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etter: ‘전통의 계승과 혁파(2017.02.01)’

 

전통의 계승과 혁파

2017.02.01


설날에 만나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전통은 요즘과 같은 개인주의 시대에도 그 가치가 충분하기에 설 연휴에 그 많은 귀성객들이 고생을 무릅쓰고 고향을 찾는 것 같습니다. 온 가족이 만나 새해를 맞는 기쁨과 화목한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시간에 쫓기어 사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나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그 많은 식구들이 먹을 채비 및 먹고 난 후에 처리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참으로 고통스러운 수고가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우리 전통에 따르면 여자들 특히 며느리들이 주로 해야 하는 관습에 따라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일을 함으로써 일인당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최근에 장인어른께서 응급실에 입원하시고 집사람이 아침 저녁으로 가서 주물러 드리느라 그렇지 않아도 안 좋았던 손가락 첫마디들에 염증이 심해져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설 전 날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혼자 하게 할 수 없어 보여, 옆에서 도우며 같이 했더니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편안한 과세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아내 일을 도운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집사람도 매우 행복해 보였고 나 자신도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남자는 부엌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셔서 당연히 부엌일은 집사람이 하는 것이란 생각에 굳어져 왔던 관습이 집안 일도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고 관점을 바꾸고 나니 주저 없이 버릴 수가 있어서, 몸은 좀 힘들어도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지고 가족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인류의 발전은 과거로부터의 배움과 그 축적에 기인하는 것이 틀림없는 일입니다만 모든 전통은 길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과 혁파하여야만 하는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회 관습은 인간의 존엄과 잠재 능력을 훼손치 않게 하는 기준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조명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가 남겨준 유교적 사상의 핵심은 사람을 통해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는 人本주의라 할 수 있으며, ‘사람됨’을 통한 민본적 공익 정신을 추구함으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해 가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양반과 상민, 서얼 차별 등의 신분적 사회와 남존여비의 차별적 대우의 사회 환경으로 인해 뜻하는 바의 성과는커녕 사회 발전의 동력을 잃어 감으로써 심지어 나라까지 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망한 나라가 남겨 준 유산을 부끄럽게 여기게 됨으로써 좋은 전통마저 전부 버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유교가 수 천년 동안 동양 사회와 국가를 지탱해 올 수 있었던 데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으며, 20세기 후반기부터 다시 도약하기 시작하는 나라들-G1에 도전하는 G2 중국과 오랫동안 G2를 유지하다 G3가 된 일본,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일컬어지던 싱가포르, 대만, 홍콩, 대한민국- 모두가 유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온 국민이 힘을 합해 노력한 결과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교의 백미는 사람들의 무한한 이기적 욕망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5가지 마음가짐(五常) – 仁義禮智信-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의 인(仁), 염치와 나쁜 것을 미워하는 마음 의(義), 사양하고 질서를 지키는 예(禮),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智), 이 네 가지가 가능케 해주는 토양으로서의 신(信)- 이와 같은 본성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남으로 스스로 끊임없이 닦아가면서 되살려 개인의 무한한 욕망을 제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작용 없이 개인의 성취와 사회의 발전을 갈등 없이 도모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누구나 올바른 뜻과 정신만 지닌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들이 물질 중심의 욕망으로만 치닫게 되면 개인도 파멸로 이를 위험도 커지고, 사회도 공동체로서 제어할 수단이 여의치 않게 됩니다. 우리는 수 천년 오랜 전통 속에 살아남은 지혜로운 가르침을 본받아 사람이 타고 태어난 잠재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신바람 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 21세기에도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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