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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Management Contents.

 

최근 한 칼럼에서 전문가와 기술자의 차이에 대해서 쓴 내용을 보고 흥미로웠습니다. 거기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전문가와 기술자의 차이는 열정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이 드러나는 곳으로 태도를 들고 있고, 그 태도는 우선 옷가지에서 차별화되어 나타나며,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말을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우연히도 같은 맥락의 견해를 얼마전 제가 최근에 입문한 태극권 사범으로부터도 들었는데, 폼이 전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범도 열정을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자주 이야기 합니다.

저도 사회 생활 초기 5년쯤 무렵에는 얼마나 아느냐 하는 지식의 문제가 주로 관심사였습니다. 경력이 쌓여서 외부 프로젝트 PM을 하면서 항상 스스로 자격 미달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늘 있었으나, 대부분은 무난히 마무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끝나고 후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력보다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실력으로 제가 기여했다는 기억들이 별로 없으시다 보니 자세 쪽으로 너그럽게 이야기를 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은 합니다.

사회 생활 7~8년 즈음에, 나름 전문 분야에서 관리자 노릇을 하면서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지원자가 열심히 배우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귀에 좀 거슬렸었습니다. 그 때는 혼자 생각에 직장은 프로들의 집단이고 배운다는 말은 합당하지 않으며, 공부는 알아서 전력을 다해 알아서 쫓아올 일이고 직장에서는 무언가 기여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나만큼 월급 받아가면서 많이 배우기만 한 사람도 드물 것 같은데 참으로 속이 좁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전문가 모델을 예를 들어 본다면, 평생에 걸쳐 지고 갈 숙원 과제가 있어서, 한 길을 걸어가며 늘 그 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완성도를 높여 가고자 노력하는 그런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런 전문가에게는 상대적인 경쟁은 관심 밖일 것입니다. 이미 스스로의 역량의 한계를 알고 있고, 어제의 지식이 오늘에 와서는 매우 허접한 생각이었다는 경험을 늘 하면서 스스로 진화해 가는 경지에 이르러서, 마치 시인이 어제 밤새 쓴 시를 다음 날 찢어 버린다거나, 도예가가 전력을 다해 만든 도자기를 다음 날 깨트려 버리는 것처럼, 매일 더 높은 완성도를 이루며 또한 다시 추구해 가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현실 경영은 다분히 상대적인 경쟁이고, 옆에 사람보다 낫기만 하면 성공에 가까이 가는 길일 것입니다. 일전에 한 역량 높으신 분이, 곰에게 쫓길 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묻길래, 저는 누워서 죽은 척 하거나 근처 피할 곳을 찾거나 그런 유아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답은 한 놈만 재끼면 된다고 해서, 아 그것이 정말 현실이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아는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지식 전문가와는 달리 자신이 개발하고 경험한 Contents를 스스럼 없이 공유하고 그 파일을 기꺼이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정보를 다 공유해도 받은 상대방은 단기간에 소화를 못 시킬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다른 어떤 전문가는 본인이 소유한 기술 자료를 극도로 누출이 안되게 신경 쓰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세계적으로 앞선 전문 기업에서 복사해 온 것으로, 많은 부분 본인도 직접 경험하고 쌓은 것이 아니어서, 혹시나 저작권의 문제도 걸릴 수 있고 하여, 마치 냉장고에 음식 재료를 쌓아 놓고 요리법은 잘 모르는 것과 같이, 공유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성경에도 두 가지 상반된 말씀이 있음이 기억납니다. 창고의 보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자랑하느라 적들에게 노출시켜 나중에 남김없이 모두 빼앗긴 경우와, 나눔으로써 재창조되는 五甁二漁와 같은 사례가 생각납니다. 함부로 나눌 일이 아닌 경우와, 되도록 많이 나누어야 할 경우가 있으며, 소수의 천재 전문가가 창출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고, 위키피디어처럼 집단 지성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어서, 전문가 영역 중에도 지식 전문가의 세계에서는 사업 모델을 전개하기 전에 정말 심사숙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컨설팅 영역 중에서 ERP 컨설팅으로 영역을 좁혀서 본다면, ERP 안에서도 업무 Domain 별로 회계, 원가, 물류, 인사 등 다양한 부문이 있고, 또 그 위에 산업별로 특성이 있으며, 요즈음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거래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Mobile, Cloud, AI, Block Chain 등 신기술 영역도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과거에는 흔하던 ERP Generalist를 찾기가 어려워 진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표되는 기술과 산업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는 하겠지만 시도해 보기에는 힘에 겨워서,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는 모습입니다.

이럴 때 빛을 내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탁월한 전문가는 지식 영역의 구분이 명확하여 짧은 시간에 원리와 의미를 파악하고 실무에 응용하여 제품을 출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산업 기술 영역의 구분자가 된 Public과 Private의 구분, SaaS 및 DaaS와, IaaS 및 PaaS의 구분, Block Chain 기술의 Private 영역으로의 접근, Contents에서 Context로의 진화, 그리고 ERP 영역에서는 로봇이나 AI의 근간이 되는 정보 기술 아키텍처 기술 등, 신기술과 기반 기술이 접목되는 경계 영역에서 차별화와 가치가 창출되는 것 같습니다.

늘 다니는 산책 길이라도 어떤 때는 마치 처음 보는 듯 매우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니던 길의 방향만 바꾸어도 낯설게 느껴 집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에 펌웨어 영역이 있듯이 하나의 대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경계 영역의 양면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RP와 SCM과 MES, 그리고 물류 시스템은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 상존하는 업무 영역이며, 그 경계도 때때로 애매하고, 어느 한 영역의 전문가가 다른 영역에서 행세를 하기는 힘든데 각 영역마다 고유한 문화와 업무와 기술이 있어서, 소위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PI 업무와 시스템 구축 업무 간의 접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한 기업에 동시에 필요한 기술이며, 그 급한 정도와 중요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전체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각이 가능할 때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화 컨설팅 및 구축 서비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경험과 역량을 가진 컨설턴트는 매우 드물지만, 어느 한 부분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경계 너머의 업무 영역에도 몸을 담그고, 그 물을 경험해 보는 것이 자신의 고유 영역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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