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시스템 경영에 대한 단상 11 “요건 변경이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 (2019.03.05)

 

“요건 변경이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

 

2019.03.05

 

1970년 미국의 선박제조업체 Ingalls사는 전년에 수륙양용 공수함 9척 수주에 이어30척의 신형 구축함 수주를 따내면서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최대의 선박 건조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수년 간은 견조한 이익과 성장이 예상되고, 여유있게 더 실속 있는 수주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전사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르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어 이 두 프로젝트로 인한 초과 비용이 5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최신 기술의 새로운 디자인에 의해 수행하기로 기획되었는데, 해군 측은 무기 체계, 정보 및 통신 체계, 항해 관련 기술 등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가장 앞서가는 기술들로 건조 되기를 바랬고, 이에 따라 수천 건의 설계 변경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해군 측과 Ingalls사 측은 프로젝트 지연 원인과 예산 초과에 대해서 현격한 의견 불일치를 보였기에 사태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해군은 Spec 재작성과 그에 따른 재작업에 대한 직접 비용만 인정하려 하였고, Ingalls사는 직접 비용 뿐 아니라 잦은 변경에 따른 가랑비 효과(Ripple Effect)를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못찾아 설득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Ingall사는 이 프로젝트 이후에도 해군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아야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했기에 프로젝트 작업 진행에서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3자에 의한 객관적 판정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캠브리지의 Pugh-Roberts Associates사에 의뢰하여, 계약부터 마지막 선박 인도까지의 기간 동안 해군의 설계 변경으로 인한 지연과 장애를 계량화하기 위한 시스템 모델링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수행되었던 원래의 시뮬레이션 모델은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시스템 역학이 어떻게 응용되는가를 알아보는 관점에서 간단하게 원리만 추려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그림1>은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원래 계획했던 작업과 실제 수행한 계획 간에 작업의 집적과 흐름을 보여 주는 간단한 모형도입니다. 계약에 의한 ‘수행할 작업’을 처리하기 위하여 생산성을 감안한 적정 능력의 인력을 투입하여 수행하게 합니다. 이들이 수행한 작업 중에 품질에 맞는 작업만 ‘수행한 작업’으로 쌓이게 됩니다. Cooper와 Mullen의 1993년 연구에 따르면 규모가 크고 처음으로 수행되는 프로젝트에서 한번의 작업으로 제대로 수행되는 비율이 상용 프로젝트에서는 평균 68%, 국방 프로젝트에서는 34%밖에 안 되고, 이로 인한 지연 기간이 상용 국방 모두 9개월에 이른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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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일들 뿐 아니라 설계의 잘못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 확인하게 된 일들도 ‘미발견된 재작업’에 쌓이게 됩니다. 결국은 이 일들이 수행 조직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간주되게 됨으로써 이제 ‘알려진 재작업’으로 쌓이게 됩니다.

고객의 스펙 변경으로 인한 일들도 ‘알려진 재작업’에 추가로 쌓이게 되고, 기존에 수행했던 곳에 쌓여 있던 ‘수행한 작업’ 중에 설계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작업들도 다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알려진 재작업’에 추가로 쌓이게 됩니다. ‘알려진 재작업’까지 수행하기 위해 수행조직은 인력 등의 자원을 추가로 투입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스펙 변경으로 인해 기존에 수행했던 작업 중에 못쓰게 되는 부분은 확연하게 들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직접 비용으로 인식이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이의 수 배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림2>는 고객의 요구사항 변경에 따르면 간접 비용이 어떻게 피드백되어 확대되는가에 대해 몇 가지 요소만 감안한 간략한 모형을 그린 것입니다.

프로젝트 지연이 예상되면 작업 시간을 늘려서 만회하려 하게 되고, 이는 작업장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오래 지속되면 작업자 중에 번아웃으로 인해 교체 및 결원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작업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되고 ‘미발견된 재작업’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모자라는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채용을 서두르게 되면서 미숙련 작업자까지 고용하게 됨으로써 프로젝트가 점점 더 늦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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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촉박하게 되면서 무리하게 관리자들은 일정을 밀어 부치게 되면 작업의 우선 순위와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작업장마다 업무 폭주로 인해 아우성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사기가 떨어지고 의욕마저 잃게 됩니다. 이를 조정하고 이끌 관리 및 감독하는 사람들도 더욱 큰 곤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의 증폭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델을 통해서, 기존에 단순히 간접비용은 단순하게 직접 비용의 몇 %로 부과했던 것에서 고객의 요건 변경으로 인한 간접비용이 직접 비용의 몇 배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고, Ingalls사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에 근거하여 강력한 협상을 통해 1978년에 해군 측으로부터 4억4천7백만$의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예를 통해서, 건축이나 기계 제작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등 어떤 유형의 프로젝트가 되었든 초기의 요건 분석(Requirement Analysis)이 프로젝트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잦은 요건 변경은 프로젝트 지연 및 품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당연히 비용 초과로 인한 손실뿐만 아니라 참여했던 사람들마저도 힘들게 하고 좋은 기억을 못 갖게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좋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기 위한 필수 자격으로 요건 분석 역량을 우선적으로 꼽아야 하는 것은 필수라 하겠습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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