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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Voyager Project Team, R&D.

 

차별화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 혹은 머리를 비우고 멍 때리는 시간도 때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큐’라는 꽤 오래된 영화에서 아인슈타인, 튜링과 같은 세기적인 물리학, 수학의 천재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그 배역 중에 아인슈타인의 조카로 매우 천재적인 수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재능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여주인공이 어떤 평범한 자동차 정비공과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영화의 대사 중에 여주인공이 ‘제논의 법칙’을 거론합니다. 이전 걸음의 반 걸음씩 다가간다면 두 사람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을 말하는데, 암시하는 바는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기성 세대의 의식을 넘어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용기를 얻은 남자 주인공의 기발한 프로포즈로 이어집니다.

또 어떤 중국 무협영화에서는 뛰어난 여성 검객이 절세 고수를 (남성) 만나서 절정 고수가 되기 위한 몇가지 구절을 들었으나, 잘 이해를 못하다가 나중에 그것이 사랑의 고백이었다는 것을 알고서 각성하게 됩니다. 생각의 축을 바꾸는 전환이 있었을 때 비로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에게도 그가 가진 특유의 통찰력으로 사업의 필요성과 원칙을 정하였으나 나머지 기술적, 사업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는 공급망과 기술 분야의 탁월한 시각을 가진, 잡스와 동급 수준의 전문가가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잡스에게는 이런 다양한 사고의 축으로부터 에너지를 하나로 집약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융합 추진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신경망에는 여러 개의 층(layers)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추상도(at different abstractions)에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인공지능과 미래전장] (5) – AI 알고리즘] 라는 기사를 보면서 앞으로 올 세상에서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추상적 아이디어를 아우르고 소통하는 역량이 차별화의 필수 요건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종사하고 있는 기업 업무 정보화 프로젝트에는 그 첫 단추로 진단 과정이 있습니다. 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현업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을 Business Practice라고 하고 그것을 디지털 체계로 가지고 와서 경영정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Business Process로 구별해서 봅니다. 이 Process의 설계 작업은 추상적인 업무를 구조화하고 단순화, 표준화 하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서 복잡한 Business Practice 상의 문제가 풀리거나 업무 운영 중에 발생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게되는 효과가 있음을 봅니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Practice의 세계와 디지털 시스템으로 경영 체계를 움직이는 Process의 세계 사이에는 그들이 일하는 각각의 영역에서 나름의 원칙이 있고 소위 말하는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이 두 영역 사이에서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번역하여 문서로 출력해주는 시스템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만, 근래의 IT 기술의 발달로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수년 내로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좀 오래 전의 칼럼에서 IT 리더의 (CIO 관련) 두가지 유형에 대해 쓴 것을 보았습니다. IT 혹은 컨설턴트 출신의 CIO는 직급이 대부분 부장 또는 임원 레벨이고 IT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며 지속적으로 IT 리더로 남게 되고 현업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현업 출신의 CIO는 직급이 거의 임원급이며 현업의 변화에 치중하고 시간이 지나면 곧 IT 포지션을 떠나 현업으로 복귀를 하며 항상 현업을 리딩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주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견해인 것 같고 영업 사원이 특정 기업에 제안서를 준비할 때에는 상대 기업 CIO의 배경을 잘 파악하여 현업 출신인지의 여부에 따라서 제안서 체계를 조정하는 편이 수주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업 CIO를 주력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Gartner의 최근 발표자료 중에 ‘기업의 디지털 사업 확장에 필요한 벤치 강도를 (Bench Strength) 구축 하는 (일이) CIO의 새로운 작업’이라고 적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출처 (Gartner Expo, ORLANDO, Fla., October 2, 2017)]. 그 기고 중에 ‘Bench Strength’라는 단어가 이채로워서 사전을 찾아보니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와 같이 예측하기 힘든 디지털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의 육성이 CIO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미국 APICS (American Production and Inventory Control Society)에서 물류 업무관리 시스템의 표준으로서 SCOR (Supply Chain Operation Reference)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Business Practice 항목 중에 차세대 Practice로서 IoT, AI를 포함시키고 있었습니다. 얼핏 통조림 가게에서 생고기를 전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앞으로의 시대에는 기술력이 바로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어서 기술을 보고 사업 서비스 항목으로 바로 상상력을 동원하고 차별화의 통찰력을 구하는 그런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확장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술과 서비스라는 서로 다른 영역 사이를 물고기처럼 부드럽게 넘나드는 그런 사고의 훈련이 (Bench Strength)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AI 인력 10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알고 존경하는 컨설턴트 한 분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ERP 컨설팅 역량 강화에 대한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업무의 원리를 파악하면 그 다음에는 업무의 흐름이 보이고 어떤 문제이든지 그 해결의 길이 보인다는 무협의 고수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마 후 사내의 또 다른 고급 컨설턴트로부터도 그와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거에 치통으로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데 의사가 이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고통은 잇몸으로 왔으나 그 원인은 스트레스에 있었습니다. 환자인 저 당사자로서도 너무나 엉뚱한 진단을 보고 스트레스는 어찌할 수 없으니 평소의 단순한 습관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정보 시스템의 운영에도 다양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통증들 중에는 표준 절차만 잘 지키면 저절로 예방이 되는 사항들이 매우 많음을 보게 됩니다. ERP 컨설팅 프로젝트에는 업무 전문 컨설턴트가 참여하게 되고, 때로 탁월한 컨설턴트가 있어서 문제를 풀기 위하여 기업의 전략을 수정하고 업무 습관을 고치고 묘수를 만들어서 마치 주사나 경락 처방과 같이 즉각 효과를 내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동시에 ERP 시스템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그 좋은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제공합니다. 차별화를 통한 단기적 효과와 드러나지 않게 업무 처리 습관을 Process로 심는 두 기능이 사실 그 뿌리는 동일함을 느낍니다.

최근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동양적 마법과 공간 Mirroring, 유체 이탈 등 동서양을 망라한 상상력이 뛰어난 영화였는데 한국에서는 흥행이 저조했다고 해서 의외였습니다만, 차별성과 표준 두 가지 모두를 한 프로젝트에서 아우르는 지혜가 더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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