경영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회사를 아메바 조직으로 세분화해서 리더를 선정하고 경영을 맡겼다. 경영자 의식을 가진 리더 즉 공동 경영자의 확대 재생산이 아메바 경영의 목적이었던 셈이다.

아메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가치는 ‘공동 경영(Co-management)’이다. 이 공동 경영의 전제 조건은 경영 상황을 ‘전면 공개(Disclosure)’해 부문별 경영 실태를 누구든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 상황을 전면 공개해 부문별 경영 실태를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공개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 경영은 불가능하다. 아메바 경영은 분권의 철학, 자치의 철학 그리고 내려놓음의 철학이 있기 때문에 모듈화되고 소조직화된 아메바들이 자기 완결적으로 운영을 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메바 경영은 독립채산제적인 관리 회계 방식이지만 최고경영자가 권한을 내려놓는 ‘내려놓음의 철학’이 없이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자칫 노사 간의 관계만 안 좋아질 수 있다. 실제로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국내의 몇몇 회사는 이러한 철학의 부재로 실패했다. 반면 국내의 어떤 회사는 아메바 경영을 제도화하기 위해 6년이나 이타심 경영, 내려놓음의 경영, 자치와 분권의 경영 등 철학적인 기초를 다짐으로써 독립채산제적인 관리 회계 방식을 연착륙할 수 있었다.

◆ 아메바 경영의 장점…경영자 의식을 가진 인재 육성 등

아메바 경영의 출발점은 ‘협치의 철학’이다. 아메바 별 채산관리 즉 협치의 장점은 △경영자 의식을 가진 인재의 육성 △회사의 문제가 적시에 보임 △고수익 체질의 실현 △개별 활동과 채산 결과 간의 연관을 쉽게 느끼게 됨 △채산표가 개별 활동의 목표 관리로 연결 등이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현장의 리더를 작은 회사의 경영자로 맡기는데, 현장의 리더는 팀의 채산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사람, 재화, 돈, 정보 관리를 총괄 지휘한다. 젊을 때부터 팀(아메바)의 경영을 담당하기 때문에 경영자 감각을 가진 인재가 육성될 수 밖에 없다.

또 팀을 세분화해 각 아메바의 채산 상황을 들여다보는 까닭에 회사 내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즉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한눈에 파악해 적시의 경영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문제에 직면한 아메바의 기회손실을 경감할 수 있다.

아메바 경영에서는 각 아메바들이 각자 채산을 철저하게 추구함으로써 결국 회사 전체의 이익이 누적적으로 쌓이는 고수익 체질을 실현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사 전체의 이익이 누적적으로 확대되면 이를 아메바 경영에 참여한 모든 임직원들의 행복에 직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이타심의 경영철학’을 펼쳤다.

아메바 경영은 또 아주 작은 조직(아메바)의 채산표로 보는 까닭에 자기 자신의 업무 활동의 결과가 수치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 상의 수치는 직원들에게 어디까지나 ‘회사의 수치’로 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6~7명으로 구성되는 아메바의 채산에서는 그 수치가 바로 ‘자기 자신의 수치’라는 인식으로 바뀌게 된다. 즉 자신의 업무와 채산 결과 간의 연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업무 활동과 자신이 속한 아메바의 채산 결과 간의 관계가 잘 보이기 때문에 채산 수준에 맞춰 자신의 활동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 채산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아메바 경영에서 조직 편성은 공전과 자전의 조화처럼 개별과 전체가 균형감있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지만 사업부 차원에서만 적용하고 회사 전사 차원에서는 적용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공개, 내려놓음, 분권형 자율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메바 경영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내려놓음의 철학’이 제도화돼야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제대로된 자율 경영, 자치, 아메바 차원의 책임 경영을 추동시켜 내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의 ‘분권의 미학’이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기업 혁신의 동력은 철학에 있다. 현 시대의 키워드로서의 전원참여형 경영을 이끌려면 참여를 유도하는 경영기법적 제도가 필요하며, 또 이 제도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이 중요하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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