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보다 더 바르게

2014.12.1

지난 주에 감기가 심해 하루 조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푹 빼고 났더니 의식이 한결 맑아지면서 마음에 와 닿는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더 빠르게 보다 더 바르게”라는. 사실 지난 10월 만 60세 생일을 지나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가지고 고민을 해 오던 차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속에 새로 일어서기 시작했던 시점? 아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시절-에 태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던 시기를 살아온 세대의 한 사람으로 생존과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보다 더 빨리’ 살아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었기에 나의 삶도 그 바탕 위에서 전개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 방식이 내 무의식의 기저에 자리 잡으면서 여러 습관들을 만들어 왔다는 것에 대한 깨우침이, 심하게 앓고 난 직후에 의식이 새롭게 깨끗해진 상태에서, 온 것입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남보다 더 빨리 가려고 과속이나 끼어들기를 예사롭게 하고, 운동을 하면서도 더 빨리 끝내려는 생각이 운동에 집중을 더 못하게 하고, 독서도 더 빨리 더 많이 하려는 욕심에 오히려 가슴 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게 되는 등 매사 그렇게 쫓기는 삶이었다는 반성이 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행복이라고들 얘기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란 것이 어떤 큰 돈을 얻거나 어떤 지위나 상태에 도달하면 얻어지게 되는 것이란 착각을 하고 삽니다. 그래서 그것을 더 빠르게 얻기 위해 자신을 몰아치며 살아 갑니다.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급한 마음 속에 쫓기기만 하지 시간이 가면서 더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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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靜而後能安(정이후능안)’이란 대학(大學)의 1장에 나오는 구절이 있습니다. ‘고요한 이후에 안정이 가능하다’란 뜻으로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으면 편안-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글이라 하겠습니다. ‘더 빠르게’하려는 생각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항상 남과 비교되는 삶을 살게 하므로 행복해질 수 없게 하는 주범인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화두로 여러 책을 뒤져 보다가 공자님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공자의 학문을 ‘仁의 학문’이라고 할 정도로 공자님은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와 원칙론이 포함된 ‘仁’을 중심으로 한 사상을 완성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공자님께서 ‘아래의 다섯 가지를 실천할 수 있으면 천하의 仁이라 하지 않겠는가 (能行五者於天下?仁矣)’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恭則不侮(공즉불모) : 공손하면 남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고,
寬則得衆(관즉득중) : 관대하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信則人任焉(신즉인임언) : 미더우면 남의 신임을 받고,
敏則有功(민즉유공) : 기민하면 공을 이룰 수 있고,
惠則足以使人(혜즉족이사인) : 은혜로우면 남을 부릴 수 있다

 

2,500 여 년 전의 공자님의 이 말씀들이 21세기의 첨단 과학 시대를 사는 내 가슴에 이렇게 와 닿는 까닭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무리 첨단 과학의 물질 문명이 발달하였어도 인간의 본성 자체는 큰 변화가 없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생활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사에서는 진리의 말씀으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고, 요즈음과 같이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 오히려 더 필요한 삶의 지혜 내지는 나침반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말씀 중’기민하면 공을 이룰 수 있고’라는 구절이 자칫하면 ‘남보다 더 빠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이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가 왔는데 이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하면 도퇴될 수 밖에 없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전반기에 수주 실적이 저조했던 까닭도 바로 변화에의 대응이 늦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공자님의 ‘仁에 대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더 바르게’ 사는 것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마음에 다짐을 해봅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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