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RP 자존심, ‘구름’ 타고 세계로 날다

[강소기업이 미래다 ㉔] 클라우드ERP 최강 ‘영림원’

지디넷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24) 세계 최강 SAP에 도전하는 국가대표 ‘영림원’

흔히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기업의 백본 시스템이라 부른다. 기업 활동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모이고 통합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중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RP 안에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가 연결되고 경영성과 분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만큼 복잡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ERP 개발 업체도 실력이 좋아야 한다. 기업 솔루션 중에도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ERP 분야 글로벌 대표기업은 SAP다. 세계에서 SAP와 경쟁할 만한 ERP를 만드는 회사는 20곳이 채 안된다고들 얘기한다.

국내에는 영림원 소프트랩이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대표 개발사다. ERP를 완전히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연구개발(R&D)에만 2~3년, 안정화에 또 1~2년이 걸린다. 그런데 영림원은 평균 5년마다 한번씩 대형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왔다.

영림원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R&D에 몰두해 기능뿐 아니라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덕분에 글로벌 벤더 못지 않은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다. 국내 중견중소 기업용 ERP 시장에선 SAP와 경쟁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한다.

 

이 회사 권영범 대표는 나아가 클라우드 ERP 분야에선 “우리 제품이 글로벌 벤더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영림원 클라우드 ERP는 기업마다 다른 환경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100여 개의 업무 하위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단위의 프로세스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한 클라우드 ERP는 영림원 것이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림원은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ERP로는 처음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타깃 시장인 아시아 국가 기업들의 입맛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림원의 매출은 매년 18.8%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액 26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1천500여개 기업이 영림원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이 외형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본격 열리면서 클라우드 ERP가 매출 견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기술 및 제품: 국산 ERP K시스템…신규 고객 90%는 윈백 사례

 

영림원의 캐시카우는 설치형 ERP 제품이다. 매출 300억에서 3천억 규모의 중견기업 시장이 주력 시장이지만, 국내 사업 위주의 기업이라면 초대기업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 실제 고객사 중엔 매출 1조원 이상의 초대형 기업도 많다.

 

영림원에 따르면 신규 고객 중 90% 이상은 이미 다른 ERP를 쓰고 있던 경우다. “몸에 맞는 제대로 된 ERP가 필요해서” 영림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일명 ‘윈백’ 사례다.

 

ERP 솔루션의 품질은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 간 통합이 얼마나 잘 되느냐’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영림원 ERP는 바로 프로세스 통합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영림원 ERP K-시스템 구성도

영림원 ERP K-시스템 구성도

서비스 오리엔티드 아키텍처(SOA) 구조로 만들어져 필요한 모듈, 필요한 서비스 선택이 쉽다. 서비스통합(SI)식 구축 사업 없이도 맞춤형 ERP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기술 변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시에 수정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영림원은 ERP 기술력에 있어서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권영범 대표가 2013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직하면서 R&D를 주도했다.

 

권 대표는 처음 ERP 만들 때부터 이후 5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모두 PM을 맡았다. 관리뿐 아니라 실제 설계, 검수에 참여했다.

 

CEO이자 CTO인 권 대표의 과감한 의사결정 아래 기술 구조(아키텍처)부터 개발 프로그램 언어까지 필요하다면 모두 다 바꾸는 대형 업그레이드가 가능했고, 지금의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래비전: 클라우드로 아시아 ERP 시장 No.1 노린다

 

영림원은 지난 2015년 4월 처음 클라우드 ERP 선보였다. 출시 후 1년은 시스템과 서비스 모델 측면에서 모두 시행착오를 겪었다.

 

‘컨설턴트K’라는 SW를 통해 직접 클라우드 ERP를 구성할 수 있게 했는데, 컨설턴트 단계를 없앤 것은 판단 오류였다.

 

권영범 대표는 “ERP는 다른 SW와 다르게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컨설팅 레이어가 반드시 필요한데 SW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점을 간과했다. 컨설턴트를 없애니까 고객이 두려워하고 스스로 할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영림원은 올해 클라우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했다.

 

기술적으로는 사용 기업마다 각기 다른 요구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맞춰줄 방법을 찾았다.

 

영림원 클라우드 ERP 시스템에버는 기업의 규모나 역량에 따라서 작은 ‘서브 프로세스’ 단위를 포털에서 선택해 쓸 수 있다. 회계나 영업 등 각 모듈 안에서도 서브 프로세스가 굉장히 많은데 이 것들을 회사마다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서브 프로세스는 100여 가지다. 어떤 서브 프로세스를 선택에 따라 사용료가 다 달라진다.

영림원 클라우드ERP 시스템에버 소개영상 캡처

영림원 클라우드ERP 시스템에버 소개영상 캡처

권 대표는 “서브 프로세스를 원하는 대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 매우 고난도 엔지니어링이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마음대로 서브 프로세스를 선택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프로비저닝해 하나의 새로운 ERP를 만들어 주는 격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잘 통합되고 데이터가 연동되게 해야 한다.

회계나 인사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이미 있었지만 서브 프로세스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제품은 영림원 시스템에버가 유일하다.

권 대표는 이런 이유로 클라우드 ERP는 “글로벌 벤더와 비교해도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동반자’라는 파트너십 중심으로 변경했다.

동반자 업체들이 컨설팅을 지원하고, 여기서 생긴 수익을 가져간다. 또 고객 사용료도 영림원가 셰어하는 방식이다.

동반자는 각 산업별 니치 마켓에서 ERP 비즈니스를 해본 업체 위주로 모집했다. 동반자 기업의 제품을 영림원 클라우드 위에 올리면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봤다. 예를들어 패션 산업 ERP 업체면 기본 인사나 회계는 영림원 것을 활용하고 생산과 영업에 이르는 일부 프로세스만 개발해 쉽게 연동할 수 있다.

올해 클라우드 사업을 제대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면, 내년엔 성과로 이어지는 해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ERP도 문화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클라우드로 국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 전략이 정리되니까 글로벌 비즈니스도 해볼만하겠다 생각이 든다”며 “내년엔 일본,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 오픈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문화: 자율과 발전지향

영림원의 기업 문화는 ‘자율과 발전지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우리는 SW기업인데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해선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자율적인 문화로 창의력을 높이면서 방임으로 잘못 이어지지 않게 스스로 자기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영림원은 2014년부터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율조직으로 변경했다. 팀장을 없앴고, 팀원들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으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내년부턴 자기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를 추가한다. 발전하지 못하면 급여나 승급에 제한을 줄 계획이다.

최근 권 대표는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직원들과 3시부터 저녁식사까지 함께하는 ‘한마음협의회’라는 모임을 갖는다. 올해 내내 이어져 벌써 모든 직원이 적어도 분기에 한번씩, 총 4번 권 대표와 모임을 가졌다.

한마음협의회 모습

한마음협의회 모습

권 대표는 “영림원엔 시니어 컨설턴트도 많다. 일흔살이 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도 많으니까 세대간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자리를 갖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매주 이틀씩 모임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권 대표 자신에게 있다. 최근 그의 최대 관심사는 ‘사람’이다. 결국 경영은 사람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권 대표는 “영림원도 270명이나 되니까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면서 같이 갈 것인가’가 굉장히 어려운 숙제다”고 말했다.

 

권영범 대표가 SW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싶은 말…’ 자기 분야에 사명감 갖길”

권영범 대표는 1979년도 삼성전자에서 처음 엔지니어로 IT업계에 발을 들여, 이제 38년이 됐다. IT업계에서 현업을 뛰는 인물 중 최고참 격이다.

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싶은 조언이 있는지 묻자 권 대표는 한참을 생각한 후 “후배들도 자기 분야에 대해서 자부심 내지는 사명감을 가지고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그는 이어 조심스럽게 “영림원이 대한민국 ERP 분야에서 위신을 세우는데 일조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한 분야만 파 온 것이 영림원 경쟁력의 근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ERP 기업 SAP가 1년 R&D에 약 2조4천억을 쓴다고 한다. 영림원은 그에 비하면 0.1%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던 비결은 사명감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는 얘기다.

권 대표는 “만약 돈을 벌기 위해서 일했다면 이것저것 돈 되는 사업을 쫓아다녔겠지만 우리는 보다 좋은 ERP를 만들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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